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p (전종서의 위성)

홍콩에서 배가 출범한 이후 그와 쑤 아가씨는 같이 갑판에 에 앉아 홍콩에서 사온 과일을 먹었다.

그는 수밀도(복숭아)를 먹었는데 그는 끈기있게 껍질을 벗기면서 말했다;

"복숭아는 무엇때문에 바나나 같이 생기지 않은거야, 그래야 껍질 벗기기가 쉬울텐데!

그래도 사과 같은 것은 껍질이 얇으니까 간단히 손수건으로 씃쓱 문질러서 바로 먹을 수 있는데 말야."

쑤 아가씨는 신선한 여지를 여러개 껍질을 벗겨 먹었기 때문에 더이상 먹고 싶지 않았고, 그를 대신하여 복숭아를 까 주려고 했지만 그는 어쨋든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숭아를 다 먹고난 후에 그는 두뺨과 두 손이 번들번들해졌고 쑤 아가씨는 그를 보면서 웃었다.

그는 복숭아 즙이 바지를 더럽힐까 겁을내어 새끼 손가락 끝으로 주머니속의 손수건을 꺼내려 했다.

두번 만에 겨우 꺼내서 바로 손을 닦으려는데 쑤 아가씨가 놀랍고 혐오스럽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이이고! 당신 손수건은 어쩌면 그렇게도 더러워요!

정말 그걸로....읔! 그걸로 입을 닦으면 안되요, 내 걸 가져가요. 어서요.사양하지 말고, 나 정말 사양하는거 싫어요."

 

황홍지엔은 얼굴이 벌개져서 쑤 아가씨의 손수건을 받아 입가에 묻은 것들을 닦으면서 말했다;

"나는 새 손수건을 한타스나 사갖고 배를 탔는데 배에서 세탁하는 사람에게 세탁을 주었더니 반은 없어졌어요.

내가 이런 소소한 물건에 신경을 안쓰다보니 그 사람들 세탁도 더디게하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내 스스로 빨았어요.

더구나 이 양일간 배에서 내려 놀러 다닐때는 세탁할 틈도 없어서 모든 손수건이 죄다 더러워졌는데 이제 마음 잡고 세탁할 겁니다.

특히  당신의 이 손수건은 내가 직접 빨아서 갖다드릴께요."

 

쑤 아가씨가 말했다.

"누가 당신보고 빨아다 달래요?

당신이 빨아봤자 여전히 깨끗하지도 않을텐데요!

내가 보기에 당신 손수건은 한번도 세탁한 적이 없는것 같은데 위쪽의 기름때는 마르세이유부터 계속 남아있는 기념 아닌가요.

당신이 어떻게 빤다는 건지 정말 모르겠군요."

말을 하면서 키득키득웃었다.

 

조금 있다가 두사람은 아래로 내려갔다.

쑤아가씨는 한 뭉치의 자기 손수건을 집어다 황홍지엔에게 주며 말했다.

"우선 이걸로 쓰시고 당신 손수건을 내게 주면 세탁해다가 드릴께요."

황홍지엔이 당황해서 연거푸 말했다.

""이거 도리가 아닌데...!"

쑤 아가씨가 입을 삐쭈거리며 말했다.

"당신 정말 답답하네요!  . 이러고도 어른이랄 수가 있어요? 빨리 이리 주세요"

홍지엔은 어쩔 수 없이 선실로 돌아가 한뭉텅이의 꾸깃꾸깃하고 꾀죄죄한 손수건을 꺼내오며 용서를 비는 듯 말했다.

"나도 스스로 세탁할 수 있는데...이거 너무 더러워서 당신이 보기만해도 정나미가 떨어질거예요."

 

쑤 아가씨가 얼른 빼앗아 들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당신같은 사람이 어쩌다 이지경이 되도록 구질구질해 졌어요?

당신 이 더러운 것으로 사과를 문질러 먹으려고 했어요?"

황홍지엔은 이일로 하루종일 황공스럽고 불안했고 연방 쑤 아가씨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했으며 그녀는 반대로 "맘이 여리군요"라고 대꾸 했다.

 

다음날 그는 쑤 아가씨를 대신하여 캔바스 천 의자를 옮겨 놓기위해 약간 힘을 쓰느라 와이셔츠에서 단추가 두개 떨어졌다.

쑤 아가씨가 그를 "뚱뚱이 아저씨"라고 놀리며 그에게 고개를 돌려 와이셔츠에서 떨어진 단추를 그녀에게 달라고 했다.

그가 항의해도 어쩔 수 없었고 쑤 아가씨가 말하는 것은 바로 실행해야만 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선의의 독재에 복종했다.

 

황홍지엔이 볼때 대세가 기울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겁이 나기 시작했다.

손수건을 빨아오고 양말을 꿰매고, 단추를 달고, 이런 것들은 모두 마누라가 남편에게 해야할 작은 의무이다.

스스로 어떤 근거로 이런 권리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남편의 권리를 누린다는 것은 그녀의 남편이라면 당연히 명분이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그녀는 왜 이런 식의 의무를 기꺼이 하려고 하는 것인가?

설마 자기의 언동이 그녀에게 남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황홍지엔은 모골이 송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