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있는 이 사람은 복생당 둘째 주인 쓰마쿠였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해?"
그는 자기가 물었으면서, 우리 누나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가 바로 대답했다.
"오라, 얼음에 구멍을 뚫고 있구나. 이게 어떻게 너희 같은 여자애들이 할 일이냐?!"
그는 썰매에 탄 사람들에게 고함쳤다. "모두 내려와! 우리 이웃이 얼음에 구멍 뚫는 걸 도와줘라. 마침 잘 됐다. 우리들 몽고 말에게도 물을 먹이자."
수십 명의 덩치 큰 남자들이 썰매에서 내렸다.
그들은 큰 소리로 기침을 하고 침을 뱉었다.
몇 명은 무릎을 꿇고, 허리춤에서 손도끼를 꺼내 팍팍팍 얼음을 찍었다. 얼음가루가 튀고 얼음 위에 하얗게 찍은 자국들이 나타났다.
어떤 구레나룻 사내가 도끼날을 만지며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쓰마 큰 형님. 이렇게 찍다간 어두워질 때까지 찍어도 물이 안 나오겠어요."
쓰마쿠가 무릎을 꿇고, 자기 허리춤의 도끼를 꺼내 시험 삼아 몇 번 찍어 보더니 투덜 댔다. " 씨발. 철판같이 단단히 얼어붙었네."
구레나룻이 말했다. "큰 형님. 우리 모두가 한꺼번에 "오줌을 싸면 되지 않을까요?"
쓰마쿠가 욕을 했다. "새끼. 좆같은 소리 하네!"
하지만, 바로 흥분해서 자기 엉덩이를 한 대 딱 때리더니 ---- 순간 아파서 입을 벌렸다. 그의 화상 입은 엉덩이는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 ---- 말했다. "알았다. 강기사. 강기사. 너 좀 이리 와봐."
강기사라고 불린 삐쩍 마른 남자가 앞으로 니오더니 쓰마쿠를 보았는데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쓰마쿠를 향하여 자기가 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나타냈다.
"너 이런 얼음 깨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지?"
강기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여자처럼 가늘고 높은 톤으로 말했다. "망치로 계란 깨기죠 뭐."
쓰마쿠가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럼 빨리 해라. 강 위에 팔팔이 육십사니까 육십사 개의 구멍을 뚫어라. 우리 고향 사람들에게 나 쓰마쿠 덕을 보게 해 줘야지. 야. 너희들도 가지 마라." 그는 또 우리 누나들에게 말했다.
강기사가 세 번째 썰매에서 캔버스 자루를 여니 두 개의 녹색 칠이 된 거대한 포탄처럼 생긴 철제 기구가 보였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기다란 빨간 고무호스를 꺼내더니, 고무호스를 철제 기구의 머리에 비틀어 끼웠다.
그런 다음, 그는 철제공구 머리에 있는 동그란 계기를 보았는데, 그 계기에는 가늘고 긴 빨간 침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캔버스 천 장갑을 끼고 아편 빠는 담뱃대같이 생긴 것과 두 개의 고무호스를 한데 연결시킨 철제 기구를 집어 한번 비틀었다. 그러자 바로 슉슉하며 기체가 분출되었다.
그의 조수는 기껏해야 열다섯 살이나 먹었을까 하는 삐쩍 마르고 허약한 애였는데, 그 애가 성냥을 확 그어서 그 기체에 갖다 대니 한 묶음의 산누에 굵기의 또 그런 형상의 파란색 불꽃이 분출되며 동시에 슉슉하는 소리가 났다.
그가 소리쳐, 남자 애에게 지시하니 애가 썰매로 뛰어가, 두 개의 철 기구 머리를 몇 번 비틀었다. 그러자 남색 불꽃은 굉장히 밝은 하안색으로 바뀌면서 태양광 보다 더 눈부셨다.
강기사는 그 무서운 기구를 들고 쓰마쿠를 바라보았다.
쓰마쿠는 눈이 부셔, 실 눈을 뜨고 손바닥으로 허공을 가르며 소리쳤다. "잘라!"
강기사가 허리를 굽히고 그 하얀 불꽃을 빙판에 갖다 대자 한줄기 유백색 증기가 맹렬히 한 척 높이로 솟아올랐다. 이와 더불어 좍좍 물소리가 났다.
그의 팔은 손목을 움직였고, 손목은 "아편 빨대"를 움직였으며, "아편빨대"는 하얀 불꽃을 뿜어내면서 커다란 원을 그렸다.
그는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잘랐습니다."
쓰마쿠는 미심쩍어서 고개를 숙이고 빙판을 보았다.
과연 맷돌 받침대 크기의 덩어리가 주위의 얼음과 분리되어 있었고 강물이 둥그렇게 갈라진 틈을 따라 고르게 스며 나오는 것이 보였다.
강기사는 그 하얀 불로 둥그런 얼음 위에 십자를 그었다. 둥그런 얼음이 바로 네 개로 쪼개졌다. 그가 발로 그 얼음조각을 밑으로 밀자 강물이 얼음조각 위로 솟구쳤다.
한 개의 얼음 구멍이 강에 나타났고, 푸른색 강물이 천천히 넘쳐 올라왔다.
"정말 훌륭한 기구구나!" 쓰마쿠가 찬탄하자, 얼음 위의 남자들도 찬탄의 시선을 던졌다.
"계속 잘라!" 쓰마쿠가 말했다.
강기사는 절묘한 기술을 발휘했고, 교룡하의 오십 센티나 되는 두꺼운 빙판에 수십 개의 얼음 구멍을 잘라냈다.
이 얼음 구멍은 원형도 있고, 정사각형도 있고, 직사각형도 있고, 삼각형도 있고, 사다리꼴도 있고, 팔각형, 매화 형....
그것은 마치 한 페이지의 기하학 교본 같았다.
쓰마쿠가 말했다. "강기사, 너 촌놈이 첫 번째 공을 세웠다! 모두 썰매에 올라라. 날이 어두워지니 철교까지 가려면 서둘러 가야 한다.
아참! 말에게 물을 먹여야지. 말에게 교룡하 물을 먹여라!"
남자들이 말을 끌고 와서 얼음 구멍의 물을 먹게 했다.
쓰마쿠는 이틈에 우리 둘째 누나에게 말했다. "네가 둘째지? 집에 가서 네 엄마에게 말해라. 어느 날 내가 꼭 샤우에량 그 검은 나귀 놈들을 쳐부수고 네 언니를 도로 뺏어다가 큰 벙어리에게 돌려줄 거라고."
"아저씨는 우리 언니가 어디 갔는지 알아요? 둘째 누나는 용기를 내어 쓰마쿠에게 물었다.
쓰마쿠가 말했다. " 샤우에량을 따라 토종 아편 파는 데로 갔어. 싸발, 그런 새끼들이 조총대야."
둘째 누나는 감히 더는 물어보지 못하고, 쓰마쿠가 썰매에 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열두 대의 썰매가 쏜살같이 서쪽으로 달렸고, 교룡하 석교가 있는 모퉁이를 돌자 금세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누나들은 방금 본 기적 같은 사람들 때문에 흥분한 나머지 추운 것도 몰랐다.
그녀들은 얼음 구멍을 살펴보았다.
삼각형에서 타원형까지, 타원형에서 정사각형까지, 정사각형에서 직사각....
얼음 구멍에서 스며 나온 강물은 그녀들의 신발을 적셨고 금세 얼어버렸다.
얼음 구멍에서 흘러나온 신선한 수증기가 폐부에 깊이 스며들었다.
나의 둘째 셋째, 넷째 누나는 쓰마팅에 대한 우러러보는 마음으로 충만했다.
기껏 큰 누나를 영광스러운 본보기로 생각했던 둘째 누나의 유치한 머릿속에 갑자기 어렴풋한 생각이 떠 올랐다.
"난 쓰마쿠에게 시집가야지!"
누군가 차갑게 그녀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쓰마쿠는 이미 마누라가 셋이나 있어!" ---- "그럼 나는 그 사람의 네 번째 마누라가 되지 뭐."
넷째 누나 상관샹디가 놀라서 소리쳤다.
"언니 커다란 고기 막대기가 있어!"
넷째 누나가 고기 막대기로 오인해서 말한 것은 굵고 큰 뱀장어였는데, 은회색 몸을 둔하게 흔들며 강바닥에서 떠올랴왔다.
그놈의 뱀 같은 머리는 족히 주먹만큼 컸고, 두 눈은 음산하고 으스스해서 사람들은 그놈을 징그러운 뱀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그놈의 머리가 수면 가까이 접근하면서, 탁탁 물거품을 토해냈다.
둘째 누나가 흥분해서 말했다. "야, 큰 뱀장어다."
그녀는 부리나케 물통 멜대를 잡아채어, 그놈의 머리를 겨냥하고 내리찍었다. 멜대의 쇠 갈고리가 파라락 소리 내며 물보라가 일었다.
순간 뱀장어의 머리가 밑으로 가라앉더니 바로 다시 떠올랐다.
그놈은 눈이 깨졌다.
둘째 누나는 다시 멜대로 내리찍었다.
뱀장어의 동작은 점점 느려지고, 뻣뻣해졌다.
둘째 누나는 멜대를 던져버리고 그놈의 머리를 잡고 얼음구멍에서 끌어냈다.
뱀장어는 수면에 올라오자 바로 얼어서 뻣뻣해지더니, 계속 얼어서 정말 고기 막대기가 되었다.
둘째 누나는 셋째와 넷째에게 물통을 같이 들게 하고, 자기는 한 손에는 망치를 들고, 한 손에는 뱀장어를 안은채 가까스로 집에 돌아왔다.
모친은 톱으로 뱀장어의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그놈의 몸통을 열여덟 토막으로 잘랐는데 뱀장어가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통통 소리가 났다.
교룡하 물로 끓인 교룡하 뱀장어 탕은 비할 데 없이 신선했다.
이날부터 모친의 유방은 젊음을 회복했다.
비록 전번에 얘기한 적이 있는, 책 페이지를 접은 흔적 같은 주름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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