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막 말을 하려고 하는데 앞서 가던 일행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당신들은 어떻게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보지! 느릿느릿 따라오는게 우리가 들을까봐 겁나서 그러는 거아냐?"
두사람은 아무 말도 못했다.
서둘러 배에 오른후 모두들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헤어졌다.
황홍지엔은 샤워를 하고 선실로 돌아가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앉았다.
그는 마치 임신한 여인이 인공 유산 한 것같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념이 자꾸 일어나 그걸 억지로 지웠다.
아마 바오 아가씨의 그말은 결코 무슨 뜻이 있어 말한게 아닐테지만 스스로 체면을 깍아내린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갑판위에는 적재 화물이 쌓여있고 회랑에는 두명의 순찰 경비원이 있어서 일 없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 안딀 수가 없다.
스스로 생각을 결정하지는 못했으나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 갑자기 경쾌한 구둣발 소리가 들렸는데 바오 아가씨의 선실 쪽에서 들려왔다.
황홍지엔의 가슴이 순간 뛰기 시작했고,그 발걸음은 밟을 때마다 마치 한발작 한발작이 모두 자기 마음 속을 밟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발자국은 반쯤가다 멈추었다.
그는 마음이 온통 그 발걸음에 가있어 꼼짝도 못하고 있었고,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다행히 다시 발자국 소리는 계속 경쾌히 다가왔다.
황홍지엔은 더이상 의심하지 않았지만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고 신이 나서 큰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얼른 침대에서 뛰어내려 슬리퍼도 안신고 바로 커튼을 열었다.
금새 바오 아가씨가 늘 사용하는 땀띠약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황홍지엔이 잠에서 깨어났을때 햇볕이 창에 가득했고 시간을 보니 아홉시가 조금 넘었다.
그는 이 하룻밤의 잠이 너무 달콤했고 꿈한번 꾸지 않고 너무 잘 잤다고 생각하고 어쩐지 그 잠을 "흑첨향 (黑甛鄕 - 어둡고 달콤한 고향)"이라 부르고 싶었다.
게다가 바오 아가씨의 피부가 검다는 생각을 하니 유쾌한 웃음이 절로 났고 그녀를 만나면 "흑첨 (黑甛 - 검은 탈콤함)"부르겠다고 생각했다.
또 검고 달콤한 것을 연상하니 쵸코릿이 생각났는데 아쉽게도 불란서산 쵸콜릿은 않좋았다.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이것을 먹기도 쉽지 않았는데, 그렇지만 않았다면 벌써 그녀에게 한 곽 사주었을 것이다.
침대에서 게으름을 부리며 아무 생각이나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는데 바오 아가씨가 밖에서 선실을 두드리며 "게으름뱅이 (懒虫) "라고 놀리며 빨리 일어나서 같이 육지에 놀러 가자고 했다.
그가 머리 빗고 세수를 끝낼때까지 한참이 걸렸고 그사이 그녀는 화장을 했다.
식당은 이른 시간에 일찍 열었기 때문에 그들 두사람의 아침식사는 별도의 요금을 내야했다.
그때 그들의 테이블을 서빙하던 웨이터는 바로 황홍지엔의 선실을 관리하던 아류(阿劉)였다.
그들이 식사를 끝내고 가려하자 아류는 바로 테이블위의 물건들을 치우려 하지 않고 그들을 보면서 히죽히죽 웃으며 그들 두사람을 보면서 손을 쑥 내밀었다.
손바닥 안에는 세개의 여자들 머리에 끼는 비녀가 있었다.
그는 광동 어투로 느믈느믈 말했다.
"황선생님, 이건 방금 내가 손님 침대커버를 펴다가 줏은 겁니다."
바오 아가씨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고,그러지 않아도 큰 눈을 더욱 크게 떴다.
황홍지엔은 아찔한 생각이들어 스스로 자기의 불찰을 탓하며 일어날때 한번 휘둘러보고 줏어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얼른 삼백프랑을 꺼내 아류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거 가져! 그건 내게 주고."
아류는 고맙다고하며 자기는 정말 믿을 만하며 함부로 말하지 않겠노라고 했다.
바오 아가씨는 다른 곳을 보며 그냥 모르는 척했다.
식당을 나와 황홍지엔이 미안해하며 비녀를 바오 아가씨에게 주자 그녀는 화를 내며 땅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누가 이런게 필요하대요! 그따위 놈의 더러운 손때 탄것을!'
이일로 그들은 하루 종일 재수가 없었고 아무것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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