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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9장 (2/2)

 

 

상관뤼스는 순간 정신이 혼미하고 앞이 보이지 않아서, 머리를 온돌에 부딪쳤다.

그녀는 온돌을 부여잡고 힘들게 일어났다.

얼굴색이 석회같이 하얘진 며느리가  보였다.

그녀는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산실을 나갔다.

정원은 온통 죽음이었다.

아들은 두 무릎을 꿇고, 피투성인 기다란 목을 땅바닥에 꽂고 있었고, 선혈은 구불구불한 작은 계곡 같이 땅 위를 흘렀다.

놀란 표정이 그대로 남아있는 그의 머리는 단정하게 그의 신체 앞쪽에 우뚝 서 있었다.

남편은 벽돌로 된 통로에 고꾸라져 있었다. 그의 한쪽 팔은 배  밑에 깔려있고, 다른 한쪽 팔은 앞으로 뻗고 있었는데, 뒤통수에 길고 넓게 갈라진 큰 상처가 있었으며, 하얗고 뻘건 것들이 벽돌 통로에 튀어 있었다.

말로야 목사는 땅 위에 웅크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연신 가슴에 성호를 그으며 때때로 한바탕씩 서양 말을 내뱉고 있었다.

두 마리의 대형 말이 안장을 등에 얹은 채, 땅콩 더미를 가려놓은 수수깡 발을 뜯고 있었다.

어미 나귀는 노새 새끼를 데리고 담 모서리에 움츠리고 있었다.

새끼 노새는 머리를 어미 나귀 사타구니에 감추고 있었는데, 털이 없어 벌거벗은 꼬리는 뱀처럼 흔들거리고 있었다.

두 명의 황색 군복을 입은 일본인이 손수건으로 군도를 닦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칼을 휘둘러 수수깡 발을 베어버렸다.

상관 집안에서 작년에 사다가 쟁여놓고 금년 여름에 팔아 이익을 보려던 천 근의 땅콩이  와르르 온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두 마리의 대형 말이 고개를 숙이고 우적우적 땅콩을 씹어먹으면서, 유쾌하게, 그놈들의 아름답고 큰 꼬리를 흔들었다.

상관뤼스는 갑자기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앞으로 달려가 아들과 남편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크고 뚱뚱한 몸은 담벼락같이 무겁게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손 씨 큰고모가 상관뤼스의 몸을 우회하여, 상관 집안의 대문을 향해 침착하게 걸음을 내디뎠다.

양미간이 넓고, 눈썹이 짧고 굵은 그 일본병은 군도를 닦던 손수건을 던져버리고, 몸이 경직되어 그녀 앞에 뛰어들었다.

그는 서릿발 같은 하얀 군도를 치켜들고, 그녀의 명치끝을 겨냥했다.

일본인은 입속으로 중얼중얼하며, 거칠고 사나운 기색을 얼굴에 드러냈다.

그녀는 조용히 일본병을 바라보았는데  얼굴에는 조롱하듯 웃는 모습까지 보였다.

손 씨 큰고모가 뒤로 한발 물러서자 일본병이 한발 압박해 왔다.

손 씨 큰고모가 두 발작 뒤로 몰러서 자 일본병은 두 발작 압박해 왔다.

그의 서릿발 같은 칼 끝은 시종 손 씨 큰 고모의 가슴을 노리고 있었다.

일본병이 기고만장해서 겁 없이 달려들자, 손 씨 큰고모도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손을 들어 그의 칼이 한쪽을 겨냥하게 한 다음,  황당하다고 할 만큼 아름답게, 작은 발을 날려, 일본병의 손목을 정확히 찼다.

칼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솟구쳐 일본병의 따귀를 때렸다.

일본병은 얼굴을 가리고 왁왁 괴성을 질렀다.

다른 일본병이 칼을 들고 달려왔다.

칼빛이 번쩍하더니, 손 씨 큰 고모의 머리를 내리쳤다.

손 씨 큰 고모는 나긋나긋 몸을 돌리더니, 바로 일본병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녀가 그의 손을 흔드니 그 칼도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 다시 일본병의 따귀를 때렸다.

그녀가 때릴 때, 별로  힘을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일본병의 얼굴 반쪽이 순식간에 부어올랐다.

손 씨 큰 고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문을 향해 갔다.

일본병은 총을 꺼내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의 몸은  위로 치솟더니 상관네 집 마당에 쓰러졌다.

정오 무렵, 일본병이 떼를 지어 상관네 집, 정원에 몰려들었다.

기병들은 사랑채에서 소쿠리를  찾아내어 땅콩을 담아 골목으로 가져다가 그들의 피로에 지친 말들에게 먹였다.

일본병 둘은 말로야 목사를 압송해 갔다.

금테 안경을 쓴 일본 군의관이 자기 상관을 따라 상관루스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군의관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약 가방을 풀더니, 고무장갑을 끼고, 차가운 빛이 번쩍번쩍 나는 갈로 영아의 탯줄을 잘랐다.

그는 남자 아기를 거꾸로 들고, 아기의 등줄기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계속 때리자 아기는 병든 고양이같이 목쉰 울음소리를 냈고, 그는 그제야 아기를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그는 또 여자 아기를 들어 올려 짝짝 짝짝 손바닥으로 때려서 활기 있게 만들었다.

군의관은  그들의 탯줄에 요오드팅크를 칠하고, 깨끗한 하얀 거즈를 그들의 배꼽에 덮고 허리에 단단히 매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상관루스에게 지혈 주사를 두대 놓았다.

일본 군의관이 산모와 영아를 치료하는 전 과정을 일본 종군기자 각도를 달리해서 촬영했다.

일 개월 후, 이 사진은 중일 친선의 증명으로 일본 신문에 실렸다.

 

 

 

* 설명: 손씨 큰고모는 유명한 여자 마적이었다고 합니다.

* 모옌 작가는 1권을 1~9장으로, 2권을 10~18장으로 구분했습니다.

* 앞으로 전개될 10장부터는 2권에 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