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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륙의 여인 <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8장 (5/5)

나의 존귀한 두 외조카 여자아이도 당연히 잊으면 안 된다.

그녀 둘의 낙타는 상관자오디의 낙타 바로 뒤에서 따라왔는데, 낙타의 두 개의 육봉 사이에 밧줄이 두 가닥 있어서 백랍으로 짠 의지 모양의 짐바구니 두 개를 연결해 놓았고, 왼쪽 바구니에는 머리 가득 생화를 꽂은 여자아이 쓰마펑이, 오른쪽 바구니에는 역시 머리 가득 생화를 꽂은 쓰마황이 타고 있었다.

이어서 내 눈앞에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미국인 배빗이었다.

제비의 나이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처럼 나는 배빗의 나이를 짐작할 수없었다. 하지만 그의 민첩하게 반짝이는 초록색 고양이 눈 속에서 나는 그의 대단한 젊음을 느꼈다. 그는 당장 암탉 등 위로 뛰어올라 가도 수정란을 만들 수 있는 한 마리의 어린 수탉 같았다.

그의 머리에 있는 깃털은 진짜 광채가 나고 있지 않은가?

그는 낙타를 탔고, 낙타가 요동치는 대로 흔들렸지만, 아무리 흔들거려도 그의 전체 신체의 자세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마치 부유물에 묶여 강물에 던져진 나무 인형 같았다.

그의 이런 능력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았다.

나중에 우리가 배빗이 미국 공군 조종사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에서야, 나는 겨우 배빗이 낙타를 타고 있을 때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것처럼 느꼈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는 낙타를 탄 것이 아니라 낙타표 폭격기를 몰고 가오미 동북향 제일 큰 쩐(镇 : 진 - 도시), 황혼이 짙어가는 거리에 내려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군해 오는 쓰마팅은 비록 영광스러운 쓰마 가족의 일원이기는 했지만, 의기소침했고 활기가 없었다.

그가 탄 낙타 역시 풀이 죽어있었고, 거기다 한쪽 다리까지 절고 있었다.

루리런은 정신을 차리고 쓰마쿠의 낙타 앞으로 걸어가서 오만하게 먼지를 일으키며 경례를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쓰마 지대장, 거국적 경축일에 귀 군대가 아군 근거지에 손님으로 온 것을 환영합니다."

쓰마쿠는 웃느라고 몸이 크게 흔들려 낙타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그는 낙타 육봉 위의 털을 두드리며 양쪽에 있는 노새병과 앞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그가 내뱉고 있는 똥 같은 말을 들었냐? 근거지? 손님?

무식한 놈, 여기는 이 어르신의 집이고, 이 어르신의 피의 땅이야. 내 어머니가 나를 낳으실 때  바로 여기 거리 위에서 피를 흘리셨어! 네놈들 빈대 같은 놈들아.  우리 가오미 동북향의 피를 실컷 빨아먹었으면 이제 갈 때가 되었어.  꺼져버려! 너희들 토끼굴로 돌아가고 우리 집을 내놓아."

정원 안에는 등불이 환했다.

높은 은촛대에 십여 개의 밝은 양촛불이 꽂혔다.

나는 모친 주위에 많은 사람이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둘째 매형 쓰마쿠가 모친에게 그의 보배를 보여주는 중이었다.

그것은 한번 누르면 하나의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라이터였다.

쓰마 도령이 먼 데서 그의 아버지를 보았는데, 시선이 냉담했고 친근감은 전혀 없었다.

모친이 탄식하며 말했다. "저 애를 너희에게 돌려줘야겠다.  불쌍한 녀석. 지금까지 이름도 없었어."

쓰마쿠가 말했다. "창고(库 중국 발음 쿠, 자신의 이름)가 있으면 양식(粮: 중국발음 량)도 있는 거니까, 그를 쓰마량이라고 부르세요."

모친이 말했다. "들었지? 네 이름은 쓰마량인 거야."

쓰마량은 힐끗 쓰마쿠를 보았다.

쓰마쿠가 말했다. "잘 있었냐? 넌 나 어렸을 때와 똑같구나.

장모님 감사합니다. 우리 쓰마 집안의  뿌리를  지켜주셔서.

앞으로는 행복을 누리시기만 하세요. 가오미 동북향은 우리 천하니까요."

모친은 가부를 말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둘째 누나 자오디에게 말했다. "네가 정말 효심이 있다면, 나에게 곡식이나 몇 섬 쌓아 주거라. 나는 굶는 게 두렵다."

둘째 날 저녁, 쓰마쿠는 성대한 축하 잔치를 열었다.

첫째, 항전 승리를 경축하고, 들째, 그가 다시 고향에 돌아온 것을 경축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마차 하나의 폭죽을 연결하여 열 줄의 폭죽을 만들었고, 그것을 여덟 구루의 홰나무에 싸매었다.

또 이십여 개의 무쇠솥을 깨부수고 폭파대대가 지하에 묻어 감춰놓았던 화약을 파내어 하나의  대폭죽으로 만들었다.

그 폭죽들은 한밤중까지 터졌고, 여덟 구루 홰나무에 있던 푸른 잎과 잔가지들이 깨끗이 사라졌다.

대폭죽은 찬란한 불꽃을 쏫아냈으며, 하늘 반쯤이 녹색을 띠었다.

그들은 수십 마리의 돼지를 잡았고, 소도 십몇 마리 도살했다.

또 열댓 항아리의 오래 묵힌 술도 파냈다.

고기가 삶아지자  큰 통에 담아 거리 한복판에 있는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고기에는 몇 자루의 칼을 꽂아놓아 누구나 와서 잘라먹을 수 있게 했다. 누가 돼지 귀를 잘라 탁자 옆에 있는 개에게 던져준다 해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았다.

술 항아리는 고기 탁자 옆에 놓였고, 술 항이리 가생이에 철제 바가지를 걸어놓아 누구나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게 했다.

누가 술로 목욕을 한다 해도 아무도 막을 사람이 없었다.

이날은 먹는데 걸신들린 사람들에게 최고의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장가네 큰아들 장치엔이 과도하게 먹고 마시다가 기껏 길바닥에서 죽었는데, 사람들이 그의 시신을 수습할 때, 술과 고기가 그의 입과 콧구멍에서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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