본문 바로가기

전종서의 위성

26p ~ 27p 윗부분 (전종서의 위성)

모두들 부화뇌동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친척들이 그를 에워싸고 검표소를 나갔는데 갑자기 푸른 안경을 쓴 양복 입은 사람이 홍지엔을 잡아 끌면서 말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사진 찍습니다."

홍지엔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에게 무슨 일이냐 물으려는데 찰칵 하는 사진기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푸른 안경이 손을 놓아주었는데 처음부터 환영객 외에 한사람이 촬영용 반사경으로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푸른 안경이 명함을 꺼내며 말했다.

"황 박사, 어제 조국으로 돌아오셨지요?"

반사경을 든 사람도 다가와서 역시 명함을 꺼냈는데, 홍지엔이 보니 이 곳 현의 두페이지짜리 지방신문 기자였다.

두사람의 기자가 모두 말했다.

"오늘은 황박사께서 배에다, 기차에다 기진맥진 하셨을테니 내일 아침 가르침을 들으러 오겠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몸을 돌려 황 영감님을 향하여 알랑거리며 계속 자동차 역까지 같이 따라와 주었다.

 

훵이(鳳儀)가 홍지엔에게 웃으며 말했다.

"형님, 우리 현에서 유명인이 되셨네."

황홍지엔은 그 두사람의 기자가 말끝마다 "황 박사" 어쩌구 하는 것이 듣기 싫었고 많이 귀에 거슬렸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처럼 정중하게 자기를 대단한 사람으로 대해 주는 것을 보고 몸과 마음이 붕 뜨는 것처럼 기고만장해 졌으며, 인격 마져 위대해 진것처럼 느꼈다.

그는 그제서야 작은 지방에서 살아가는 편안함을 알았다.

아쉬웠던 것은 오늘 비교적 새로운 유행의 양복으로 갈아입지 못한 것과 지팡이를 손에 들지 못한 것, 그리고 손에  접는 부채를 잡고 휘젓고 있었던것, 얼굴에 땀이 뻘뻘 나서 사진이 보나마나 잘 못 나올것 이라는 걱정 등등 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모친과 두사람의 제수씨를 보았고 가져온 선물을 주었다.

모친이 웃으며 말했다.

"외국 물을 먹더니 이렇게 확실하게 배워갖고 왔네, 여인들 쓰는 물건을 모두 샀구나."

부친이 말했다.

"훵투가 어제 전화로 얘기를 꺼내던데, 쑤 아가씨라고 하는 사람과는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황홍지엔이 고민스럽게 대답했다;

"같은 배를 타고 왔을 뿐 아무 것도 아니예요. 훵투는 언제나-----말이 많아서"

그는 훵투를 나무라고 시비를 가릴 작정이었으나 훵투 마누라의 얼굴을 맞닥드리고 나서는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부친이 말했다.

"이제는 네 혼사에 힘을 쏫아야겠다. 두 동생은 진작 색씨를 얻어 모두 아이까지 있으니 말이다.

중매장이가 몇차례 얘기를 꺼냈다만 우리같은 늙은이들이 지금 너를 대신해서 나설 필요는 없지 않겠니.

쑤 홍예는 사람이 명망도 있고, 전에는 실제로 관직에도 있었고,.."

황홍지엔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왜 귀여운 아가씨들은 모두 부친이 있는거야?

그녀가 고독하고 외로운 몸이라면 그녀를 마음속에게 온존하게 감추어 두고 있을 수 있는데, 걸리적 거리며 연루되는 부친, 숙부, 형제같은 사람들이 많은 이 아가씨는 영리하고 대범해 질 수도 없을테고, 마음속으로만 불편하게 그녀를 감추고 있자니 그녀의 귀여움 속에는 무언가 찌꺼기 같은 침전물이 끼어있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혼담을 얘기할때 어투가 마치 동성연애라도 하는 것같이, 맘에 꼭 드는 여자 본인이 아니라 그녀의 부친과 형제를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다.

 

모친이 말했다.

"나는 찬성하지 않아요!

관청집 아가씨를 데려오면 안되는 이유는 네가 그녀를 모셔야지 그녀가 너를 모실리 없지 않나 하는거야.

게다가 색시를 데려오려면 같은 고향 사람이 낫지 다른 현 사람은 틀림없이 기질도 안맞을테고 네가 데려온대도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

쑤 아가씨는 유학생이니 아마 나이도 적지 않을거야."

모친은 두사람의 중학교도 안나온데다, 같은 현에서 나고 자란 아가씨들에게 마음이 있는 표정이었다.

 

부친이 말했다;

"그사람은 유학도 갔다왔고 박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홍지엔이 그녀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되군구나."

-- 쑤 아가씨는 벽돌이나 돌멩이같이 딱딱한 종류의 것이라 타조나 칠면조의 위가 아니라면 도저히 소화를 시킬 수 없다는 말이었다.

 

모친이 발끈하며 말했다;

"우리 홍지엔 역시 박사이니 그애한테 뒤질게 없는데 왜 배필이 되지 못한다는겁니까?

부친이 수염을 연신 쓰다듬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홍지엔, 이런 이치를 네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는가보다.

여자가 글줄이나 읽었다면 다스리기가 제일 힘든 법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한층 더 높지 않으면 그녀와 평등한 배필이 될 수 없어.

그래서 대학 졸업생은 중학 졸업생이나 겨우 얻을 수 있는거고, 유학생은 대학 졸업생을 얻을 수 있는거지.

여자가 유학을 가서 박사까지 따왔다면 그저 서양인이나 감히 색시로 얻을려나 혹은 남자가 적어도 박사학위 두개는 있어야겠지.

홍지엔 내 이말이 틀렸냐?

내 말은 시집을 보내려면 반드시 우리 집보다 나은데로 보내야하고 처를 들이려면 반드시 우리집보다 못한데서 데려와야 한다는 거다.

이게 원칙인게야.

 

모친이 말했다;

"중매장이 말이 대체로 둘째 딸이 최고 라고 하더라.

얘야 이 사진좀 봐라"

'전종서의 위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28p (전종서의 위성)  (0) 2012.10.31
27p (전종서의 위성)  (0) 2012.10.26
25p (전종서의 위성)  (0) 2012.10.22
24p (전종서의 위성)  (0) 2012.10.21
23p (전종서의 위성)  (0) 201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