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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紀行

네팔에서 배워 온 작은 지혜

 

 

해발 3700m,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롯지.

이곳은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는 여정에서 마지막 롯지이다.

우리는 이날 오후에 이곳에 도착하여, 차를 마시기도 하고 세계 각지에서 온 등산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뜻밖에 우리 일행 중 한 친구에게 고소증세가 발생했다.

산을 잘 모르는 사람은 고소증세와 고소공포증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데, 고소 증세는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희박한 공기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고, 먹지도 못 하고, 폐에 물이 차기도 하는 목숨이 위협받는 심각한 증세인 반면 고소공포증이란 그저 높은데 올라가면 겁이 나서 심장이 덜덜 떨리다가 내려오면 아무렇지도 않은 별거 아닌 증세이다.

우리는 모르고 있었지만, 친구는 전날부터 고소증세가 왔다고 하며, 이틀째 식사도 제대로 못 했다고 했다. 그는 롯지에 도착하자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일찌감치 침낭 안에 들어가 누웠다.

내일은 새벽부터 등신을 해야 하는데 야단 났다.

여기까지 왔으니 어찌 되었건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는 가야 되지 않겠는가?

산악대장  P가 걱정스레 물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이 대목은 중국 고사에 보면, 이럴 때 못된 부모는 꼭 엄동설한에 잉어가 먹고 싶다 또는 복숭아가 먹고 싶다 하여, 얼빠진  효자가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그 짓이 하늘을 감동시킨다는 억지 결론을 만들어내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는 힘없이 대답했다. "사과가 먹고 싶어!"

이 높은 히말라야 산중에 어디서 사과를 구한담?

우리 가이드 보라딥에게 사과를 구할 수 있나 물어보았다.

그는 뜻밖에 쉽게 대답했다. "그럼요." (그는 한국에 몇 년 와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잘한다)

우리는 300루피(삼천 원)를 주고 사과 한 개를 주문했다.

이윽고 가이드가 한 접시의 사과를 가져왔다.

놀랍게도 자두보다 조금 큰 작은 사과 한개를 얇게 수십 조각으로 저며서 한 접시가 되게 한 것이다.

거기다 슬라이스 된 사과에  대여섯 개의 이쑤시개를 꽂아 여럿이 맛볼 수 있게 했다.

"하하! 이럴 수가! "

요즘 우리나라 사과 값이 장난이 아니다.

선물용은 한 개에 오천 원씩이나 한다.

나는 네팔에서 배워온 지혜를 활용, 사과를 1/4로 자르고, 그것을 다시 네 조각으로 잘라 도시락  쌀 때, 따로 담아 간다.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지만, 사과 1/4개는 한 사람의 식사 후 디저트로 충분한 양이다. 네팔 히말라야 기준으로 보면 지나치게 많은 양일 것이다.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롯지에서 바라 몬 석양풍경 1
롯지에서 바라본 석양 풍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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