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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장군과 상이군인

10월초 어느 국군의 날.
여느때처럼 저녁 7시경 퇴근후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만원 지하철 속에서 70대로 보이는 남루한 차림의 노인이 반쯤 술이 취한채 큰소리로 떠들었다.
자기가 6.25참전 상이군인인데 이 사회가 너무 자기들, 6.25 참전 용사들을 너무 박대하고 있다는 요지였는 것 같다.
하도 욕을 섞어가며 거칠게 떠드니까, 또한 나이도 지긋한 상이군인이 신세한탄을 하는데 감히 뭐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 승객 모두가 짜증속에 참고 가는수 밖에 없었는데....

경로석에 앉아 있던 80대 초반쯤 보이는 신사가 보다못해 큰소리로 한마디 했다. " 거 6.25 참전용사인건 알겠는데 좀 조용히해!" 기세등등 떠 들던 상이군인이 갑자기 나오는 고성에 움찔 했으나 다시 시빗조로 재반격에 나섰다." 당신이 뭔데 떠들지마라 어쩌구 하는 거야."
그러자 늙은 신사 역시 조금도 기가 꺾이지 않고 맞 받아쳤다. " 그래 나도 6.25 참전용사야. 지금 성우회 모임에 갔다오는 길인데 자네 너무 심하게 떠드는구먼."
그랬더니 상이군인 이 약간 움찔하면서도 되 받았다."성우회가 뭔데?" "그것도 몰라? 장군들 모임이야."

"장군이란 말도 들었으니 이제 그만 좀 잠잠해 졌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모든 승객들의 바램을 묵살하고 상이군인 은 술기운에 힘입어 계속 시빗조로 말을 이어갔다. " 장군이면 어쩌란거야?"
노신사도 이젠 인내력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을 법하건만 의외로 조용히 받았다. " 어디서 근무했어? 다치기는 어느 전투에서 다쳤어?" 이런 말이 오고 가다가 "자네 몇살이야? 하자 기세등등하던 상이군인이 갑자기 풀이죽어 " 일흔 다섯인데요"하며 공대하기 시작하더니 "살기는 괜찮아?" 하는 말에 원자탄 맞은 일본천황처럼 무조건 항복. 순한 양이 되어 조용히 "네. 그런대로 삽니다."

완전한 제압. 원동력은?
그건 계급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늘 내세우는 나이 였을까?
아뭏든 잘 모르겠다. 서양인이라면 더욱 이해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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