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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7장 (3/4)

일본군 기마대

 

일본군 기마대는 강변을 따라 동쪽으로 달렸다.

그들은 상관라이디네들이 신발을 벗어 놓았던 곳에 가서, 말 머리를 가지런히 하고, 관목덤불을 통과해서 둑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일본 기마대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강변에 옆으로 누워있는, 죽은 커다란 말을 보았다. 대단히 큰 머리에는 검붉은 피와 지저분한 진흙이 가득 묻어있고 남색의 커다란 눈알 하나는 처량하게 짙푸른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 흰 얼굴의 일본 병사는 몸이 반쯤 말 배에 깔린 채 뻘밭에 엎어져있었다. 그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핏기가 하나도 없는 하얀 손을 물가로 뻗고 있어서  마치 물속에서 무언가를 집으려는 것 같았다.

새벽의 매끄럽고 평탄했던 진흙 뻘밭은 말발굽에 밟혀서 엉망이 되어버렸다.

강물 한가운데 하얀 말이 죽어있었는데, 말의 시신에 강물이 부딪치며 서서히 이동하고, 구르게 만들었다.

말 시제의 배가 위를 향하고 있을 때는, 오지항아리만 한 살찌고 커다란 말발굽이 있는 늘씬한 다리가 , 공포스럽게 곧추서있었으나, 눈 깜빡할 새에 탁한 물소리를 내더니, 말 다리는 물속을 휘저으며 다음에 다시 한번 하늘을 가리킬 기회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상관라이디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 대추색 커다란 말은 그의 기수 시체를 끌고 물 흐름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으니, 벌써 먼 하류까지 갔을 것이다.

그녀는 갑자기 이 말이 환씨 셋째 아저씨네 집, 큰 종마를 찾아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대추색 큰 말은 암말이고,  환씨 셋째 아저씨네 숫말과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부부일 거라고 뜬금없이 생각했다.

석교 위의 불은 여전히 타고 있었고, 다리 중앙의 짚더미 위에서는 노란 불꽃과 짙은 하얀 연기가 솟았다. 청색 교량의 높은 아치는 헉헉거리는 가쁜 숨소리를 냈고, 끙끙거리는 신음 소리도 냈다.

그녀는 다리가 맹렬한 불길 속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뱀으로 변해서, 몸을 비틀며,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오르기를 갈망하지만, 머리와 꼬리가 단단히 못 박혀 있다고 느꼈다.

불쌍한 석교! 그녀는 슬펐다.

불쌍한 독일제 미인표 자전거, 가오미현 동북향의 유일한 현대화된 기계, 그것은 이미 불에 타, 한 무더기의 쭈글쭈굴한 못쓰는 쇠붙이가 되었을 것이다.

코를 찌르는 화약냄새, 고무 타는 냄새, 피비린내, 뻘 냄새는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공기를 끈적끈적하고 걸쭉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가슴속이 더럽고 탁한 기체로 가득 찬  느낌이 들었고, 언제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더욱 심각했던 것은, 그녀들 바로 앞, 관목 가지들이 바짝 말라서 기름이 올라있다가, 불꽃이 석여 있는 뜨거운 열기가 닥쳐오자 그 가지들이 자글자글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치우디를 끌어안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동생들에게 관목 덤불에서 뛰쳐나가라고 소리쳤다.

둑에 올라서자, 그 녀는 동생들 수를 하나하나 세어보았는데, 모두 있었다. 동생들은 모두 얼굴에 재를 뒤집어쓰고, 발에는 모두 신발을 신지 않고 있었으며, 눈은 멍하니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고, 귀는 모두 발갛게 익어있었다.

그녀는 동생들을 끌고 강둑을 굴러내려 가라 하고, 자기는 앞을 향해 뛰었다. 앞에는 버려진 공터가 있었는데, 회족 여인의 집이 있던 집터였다. 거기엔 허물어진 담과 끊어진 벽, 야생의 키 큰 깨와 도꼬마리(약초로 쓰는 일 년생 초본)가 어우러져 있었다.

야생 깨 덤불 속으로 달려들어가자, 그녀는 발목이 퉁퉁 부은 것을 느꼈다. 발목은 마치 밀가루 반죽을 해놓은 것 같이 부었고,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이 아팠다.

동생들은 비틀비틀 걸으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녀들은 녹초가 되어 야생 깨 나무속에 주저앉아서, 다시 한번 서로 꼭 끄러 안았다.

동생들은 모두, 언니의 옷섶 안으로 얼굴을 숨겼고, 오직 상관라이디만 머리를 들고, 잔뜩 겁에 질려서 강둑에 가득 퍼진 황갈색 큰 불을 바라보았다.

아까 전에 그녀가 보았던 수십 명의 녹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귀신같이 울부짖으며 불바다 속을 뚫고 나왔다.

그들은 모두 몸에서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그녀는 그 익숙한 목소리가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다.

"누워서 굴러! 누워서 굴러!"

소리친 사람부터 자기가 앞장서서 제방에서 데굴데굴 굴러내려갔는데, 마치 불붙은 공 같았다. 십여 개의 불 공이 잇따라  굴러내려갔다.

그들 몸의 불은 꺼졌으나 그들의 몸과 머리카락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전의 관목잎과 똑같은 청록색의 아름다운 옷은 본래의 모습을 잃고, 그들 몸에 붙어있는  것은 새까만 누더기였다.

어떤 사람이 몸에서 불이 솟았지만, 땅에서 구르지 않고 '아이고아이고' 소리치면서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냅다 앞으로 뛰었다. 그는 그녀들이 있는 야생 깨밭 앞까지 뛰어왔다.

거기에는 더러운 물이 고여있는 큰 구덩이가 있었다. 구덩이 안에는 무성하게 자란 잡초와 몇 구루의 작은 나무 같은 두껍고 억센 노랑어리 연꽃이 있었다. 새빨간 연대와 두꺼운 연잎은 신선하고 연한 담황색이었고,  그 끝에는 높이 솟아난 한 뭉텅이씩의 연하고 부드러운 분홍색 꽃차례가 있었다.

온몸에 불이 붙은, 그 사람은 곧장 물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구덩이 속에서 물이 사방으로 튀자, 한떼의 반쯤 자란, 올챙이 꼬리가 막 없어진 작은 청개구리들이 구덩이 부근 수초 사이에서 푸드덕푸드덕 튀어나왔다.

몇 마리의 하얀, 노랑어리 연꽃잎에서 산란 중이던 흰 나방이가 하늘하늘 날아오르더니, 햇볕 속으로 사라졌는데, 마치 뜨거운 광선에 녹아버린 것 같았다.

그는 몸에 붙은 불이 꺼졌고, 전신이 새까매졌다. 머리와 얼굴에는 질척한 진흙이  두껍게 묻었고, 뺨에는 가늘고 작은 지렁이가 꿈틀대고 있었다. 어디가 코인지, 어디가 눈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고 오직 그의 입만 보였다.

그는 고통 속에서 울부짖었다. "엄마, 엄 마, 나 아파 죽겠어...."

황금빛 미꾸라지 한 마리가 그의 입에서 기어 나왔다.

그가 진흙탕 속에서 꿈틀거리자, 물밑에서 오랫동안 침전되어 있던 것들이 휘저어지며, 썩은 냄새가 흘러나왔다.

몸에 붙은 불을 끈 사람들은 모두 땅에 누워, 신음하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들은 장총이며 몽둥이며 모두 바닥에 던져 놓았는데, 오직 그 까만 얼굴에 삐쩍 마른 남자만 권총을 쥐고 초조하게 말했다.

"형제들 빨리빨리 흩어져. 일본 놈이 오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