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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8p ~ 19 p(전종서의 위성)

아류는 대답대신 손으로 주머니 안에 있던 비녀 한개를 뜸을 들이며 꺼냈는데 그날 바오 아가씨가 던져 버렸던 바로 그 비녀였다.

그가 바닥을 청소하다가 세개중 한개를 줏은 것이다.

홍지엔은 처음에는 아류에게 욕을 하려고 했으나 그가 그것을 정중하게 꺼내며 마치 보물 다루듯 하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바오 아가씨가 매섭게 쏘아 부쳤다;

"당신 그렇게 좋아요?

당신 그렇게 좋다면 당신이 그에게 돈을 주든지... 난 어림반푼어치도 없어요!"

하더니 홱 몸을 돌려 가버렸다.

홍지엔은 아류가 기분 나빠서, 리 선생을 보고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을 막으려고 그냥 재수 없었는 셈치고 다시 그에게 얼마정도 돈을 주었다.

 

한사람이 갑판에 올라와  배가 구룡 부두에 접안하고 있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선할 중국인과 외국 승객들이 오기에, 홍지엔은 멀리 떨어진 곳에 몸을 숨겼는데 바오 아가씨를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부두에는 경찰, 짐꾼, 여관의 접객원들이 뒤엉켜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었고, 그 밖에 한떼의 사람들이 배를 향해서 손수건을 흔들고 손짓을 했다.

홍지엔은 그중 틀립없이 리 선생이 그중에 있으리라 생각했고, 이상하게 자세히 알고 싶었다.

 

어렵지 않게, 철계단이 부두에 내려지고, 입항 수속이 완료되자 승객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배로 몰려들었다.

바오 아가씨가 머리가 반쯤 벗어지고 커다란 안경을 쓴 피부가 까맣고 뚱뚱한 사람의 품안으로 달려들었다.

이 사람이 소위 그녀가 말하던 자기와 닮았다는 약혼자 였다니!

자신이 그와 닮았다고?

야, 정말 말도 안되는 모욕이다!

지금 명백히 알겠는데,그녀가 그때 한 말은 나를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계속 제딴에는 흡족하게 여기며 그녀가 얼마쯤 자기에게 반했다고 생각되어 우쭐해졌다.

그는 그녀를 이리저리 갖고 논것을누가 알겠는가 생각하면서 은근히 기뻐했다.

 

백두산 비적(長白胡子) 만큼이나 오래 묵은 말, 진부하기가 곰팡이가 날 것같은 그말;

"제일 무서운 건 여자야!"  그밖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홍지엔은 난간에 기대어 멍해져 있는데 생각치도 못하게 등뒤에서 쑤 아가씨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 선생 안내리셨네요, 무슨 생각 하세요?

사람들이 입을 삐쭉거리며 황 선생이 가버렸다고 하던데!  같이 가는 사람도 없이."

 

홍지엔이 고개를 돌려 쑤 아가씨를 보니 하늘하늘 예쁘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 귀신이 자기에게 시켰는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당신과 동반하게 해주신다면..., 바로 내가 복도 없다고 걱정하고, 자격도 없지만!"

 

그는 이런 주제넘은 말을 하면 당연히 완곡한 거절이 되돌아올 것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쑤 아가씨는 두 뺨에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화장 아래에서 얼굴이 갑자기 발갛게 상기되었다.

그것은 마치 종이에 얼룩이 배어드는 것 같았고 순식간에 얼굴 가득 퍼졌으며 그렇게 수줍어 하는 모습이 퍽이나 매혹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부끄러워서 눈도 바로 못 뜨면서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 크게 체면 따질 건 없어요!"

홍지엔은 손을  펴면서 말했다.

"나는 원래부터 주장해 왔지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체면을 봐주려 들지 않습니다."

 

쑤 아가씨가 말했다.

"마장원을 찾아 머리 하러 가려는데 같이 갈래요?'

홍지엔이 말했다.

"그것참 신기하군요! 나도 막 이발소에 가려 했는데.

우리 머리 하고 나서 홍콩에 가서 산에 올라 구경하고, 산에서 내려오면 제가 점심을 살께요,

그리고 식사 하고나서 천수만 에 가서 차를 마시고, 또 저녁때는 영화를 봅시다, 어떠쎄요?"

쑤 아가씨는 웃으며 말했다;

"황 선생, 당신은 생각하는게 정말 빈틈이 없군요! 하루 일이라도  전부 계획을 하시네요."

그녀는 황홍지엔이 단지 출국할때 배를 타고 홍콩을 한바퀴 유람해 보았을 뿐이고 지금은 그나마 방향도 모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20분후 아류가 옷보따리를 가지고 식당으로 와 불란서 총지배인의 조사를 받고 배에서 내리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선실 창문으로 흘끗보니 황홍지엔이 쑤아가씨 뒤에서 손으로 허리를 부축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의아함을 참을수 없었고, 또 탄복했으며, 또 경멸했다.

그는 복잡한 심정을 표시할 방법이 없었고 그냥 "퇴"하는 소리와 함께 누런 가래침을 사납게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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