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관계는 바로 이렇게 결말이 나는 것인가?
그가 베를린 대학에 있을 때 유명한 일본의 스프랑거(Spranger) 의 애정(Eros) 강연을 들었다.
애정과 성욕은 같은데서 나온 쌍둥이 같은 것이라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것이라고 했다.
성욕은 결코 애정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애정 역시 성욕에서 승화된 것은 아니다.
그는 사랑에 대한 안내서를 한권 읽어 보고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이 각각 어떻게 다른가 알게 되었다.
바오 아가씨는 마음과 영혼의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변심했다기 보다는 처음부터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가게 되면 고기는 맛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어쨋든 자기로서는 손해 본게 없으며 아마 큰 이익을 본 셈이니 아무것도 원망할 일이 없는 것이다.
황홍지엔은 이런 교묘한 말과 정밀한 계산으로 자위했으나 실망스러웠고, 정욕을 사기 당했으며, 손상된 거만한 자존심 때문에 납작 업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오뚜기처럼 아래로 밀면 또 굳건히 다시 서지만 어쨋든 상당히 흔들거릴 수 밖에 없다.
다음날 날이 훤해오자 배는 속도를 줄였고 기계소리는 리드미컬하게 바뀌었다.
황홍지엔과 같은 선실을 쓰던 승객도 벌써 물건들을 치워 놓았는데 황홍지엔은 여전히 드러 누워서 상념에 잠겼다.
바오 아가씨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후일 다시 만나고 싶었고 어쨋든 예의 바르게 인사를 차리며 그녀를 보내고 싶었다.
아류가 갑자기 나타나서 뭐가 기분이 언짢은지 얼굴을 찌프리며 그에게 팁을 달라고 하였다.
홍지엔이 화를 내며 말했다;
"무엇때문에 지금 돈을 달라는거지? 상해에 도착하려면 아직 며칠 더 걸릴텐데."
아류가 중얼중얼 말하기를 쑨 씨등 몇명이 도박을 하던 날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프랑스 지배인이 조사하러 왔었는데 한바탕 싸움이 붙어 자기 밥그릇이 날아가게 되었다고 하며 조금 기다렸다가 해고 되면 바로 하선할 거라고 했다.
홍지엔은 그말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그가 내쫏겼다니 그것참 잘됬다고 쾌재를 불렀다..
아침 식사때 오늘 하선할 몇몇 사람들은 모두 잔뜩 풀이 죽어있었다.
쑨씨 마누라는 눈이 벌게 져서 눈두덩이가 눈물이 곧바로 쏫아지기 직전이었다.
마치 여름날 새벽 꽃잎에 내린 이슬처럼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주루루 쏫아징 것 같았다.
바오 아가씨가 식사 서빙하는 사람이 바뀐 것을 보고 아류는 어디 갔느냐고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황홍지엔이 그녀에게 물었다.
"짐이 많은 것 같은데 내가 하선할때 도와 줄 까요?"
그녀는 소원한 어조로 말했다.
"고맙기는 하군요! 당신 수고까지 끼칠 필요는 없어요, 리선생이 나를 데리러 배에 올라올 거예요."
쑤 아가씨가 말했다.
"당신 황선생을 리 선생에게 소개해 주면 되겠네."
황홍지엔은 화가 나서 쑤 아가씨의 비쩍 마른 신체안의 모든 뼈와 근육을 모두 모두 석회가루처럼 뭉개 놓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표현이 조금 이상함)
바오 아가씨 역시 그녀 말에 대꾸하지 않고 우유를 마시고 있다가 서둘러 일어나 아직 물건들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홍지엔은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든 말든 생각할 겨를이 없이 잔을 놓아두고 따라 나갔다.
바오 아가씨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황홍지엔이 그녀를 부르자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나 지금 바빠요.당신과 한가히 대화할 틈이 없어요."
황홍지엔이 성질이 나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마침 그순간 아류가 귀신같이 나타나서 바오 아가씨에게 팁을 요구했다.
바오 아가씨의 눈에서 불꽃이 튀면서 소리쳤다.
"식사 서빙한 것은 어제 진작 주었지 않소. 당신 아직도 무슨 팁이 남았다고 하는거예요?
더구나 내 선실은 당신 담당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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