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째 누나가 거리에서 집으로 달려왔다.
그녀 역시 큰 배를 쑥 내밀고 있었고, 유방의 땀에 그녀의 회색 군복이 푹 젖어있었다.
새의 신과 비교해서, 그녀의 달리는 솜씨는 매우 굼떴다.
새의 신은 팔을 휘두르며 뛰는데, 다섯째 누나는 두 손으로 배를 부둥켜안고 뛰었다.
다섯째 누나는 마치 마차를 끌고 언덕을 올라가는 암말 같이 숨을 헐떡거렸다.
상관집안의 몇 자매 중에서 상관펀디의 몸매는 가장 풍만했고, 몸집도 제일 컸다.
그녀의 두 유방은 사납고 무지막지하며, 기체로 꽉 차서 두드리면 '둥둥' 소리가 날 것 같았다.
큰 누나는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손을 뻗으면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에, 하수구를 통해 쓰마 집 넓은 정원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녀는 시큼한 땀 냄새를 쫓아 등불이 환하게 켜진 방으로 접근했다.
정원 안의 청석을 깐 바닥에 푸른 이끼가 끼어 미끄러웠다.
너무 떨려서, 큰 누나의 심장이 목구멍을 쳤고, 아무 말이나 막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의 칼자루를 쥔 손에서 경련이 일어났고, 입안에서는 한 가닥 미꾸라지 맛까지 났다.
그녀는 격자문 틈으로 놀랍기도 하고, 마음이 뒤흔들리는 정경을 보았다.
커다란 양초 하나가 촛농을 흘리고 있었고, 촛불의 흔들림에 따라 육신의 그림자가 펄럭였다.
푸른 벽돌 바닥에는 상괸펀디와 장 정치위원의 회색 군복이 어지러이 널려있었고, 두꺼운 천 양말 한 짝이 살구색 변기통 옆에 널브러져 있었다.
상관펀디의 벌거벗은 몸이 장리런(蒋立人)의 검고 수척한 몸 위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큰 누나는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하지만 동생의 봉긋이 솟은 엉덩이와 등줄기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땀방울을 마주하자 그녀는 머뭇거렸다.
그녀는 철천지 원수 장리런을 죽여야 했으나 그는 빈틈없이 차단되어 있었다.
그녀는 칼을 높이 쳐들고 소리쳤다. "너희들을 죽일 거야! 난 너희들을 죽여야 해!"
상관펀디가 몸을 돌려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장리런은 이불을 당겨 올리고, 큰 누나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눌러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는 큰 누나 얼굴의 검은 천을 제쳐보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일 줄 알았어."
다섯째 누나가 문 앞에서 소리쳤다. "일본이 항복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거리를 향해 달려가며, 손에 잡히는 대로 나를 끌고 갔다.
그녀의 손은 땀에 젖어있었고, 그녀의 땀은 시큼했다.
나는 이 시큼한 땀 냄새에서 담배 냄새를 판별해 낼 수 있었다.
이 냄새는 다섯째 매형 루리런(鲁立人)에 속하는 냄새였다.
그는 소멸된 샤(沙) 여단과의 전투에서 영웅적으로 희생당한 루(鲁) 대대장을 기념하여 그의 이름 장리런에서 성(姓)을 루(鲁)로 바꾸었다.
루리런의 냄새는 다섯째 누나의 땀을 통해 거리에 날아 흩어졌다.
폭파대대는 거리에서 환호작약 했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사람들은 일부러 서로 부딪치고, 서로 때렸다.
어떤 사람은 흔들흔들하는 종루에 기어 올라가, 오래된 동종을 쳤다.
거리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들 중에는 꽹과리를 든 사람도 있었고, 젖 짜는 산양을 끌고 온 사람도 있었고, 연잎에 싱싱한 고기를 싸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
두 젖꼭지에 구리 방울을 매단 여인이 각별히 주의를 끌었다.
그녀는 펄쩍펄쩍 뛰며 괴상한 춤을 추었는데, 뛸 때마다 유방이 위로 치솟고 아래로 떨어지고 하면서, 구리 방울이 맑은 소리로 울렸다.
사람들은 흙먼지 더미를 발길로 차올렸다. 사람들은 모두 목이 쉬었다.
새의 신이 군중들 속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벙어리가 주먹을 쳐들고 그에게 가까이 오는 사람들마다 때리고 있었다.
얼마 후, 한 떼의 병사들이 나무 몽둥이를 들 듯, 루리런을 쓰마 집안 대 정원에서 번쩍 들고 나왔다.
병사들은 그를 공중에 헹가래 쳤다. 헹가래 친 높이는 나무 꼭 때에 닿았고, 떨어져 내리면 다시 헹가래 늘 치고...."하이야! 하이야! 하이야!"
다섯째 누나는 배를 감싸고,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리런, 리런"
그녀는 병사들 속으로 끼어들려고 했지만, 매번 병사들의 굳은살이 박인 엉덩이에 막혀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군중들의 광희(狂欢)에 놀란 태양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태양은 빠르게 땅에 올라앉았고, 모래 언덕 위의 나무에 기대어 편안하게 몸을 풀었다.
태양 전체가 피같이 빨갛게 되면서 온몸의 물집에서 땀이 흘러나와, 열기를 발산했다.
그것은 마치 늙은 할아버지가 숨을 헐떡이면서 거리의 군중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먼저 한 사람이 먼지 흙먼지 속에 주저앉자 새까맣게 따라오던 사람들도 흙먼지 속에서 주저앉았다.
치솟아 오른 흙먼지가 천천히 떨어졌다. 사람들 얼굴 위에 떨어지고, 사람들 손 위에 떨어지고, 사람들의 땀에 젖은 옷 위에 떨어졌다.
핏빛 붉은 태양빛 속에서, 거리에는 남자들이 강시(僵尸: 썩지 않고 굳어진 시체) 같이 새까맣게 누웠다.
저녁 무렵, 소택지와 갈대밭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기차가 철교를 달려오는 소리가 유달리 똑똑히 들렸다.
사람들은 모두 귀를 쫑긋하며 들었다.
아니 어쩌면 나 혼자만 귀를 쫑긋하며 들었는지도 모른다.
항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상관진통은 유방에게서 버림받았다.
나는 죽고 싶었다.
나는 우물이나 강에 뛰어들려고 했다.
군중 속에서 어떤 황색 창파오(长袍: 중국 고유의 긴 남자 옷)를 입은 사람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앞에 있는 흙더미에 그녀의 파오즈와 같은, 거리의 모든 것들과 똑 같은 색깔의 것을 끄집어내었다.
하나 꺼내고, 다시 하나 꺼냈다.
사람들의 놀라서 도롱뇽 같은 소리를 질렀다.
셋째 누나, 새의 신이 항전 승리를 경축하는 기쁨 속에서 두 남자아이를 낳은 것이다.
새의 신과 그녀의 아이들은 잠시 사람들 각자의 고뇌를 잊게 했다.
나는 슬그머니 앞으로 걸어가서 이 두 명의 외조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다. 나는 남자들의 다리를 건너고, 남자들의 머리를 건너뛰어, 결국 두 황토색 꼬마 놈들 몸과 얼굴에 가득한 주름을 보았다. 그들의 머리는 민둥민둥해서 정말 푸르뎅뎅한 조롱박과 똑같았다.
그들이 입을 벌리고 울자, 그 모양이 겁났다. 알 수 없는 느낌이지만, 이 두 녀석의 몸이 잉어처럼 두꺼운 비늘로 빠르게 덮힐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다가, 실수로 어떤 남자의 손을 밟았다.
그는 흥흥거리기만 할 뿐, 나를 때리지도 욕하지도 않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얼굴에 묻은 먼지를 털어버리고, 그가 누구인지 나에게 똑똑히 보게 했다.
그는 다섯째 매형 루리런이었다.
루리런은 무엇을 찾고 있나?
그는 다섯째 누나를 찾고 있었다.
다섯째 누나는 힘겹게 담 옆 풀 위에 앉아있다가, 루리런의 품속으로 달려 들더니 그의 머리를 안고, 마음껏 주물렀다.
"승리했어, 승리했어. 결국 승리한거야."
그들은 낮은 소리로 중얼중얼하며, 서로 애무했다.
"우리 아이 이름은 승리(胜利)라고 지어요" 다섯째 누나가 말했다.
이때 태양 할아버지가 피곤했는지 잠자러 들어갔고, 달이 맑은 빛을 뿌렸다. 그것은 마치 아름다운 빈혈과부 같았다.
루리런은 다섯째 누나를 부축하고 가려고 했는데, 생각만 하고 미처 가지 않은 그때, 둘째 매형 쓰마쿠가 인솔하는 그의 항일별동 대대가 마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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