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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9장 (1/2)

 

 

1939년 음력 5월 5일 오전, 가오미 동북향에서 제일 큰 마을인 다란전(大栏镇: 대난진)에서 상관뤼스는 그녀와 숙적인 손 씨 큰고모를 데리고, 공중에서 핑핑 소리 내며 날아다니는 총탄과 멀리서 들리는 귀청 떨어지는 포탄 소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난산 중인 며느리 상관루스의 아기를 받기 위해서 자기 집 대문을 들어섰다.

그녀들이 대문에 들어설 때, 일본 기마대는 석교 어귀 부근, 공터에서 유격대원의 시신을 짓밟고 있었다.

정원에서는 그녀의 남편 상관후루와 이들 상관쇼우씨 그리고 아직 가지 않고 남아있던 수의사 환씨 셋째 ---- 그는 자기 공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푸르딩딩한 액체가 든 유리병을 들고 있었다 ----  이렇게 세 사람과 그녀가 손 씨 큰고모를 부르러 가는 동안 새로 추가된  붉은 머리의 말로야 목사가 있었다.

그는 품이 넓은 검은 색 긴 옷을 입고, 앞가슴에는 묵직한 동 십자가를 걸었고,  상괸루스가 있는 창 앞에 서서, 턱을 치켜들고 태양을 마주 보며, 진짜 가오미 동북향 억양으로 신성한 문구를 암송하고 있었다.

"....  지극히 높으신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 주님이시여, 복을 베풀어 주시어 당신의 충실한 종이 겪고 있는 고통과  재난의 시간에 주님의 신성한 손으로 머리를 어루만져 주시고,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고, 여인이 아기를 순산하게 하시고, 젖양이 양젖을 많이 나오게 해 주시고, 암탉이 계란을 많이 낳게 해 주시고, 악인의 눈앞이 까맣게 만들어 그들의 탄환이 불발되게 하시고, 그들의 말이 방향을 잃게 하시어 늪에 빠지게 하소서.

주님, 모든 징벌을 저에게 내리셔서 천하의 모든 살아있는 영혼이 받을 고통과 어려움을 제가 대신 받도록 ...."

정원  안의 남자들은 묵묵히, 경건하게 서서 그의 기도를 들었다.

그들의 얼굴 표정에서 그들이 깊은 감동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손씨 큰 고모는 냉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가면서, 말로야 목사를 한쪽으로 밀쳐서 그의 몸이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그는 놀라서, 눈을 번쩍 뜨고, "아멘"을 내뱉고서는, 손으로 가슴 앞에 성호를 그으며 축도를 마쳤다.

​ 

손씨 큰고모는 온통 은발인 머리를 반드르르하게 빗고, 뒤로 쪽진 머리를 평평하게 맨 다음, 쪽에 반짝이는 은비녀를 꽂고 있었으며, 쪽 가생이에 비스듬히 쑥 뿌리를 하나 꽂고 있었다.

그녀는 풀을 먹인, 베로 만든, 옷깃을 비스듬히 튼 흰 홑 저고리를 단정히 입고, 겨드랑이 아래 단추구멍에는 하얀 손수건을 매었으며, 아래는 검은 천 바지를 입고, 발목에는 작은 매듭을 묶었고, 발에는 청색 측면, 흰 바탕에 검은색 꽃을 수놓은 신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위아래 전신이 산뜻하게 비쳤으며, 몸에서 비누 냄새를 발산했다.

그녀는 광대뼈가 나왔고, 콧날이 곧고, 입술이 팽팽하여 하나의 선을 이루었다. 예쁘고 큰 눈은 움푹 들어갔고,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은 사방을 쏘아보았다.

그녀는 선풍도골(仙风道骨: 신선의 풍채와 도사의 골격, 범속을 초월한 풍격)로서, 통통하고 덩치 큰 상관뤼스와는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상관뤼스는 환씨 세째의 손에서 푸르딩딩한 것이 담겨있는 병을 받아 들고, 손 씨 큰고모 옆으로 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고모, 이건 환씨 세째네 분만촉진제인데 그 애에게 먹여도 될까?"

"내가 상관네한테 말하는데"  손 씨 큰고모는 아름답고 차가운 시선으로 뤼스를 힐끗 훑어보더니, 다시 정원 안의 남자들을 휘둘러보면서 불만스럽게 말했다.

"당신은 나에게 애를 받아달라고 부탁하러 오면서, 또 환씨 셋째한테도 부탁했어?"

"고모, 화내지 마. 속된 말로 '병이 위독하면 여러 의사에게 보이라'고 하지 않아, 젖 나오는 사람이 바로 엄마라고 말이야.'"

상관뤼스는 어렵게 성질을 눌러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언니를 오시라고 청했지. 절대 부득이해서 부른 것이 아니야.  내가 하느님같이 떠받들지 않으면 어떻게 감히 언니를 움직이게 하겠어?"

"당신, 내가 당신네 암탉  한마리 훔쳐갔다고 하지 않았어?" 손 씨 큰고모가 말했다.

"내에게 애를 받게하고 싶으면, 옆 사람이 참견하지 못하게 해!"

"언니 말 들을께. 언니가 어떻게 하라고 시키기만 하면 내가 그대로 할게."

손씨 큰고모는 허리춤에서 금줄(원문: 红布条- 아이를 낳을 때 부정타지 말라고 치는 줄. 이 줄이 쳐 있으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한다)을 꺼내 창살에 비 끌어 매었다.

그런 다음, 기세 당당하게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갈 때, 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상관뤼스에게 말했다.

"상관네. 나 따라 들어와."

환씨 셋째는 창 앞으로 달려 가, 상관뤼스가 창틀 위에 꺼내놓은 푸른 병을 집어 소가죽 자루에 넣고, 상관 부자에게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쏜살같이 대문을 향해 뛰었다.

"아멘!" 말로야는 소리 내어 말하고, 다시 가슴 앞에 십자를 그었다.

그런 다음, 상관부자를 향해 친근하게 고개를 끄떡였다.

방안에서 손 씨 큰고모가 명령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상관루스가 쉰 목소리로 크게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관쇼우씨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땅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다.

그의 아버지 상관후루는 뒷짐을 지고 정원 안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그는 종종 걸음으로 머리를 푹 숙이고  걸었는 더, 마치 땅에 떨어진 분실물이라도 찾는 것 같았다.

말로야 목사는 낮은 목소리로 그가 방금 했던 기도문을 되풀이해 읊조리면서 안개 자욱한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막 태어난 새끼 노새가 부들부들 떨면서 서쪽 시랑 채에서 걸어 나왔다. 축축하게 젖은 털 기죽은 매끈한 비단 같았다.

상관루스의 이따금씩 들려오는 급힌 것 같은 비명 소리에 허약한 어미나귀도 사랑채에서 걸어 나왔다. 그놈은 귀를 늘어뜨리고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고,  힘들게 석류나무 아래, 물 항아리 앞에 와서, 자리를 잡았고, 정원 안의 사람들을 겁을 내며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놈을 신경쓰지 않았다.

상관쇼우씨는 귀를 막고 흐느껴 울었다.

상관후루는 초조히 맴 돌았다.

말로야는 눈을 감고 기도했다.

검은 나귀는 입을 물 항아리에 뻗고,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물을 흡족히 마시고 나서 그놈은  느릿느릿 걸어와 땅콩 무더기 앞을 막아놓은 수숫대 발을 와작와작 깨물어 먹었다.

손 씨 큰고모는 한 손을 뻗어 상관루스의 산도에 집어넣고 영아의 다른 한쪽 발을 잡아당겨 끌어당겼다.

산부는 비명을 지르며 혼절했다.

손 씨 큰 고모는 한 움큼의 황색 가루를 상관루스의 콧구멍에 불어넣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영아의 작은 두 다리를 쥐고 조용히 기다렸다.

상관루스는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깨어났다.

그녀는 연달아 재채기를 했는데, 그때마다 신체가 맹렬히 흔들렸다.

그녀의 상반신이 활처럼 구부러졌다가, 다시 무겁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손 씨 큰 고모는 영아를 산도 밖으로 끄집어냈다.

영아의 납작하고 긴 머리가 산모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 때마침 높고 큰 폭발음이 났다. 미치 포탄이 가슴 안에서 나온 것만 같았다.

선혈이 손 씨 큰 고모의 흰 저고리에 가득 튀었다.

손 씨 큰 고모의 손에 거꾸로 들려진 것은 청자색 여자 영아였다.

상관뤼스는 가슴을 치면서 대성통곡했다.

"울지 마. 뱃속에 아직 하나가 더 있어!"

손씨 큰고모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상관루스의 뱃가죽은 무섭게 경련을 일으키면서 선혈이 두 다리 사이로 주르륵주르륵 쏟아졌다.

선혈과 함께 머리 전체가 부드러운 황색 털로 덮인 영아가 마치 물고기처럼 흘러나왔다.

상과뤼스에게 한눈에 영아의 두 다리 사이에 번데기 같은 작은 것이 달려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꽝  소리를 내며 온돌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깝다.  이건 죽은 태아야."

손 씨 큰고모는 태연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