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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륙의 여인 <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8장 (2/5)

 

나는 마음속으로 상관라이디를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녀는 뜻밖에 세상에 희귀한 보물, 나팔 속에 오줌을 쌌던 것이다.

멀리 있는 것을 눈앞으로 끌어당기는 거울도 틀림없이 진짜일 것이다.

"그것은 망원경이란 것으로 지휘관들 목에 언제나 걸려 있는 물건이야."

상관라이디는 건초를 깔아놓은 나귀 구유에 편하게 앉아 나에게 친근하게 말했다. "멍청한 녀석!"

"나 안 멍청해. 나 조금도 멍청하지 않아!" 나는 자기변호를 했다.

"내가 보기엔 누나야말로 멍청하단 말야."

그녀는 갑자기 검은 파오즈(袍子: 발목 끼지 내려오는 중국식 긴 옷)를 추켜들고, 두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우렁우렁 말했다. "너 여기 좀 봐."

한줄기 햇살이 그녀의 다리, 뱃가죽, 그리고 두 마리의 새끼돼지 같은 유방을 밝게 비췄다.

"이리 파고 들어와." 구유 끝에서 그녀가 얼굴에 미소 지으매 말했다.

"이리 파고 들어와 내 젖을 먹어. 모친이 내 딸에게 젖을 먹게 했으니, 나도 너에게 내 젖을 먹일 거야. 그렇게 해야 아무도 서로 빚질 것이 없는 거야."

나는 전전긍긍하며 나귀 구유로 다가갔다.

그녀는 튀어 오르는 잉어처럼 몸을 똑바로 일으키더니,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검은 파오즈를 내 머리에 덮었다.

눈앞이 온통 캄캄했다.

나는 캄캄한 가운데서, 호기심과 긴장감, 그리고 신비감과 흥미감을 가지고  탐색했다.

나는 유성기 나팔에서 났던 냄새와 똑같은 냄새를 맡았다.

"거기야, 바로 거기야." 그녀의 목소리가 아주 먼 곳에서 들려왔다."바보." 

그녀는 젖꼭지 하나를 내 입속에 밀어 넣었다.

"강아지야, 빨아. 너는 절대 우리 상관 집안의 종자가 아니야. 너는 어린 잡놈이야."

그녀의 젖꼭지에 있던 씁쓰레한 때가 내 입 속에서 용해되었다.

그녀의 겨드랑이에서 질식할 것 같은 냄새가 났다.

나는 곧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두 손으로 내 머리를 누르고 있었고, 그녀가 몸에 힘을 주어 위로 뻗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크고 단단한 유방이 내 입안에 가득 밀려들어왔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녀의 젖꼭지를 물어버렸다.

그녀는 맹렬히 일어섰고, 나는 그녀의 검은 파오즈(袍子)에서 쓸러 나와 그녀의 발 앞에 돌돌 말린 웅크린 자세가 되었다.

나는 그녀가 나를 한번 발로 차기를 기다렸다. 아니 두 번 발로 차기를 기다렸다.

눈물이 그녀의 검고, 수척한 얼굴 위에서 흘러내렸다.

그녀의 두 유방이 검은 파오즈 속에서 격렬히 요동쳤다.

마치 방금 교접을 마친 암새 두 마리가 아름다운 깃털을 폭발시키는 것 같았다.

나는 매우 미안하고 마음에 걸려서, 손가락 하나를 뻗어 그녀의 손등을 찔러보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내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동생아. 오늘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된다."

나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녀가 말했다. "너한테만 말하는데, 네 매형이 꿈에 나타나서, 자기가 아직 죽지 않았다면서 자기 혼이 머리가 노랗고 피부가 하얀 남자 몸에 붙었다고 그랬어."

나는 상관라이디와의 비밀 왕래를 퍼뜩퍼뜩 떠올리면서 골목을 걸어갔다

다섯 명의 폭파대대 대원들이 미친 사람처럼 거리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미친 환희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중 한 뚱뚱이가 뛰다가, 나를 한 손으로 밀어젓히며 외쳤다.

"꼬마야, 일본 놈들이 항복했다! 빨리 집에 가서 네 엄마한테도 알려라. 일본이 항복했고, 우리가 항전에서 승리했다고!"

나는 거리에서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병사들을 보았다.

병사들 가운데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백성들도 꽤 섞여 있었다.

일본 놈은 항복했고, 진통은 유방을 잃었다.

상관라이디는 유방을 나에게 사용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의 유방에는 유즙이 없었고, 젖꼭지에 비릿하고 차가운 때가 있었다.

거기에 생각이 이르자 나는 극도의 절망감을 느꼈다.

벙어리 셋째 매형이 새의 신을 받쳐 들고, 골목 북쪽 끝에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그와 그의 분대 병사들은 샤우에량이 죽은 다음 바로 모친에 의해 집 문 밖으로 쫓겨났다.

그는 그의 병사들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가 머물렀고, 새의 신도 그를 따라 이사 갔다.

비록  그들은 이사 갔지만, 새의 신이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한밤중에 소리치는 소리는 때때로 벙어리의 집에서 흘러나와, 굽이굽이 돌아서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지금 그가 새의 신을 받쳐 들고 오고 있다.

그녀는 큰 배를 내밀며 그의 팔 오금에 앉아있는데, 흰 파오즈를 입고 있었다. 이 흰 파오즈는 상관라이디의 검은 파오즈와같이 한 재봉사가 만들었는지 치수와 스타일이 똑같았다. 구별되는 것은 오직 색깔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새의 신의 파오즈에서 상관라이디의 파오즈가 생각났고, 상관라이디의 파오즈에서 상관라이디의 유방이 생각났고, 상관라이디의 유방에서 또 새의 신의 유방이 생각났다.

새의 신의 유방은 상관 집안의 유방 중 상등품이다.

그것들은 이름답고  깜찍하며, 고슴도치 입같이 정교하고 작은 위로 올라간 유두가 있다.

새의 신의 유방이 상등품이지만, 그렇다고 상관라이디의 유방이 상등품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내 대답은 모호하다. 왜냐하면 내가 의식을 갖고 활동하기 시작한 때부터 유방의 아름다움에 대한 범주가 확대되어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떤 유방이 못생겼다고는 쉽게 말할 수 없지만, 어떤 유방이 아름답다고는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고슴도치도 어느 때는 예쁘고, 새끼 돼지도 어느 때는 예쁘다.

벙어리는 새의 신을 내 앞에 내려놓고, "아 워, 아워!"  소리쳤다.

그는 말발굽 같은 주먹을 움켜쥐고, 내 얼굴은 향해 친근하게 흔들었다.

나는 그의 "아 워, 아 워!" 하는 소리가 "일본 놈들이 항복했다"라는 말과 동의어인 것을 안다.

그는 한 마리의 들소같이 거리로 달려갔다.

새의 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보았다.

그녀의 배는 놀랄 만큼 컸고, 마치 살찐 거미 같았다.

"너는 산비둘기냐  아니면 기러기냐?" 그녀는 짹짹짹 짹 새 우는 소리로 나에게 물었고, 나에 대한 물음은 매우 대답하기 어려웠다.

"내 새는 날아갔어. 내 새? 날아갔어!"

그녀는 얼굴 가득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내가 거리 쪽을 가리키자, 그녀는 두 팔을 옆으로 벌리더니, 맨발로 땅 위의 흙을 박차고, 입으로는 짹짹거리면서 거리를 향해 뛰어갔다.

그녀가 뛰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녀의 거대한 뱃가죽이 그녀가 뛰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을까?

만약에 배만 없었다면, 그녀는 달리고 또 달리다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을까?

임신으로 뛰는데 지장을 받는다는 건 억측이다.

사실, 나르듯 달리는 늑대무리에서 낙오되는 놈이 꼭 임신한 암 늑대라 할 수 없다.

또 빠르게 나는 새 떼에는 반드시 알을 밴 암새도 있을 것이다.

새의 신은 한 마리의 씩씩한 타조처럼 달려서, 거리의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파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