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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이야기

DMZ 마라톤

9월 10일.
쾌청한 그리고 약간 쌀쌀한 가을.

새벽 6시에 잠실서 대회버스를 타고 세시간쯤 달려 양구 어느 포병부대 연병장에 도착.
적당히 쌀쌀하고 가을의 태양빛은 따사롭기만하다.
시골 지역유지들(군수와 경찰서장) 그리고 지역주둔 군부대장이 주관이된 조촐한 마라톤대회.
참가자는 2000명정도(?) - 잘 모르겠다 - 사단장 한분, 연대장 두분이 5km 경기에 참가하고 10km 및 하프코스에 근처 각급부대 장병들이 70%정도 민간인이 30%정도였는듯하다. .

군악대의 경쾌한 행진곡연주와 다소 엉성한 구령의 스트레칭을 마치고 하프코스 스타트라인에 섰다.
주위에보이는 풍경은 한마디로 첩첩산중 그리고 내앞에 주욱 나있는 신작로가 전부다.
사회자가 "총소리와 함께 하프참가자들 출발하시기 바랍니다."고하자 처음 마라톤대회에 와본 사병들의 대화 - "야 진짜 실탄 쏘냐?" "얀마. 공포탄이겠지. 이렇게 사람 많은데 설마 실탄 쏘겠냐?"
역시 최전방 분위기 답다.

"타앙" 총소리와함께 전원 내달린다.
시작과 함께 2km정도 계속되는 내리막길을 지나 1km 평지길을 달리니 호젓한 흙길로 접어든다.
양옆 철조망 곳곳에 삼각형 지뢰표시가 철조망에 매달려있다.
이윽고 나타나는 맑은 물이 흐르는 깨끗한 계곡. 청정 양구 - 정말이다.
경치는 그만이고 시원한 바람이 반갑게 맞는다.
이런데서 쾌적하게 뛰는 행복함.
정말 잘왔다.
주로는 너무 깨끗해서 쓰레기 비슷한 것도 없다.
그바람에 12km 간식대에서 얼결에 먹고난 바나나 껍질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다음 17km급수대까지 들고 뛰었다. 너무나 깨끗한 DMZ마라톤 주로에 감히 쓰레기를 버릴순 없지.

주로엔 1km 마다 정확히 거리표시를 해놓았고 5km급수대마다 장병들이 참가자들을 박수로 격려한다.반환점 지나 돌아가는길 군장병들은 장거리 연습이 안되었던지 걷기도하고 뛰더라도 힘들어하는 것 같다.마라톤이 훈련없이 젊음이나 힘 만으로 되는건 아니다.
헌병 표시 검은 티셔츠의 군인아저씨가 15km지점에서 걷는다.
" 헌병 화이팅" 하자 우렁찬 목소리로 "화이팅, 화이팅"하면서 다시 내달리기 시작한다.
젊음, 그래 좋은거다.

코스 내내 신나게 달린다.이윽고 결승점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스타트할때 본 내리막길이 지금보니 거의 평지와 같다. 착시 현상이었나? 아까는 분명 내리막이었는데...그래서 돌아갈 길을 겁냈는데...
기분좋게 달린 1시간 55분, 피니시라인을 통과.
완주를 마친 장병들은 너도나도 참가기념메달이 신기한듯 모두들 목에 주렁주렁 걸고있다.
기념메달은 DMZ Marathon이라고 쓰여있는 바탕에 철조망너머 달리는 사람이 새겨진 커다란 인식표(군번표)모양이다. 참으로 이름과 어울리는 실감나는 멋진 메달이다.

줄을 서서 잔치국수를 한그릇씩 받아들고 종합취사장에 들고가서 장병들과 함께 식사.
오랫만에 군대기분을 맛보며 감개무량한 식사를 아들녀석 같은 군인들과 함께 하니 나도 30년전으로 타임머쉰을 타고 되돌아간 기분이 든다.
식사를 미치고 함께 참가한 친구들과 빨간 고추를 햇빛아래 널어 말리고 있는 부대앞 가게에 갔다.
막걸리를 찾으니 요즘 젊은이들은 막걸리를 안먹어 자꾸 쉬기 때문에 안갖다 놓는다고한다.
할수없이 맥주를 시켜놓고 60대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와 변해가는 세태 얘기를 나눈다.

파아란 하늘, 초록 빛 첩첩 산봉우리들, 햋빛아래 널어놓은 빠알간 고추.
첨 느껴보는 2006년 가을.
며칠 전만해도 찌는듯한 여름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