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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법원 풍경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요즘 우리나라 날씨는 꽤나 절도가 있어서 9월3일 일요일 아침저녁 선선해지기 시작하더니 9월4일엔 완전 가을 날씨다.
금년 여름이 올때 역시 갑자기 어느날부터 더워졌던 것 같다.
이렇게 봄,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슬그머니 바뀌질 않고 느닷없이 바뀌는 품이 꼭 우리나라 정치가 움직이는 듯 정신이 하나 없다.

개혁... 또 개혁...
우리가 이전에는 마치 몹쓸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다는 듯이 몰아친다.
이렇게 제욕심을 합리화 시켜 얄팍한 이익이나 챙기려는 무리들과 달리 민초들은 하나도 바뀌지 않고 여전히 암담한 현실을 어쩌지 못하고 그저 살아갈 뿐이다.

얼마전 법원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시간이 많이 남는 바람에 여기저기 재판구경을 했다.
어떤 30대 젊은이가 재판을 받으러 왔는지 법원 벤치에 앉아있고 수많은 가족들과 함께하고있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한떼의 사람들이 몰려와 다시 알은체를 했는데 옆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사돈어른들인듯.
온 가족이 모여 마치 축제같은 분위기로 기념촬영은 안했지만 와글와글하다.
무슨 죄목으로 왔나했더니 예비군법 위반이었다.

죄목 - 살인 강도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
아까와 비슷한 연배의 젊은이가 포승줄에 칭칭 동여매인채 피고석에 앉아있고 방청석 한구석에 그의 어머니인듯 할머니가 손주아이(두어살쯤 되어 보임)를 업고 연신 눈물을 찍어대고 있다.
다른 가족은 아무도 없었는데 짐작컨대 애 엄마는 생활고로 아이를 버리고 달아났겠지.
죄가 중할수록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또 그동안 여러가지로 주변을 괴롭히다 보니까 도와줄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렸으리라.

이런게 서민들이 살아가는 현실인게지.
법원 뜰앞에 서니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 바람이 몹시 썰렁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