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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紀行

나는 맑은 영혼을 보았다

타르초의 색갈별 의미. 파랑-하늘, 흰색- 바람, 빨강-불, 초록-물, 노랑-대지 라고 한다.

 

히말라야 산행 중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나마시떼"하고 인사한다.

남녀노소, 국적불문 모두 "나마시떼"하면 이를 받아서 다시 "나마시떼"라고 대답한다.

"나마시떼"는 힌두교도의 인사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원래 의미는 "당신을 존경합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힌두교도의 인사말이 "나마시떼"인 것과 달리 티베트 고산족의 인사는 "따시델레"이다. 이 말도 안녕하세요와 같은 뜻인데 원래 의미는 "그대에게 행운을 기원합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티베트 고산족은 중국 장족(藏族)과 같은 민족으로 불교를 믿으며 네팔의 고산지대, 인도의 라다크 지방 등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 산다

나는 "따시델레"라는 인사말을 중국 쓰촨 성 오지에서 장족 할머니에게 배웠다. 장족할머니는  "따시델레" 라고 할 때, 마지막 억양, 델레~를 길게 끈다는 것까지 친절히 가르쳐주었다.

우리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갔을 때는 티베트 불교의 상징인 타르초(깃발)나 스투파(돌탑)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 지역은 힌두교도가 대다수였던 것 같았다. 하다못해 우리의 산악 가이드 "보라딥"도 힌두교도였고, 같이 간 포터  두 사람도 힌두교도라고 했다.

나는 거기서는 별다른 생각 없이 산행 중에 만나는 사람에게 의례 "나마시떼"라고 인사했다.

하지만 티베트 국경에 걸쳐있다는 랑탕에 갔을 때는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 우선 인종적으로도 우리와 똑같은 아시아계, 펑퍼짐한 얼굴이 대다수였고, 산행 중 들리는 마을마다 맨 먼저 타르초와 스투파가 우리를 맞았다.

어느 마을이나 마을 입구에 하얀 스투파가 서있었고, 높고 바람 부는 곳에는 어김없이 타르초가 펄럭였다.

나는 여기라면 "나마시떼" 보다 "따시델레"가 맞겠다 싶었다.

랑탕에 가서부터는, 나는 외국인 등산객에게는 "나마시떼"라고 인사했지만, 현지 주민이나 네팔 사람에게는 늘 "따시델레"라고 인사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따시델레"라는 인사말은 거의 백 프로 되돌아왔고, 어떤 아주머니는 뒤돌아 서서 정중하게 합장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기까지 했다.

외국인들에게는 그저 "나마시떼"라고만 해도 좋은 인사말에 틀림없지만, 현지 불교도들에게는 "따시델레"라 하는 것이 각별한 의미가 느껴지나 보다.

2024년 3월 21일. 우리는 랑탕 계곡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고 있었다.

해발 2400m인 라마 롯지에서 내려오던 중,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는데, 어떤 네팔 할아버지가 무거운 꿀통 같은 것을 메고 올 라오다가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  그는 둥그런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얼굴  아랫부분만 보였다. 그의 얼굴 피부는 햇볕에 그을려 까맸고, 온통 촘촘한 주름살로 덮여있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따시델레"하고 인사했다.

헌데 아무 반응도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대꾸하기 싫은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그냥 떠나려는 순간, 그의 얼굴이 천천히 들려졌다.

모자 맡에 나타난 만면에 웃음을 띤 해맑은 표정. 

나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그곳을 떠나 한참 동안 내려오도록 그의 착한 인상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 강렬한 착한 인상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맑은 영혼을 보았다.

"따시델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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