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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륙의 여인 <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8장 (1/5,)

 

 

나는 온돌에서 기어 내려와, 눈을 아직 완전히 뜨지  않은 상태에서 모친의 앞가슴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거칠게 모친의 옷을 잡아 올리고, 입을 벌려 한쪽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갑자기 화끈화끈한 느낌이 내 입 속에서 퍼지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나왔다.

나는 젖꼭지를 뱉고, 억울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해서 고개를 쳐들었다.

모친이 내 머리를 토닥이며,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진통아, 너도 이제 일곱 살이니, 사내대장부가 된 거야. 이젠 당연히 젖을 끊어야 돼."

모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통은 여덟째 누나 상관위니(玉女)의 은방울 같은 맑은 웃음소리를 들었다.

진통은 눈앞이 캄캄해져서, 얼굴을 하늘로 쳐들고 땅에 넘어졌다.

그는 절망적으로, 두 개의 젖꼭지에 고추가 칠해진, 유방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공중으로 솟구치는, 두 마리의 눈이 빨간 비둘기 같았다.

그에게 젖을 끊게 하려고 모친은 유두에 생강, 마늘, 심지어 닭똥 끼지 발라놓았었는데, 이번에는 고추기름으로 바꿔 칠한 것이다.

모친이 매번 젖을 끊게 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나는 쓰러져 죽은 척했고 그 때문에 모친은 번번이 실패했다.

나는 이번에도 땅에 엎어져, 모친이 전에 그렀던 것처럼 젖꼭지를 씻으러 가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밤에 꾸었던 악몽이 눈앞에서 분명하게 전개되었다:

모친이 유방을 잘라서 땅에 던지며 말했다. "빨아먹어, 빨아먹어. 내가 빨아먹게 해 줄 테니!"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유방을 물고 달아났다.

모친은 나를 일으켜세위, 식탁 머리에 눌러 앉혔다.

그녀의 얼굴 표정은 엄숙했다. "뭐라고 해도 네가 젖을 끊게 만들 거야!" 모친은 결연하게 말했다. "설마 네가 모진 마음을 먹고, 나를 말려 죽이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진통아, 그런 거야?"

쓰마 도령, 샤차오화, 여덟째 누나 위뉘(玉女)가 식탁머리에 앉아 국수를 먹다가, 나를 경멸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있다.

상관뤼스(吕氏)는 아궁이 옆, 재 무더기에서 냉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바람에 날아갈 정도로 말라있었고, 노출된 피부는 잔디같이 군데군데 파여있었다.

쓰마 도령은 젓가락으로 국수 한 가락을 높이 쳐들어, 흔들든들 하는 국수 가락을 내 앞에서 뽐내 보였다.

그 국수 가닥은 벌레같이 그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것을 보고 나는 구역질이 났다.

모친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한 그릇을 식탁 위에 놓고, 한쌍의 젓가락을 내게 주며 말했다. 먹어 봐. 여섯째 누나가 민 국수야."

아궁이 옆에서 상관뤼스에게 밥을 먹여주던 여섯째 누나가 원수 보듯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몇 살인데, 아직도 젖꼭지를 물고 있냐, 이 못난 놈아!"

나는 국수 그릇을 여섯째 누나 몸에 던졌다.

여섯째 누나가 얼른 일어났으나, 몸에 벌레 같은 국수 가락이 덕지덕지 걸렸다.

그녀가 화가 나서 말했다. "엄마. 엄마가 저 애를 너무 귀여워했어요!"

모친은 내 두통수를 손바닥으로 한 대 때렸다.

나는 여섯째 누나에게 달려들어, 두 손으로 그녀의 유방을 확 움켜쥐었다.

나는 두 유방에서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마치 쥐에게 날개를 물린 병아리 같았다.

여섯째 누나는 급히 일어났고, 아파서 허리를 굽혔다.

나는 힘껏 그녀를 쥐었고, 손을 풀지 않았다.

그녀의 가늘고 긴 얼굴이 노래졌고, 그녀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엄마, 엄 마, 이 애 좀 보세요...."

모친은 내 머리통을 후려갈기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런 나쁜 새끼!"

나는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다.

내가 깨어났을 때, 두통으로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쓰마 도령은 무관심하게 그의 고공 국수 먹기 장난을 계속하고 있었다.

샤자오화는 사발 가생이에  처박고 있던, 국수가 묻은 얼굴을 쳐들었다.

하지만 나 보기를 겁냈고, 동시에 나는 그 애가 나에 대해서 경탄하는 마음을 잔뜩 품고 있다고 느꼈다.

유방에 상처를 입은 여섯째 누나는 문틀에 앉아 훌쩍였다.

상관뤼스는 음험하게 나를 노려보았다.

상관루스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허리를 굽히고, 바닥에 떨어진 국수를 살펴보았다. "이런 나쁜 자식! 넌 이 국수가 거저 생기는 줄 아냐?!"

그녀는 엉켜있는 벌레 같은 국수 가락들을 한 줌 집어, 내 코를 꽉 쥐고, 입을 강제로 벌린 다음, 손에 있는 벌레들을 내 입에 밀어 넣었다.

"먹어, 먹어! 내 골수까지 네가 다 빨아먹으려 하는구나. 이 원수 놈아!"

나는 큰 소리 나게 구토하면서,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정원으로 달아났다.

정원에서는 상관라이디가 4년 내내 벗지 않았던 헐렁한 검은 긴 옷( 袍子: 발목까지 내려오는 중국 고유의 긴 옷)을 입고, 허리를 굽히고 숫돌 앞에 앉아 뾰족한 칼을 갈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친근한 미소를 보내다가, 갑자기 표정이 바뀌더니, 이를 깨물고 말했다.

"이번에는 꼭 그를 죽일 거야! 때가 되었어. 내 손에 든 칼을 북풍보다 빠르고 차갑게 갈 거야. 내 칼은 북풍처럼 차갑고 빨라서, 그에게 살인자는 반드시 목숨으로 죗값을 갚아야 한다는 걸 가르쳐 줄 거야."

나는 마음이 안 좋았고, 그녀와 상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실성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가 미친 척한다는 걸 알지만, 그녀가 왜 미친 척하는지는 몰랐다.

그때, 그녀는 기거하던 서쪽 사랑채에서, 높은 돌절구 꼭대기에 앉아 검고 긴 옷으로 가린, 긴 다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나에게 샤우에량을 따라 천하를 떠돌아다닐 때, 부귀영화 늘 누리던 얘기와 이상하고 재미 난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그녀는 노래를 하는 상자를 갖고 있었다고 했고, 먼 곳에 있는 사물을 바로 앞으로 끌어당기는 거울도 갖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은 모두 그녀가 실성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매우 빠르게 노래하는 상자를 직접 보게 되었다.

그걸 다섯째 누나 상관펀디가 안고 왔던 것이다.

그녀는 폭파대대에서 호의호식하는 바람에, 살이 통통하게 쪄서 마치 새끼를 밴, 암말 같았다.

그녀는 한송이 황동 나팔꽃 같은 장난감을 조심조심 열더니, 온돌 위에 올려놓고, 득의양양하게 우리들을 불렀다.

"얘들아, 이리 와 봐라. 너희들 견문을 넓혀줄게!"

그녀는 붉은 천을 제치고, 그 상자의 비밀을 환히 열었다.

그녀는 손잡이를 붙잡고, 지지 지지 소리내며 틀었다.

틀고 나서 신비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들어봐. 서양인이 크게 웃는다."

별안간 상자에서 소리가 흘러나와서 우리는 깜짝 놀랐다.

서양인의 웃음소리는 전설에 나오는 귀신  울음소리 같았다.

"도로 갖다 줘. 빨리 갖다 주라고!" 모친이 크게 소리쳤다. "귀신 상자 갖다 주란 말이야!"

상관펀디가 말했다. "엄마는 정말 구닥다리야. 이건 유성기란 말이에요. 귀신 상자가 아니고."

상관라이디가 창밖에서 냉랭하게 말했다. "유성기 바늘이 다 달았구나. 새로 바꿔야겠다!"

"샤씨 마나님." 다섯째 누나가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잘난 척할게 뭐 있어?"

"이건 내가 신물 나게 갖고 놀았던 장난감이야."  큰 누나가 창밖에서 깔보는 투로 말했다. "내가 그 황동 나팔 주둥이에 오줌을 쌌어. 못 믿겠으면 네가 엎드려서 맡아봐."

다섯째 누나는 코를 황동나팔 주둥이에 대고 눈썹을 찡그리며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녀는 우리들에게 어떤 냄새도 맡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도 호기심이 나서  코를 가져다 대고 맡아보았는데, 내가 맡은 것은 비릿하고 찝찔한 생선냄새였다. 다섯째 누나는 바로 나를 한쪽으로 밀어버렸다.

"쓸모없는 말썽꾼!" 다섯째 누나가 사납게 말했다. "원래 총살당할걸, 내가 사정사정해서 살려놓았더니...."

"알고 보면, 내가 그 자식을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날 방해한 거야!" 큰 누나가 말했다. "너희들 봐라. 저 애가 정숙한 처녀 같으냐? 저 애의 두 젖 좀 봐. 장가 놈이 하도 뜯어먹어서 사탕무가 다 됐어."

"개 매국노! 여자 매국노!"다섯째 누나는 무의식적으로 팔로 그 두 개의 타락한 유방을 감싸며 욕을 했다. "개 매국노의 썩은 마누라!"

너희들 모두 꺼져!"상관루스가 노기 등등 해서 말했다.

"모두 꺼져! 모두 죽어버려! 다시는 내가 너희들을 보지 못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