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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7장 (2/4)

일본군 기마대

 

그녀는 제일 어린 동생을 꼭 껴안았고, 이 꼬맹이의 얼굴이 불타는 숯처럼 뜨거운 것을 느꼈다.

강 수면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고, 하얀 연기도 천천히 사라졌다.

그 휙휙 소리를 울리던 까만 것은 길고 긴 꼬리를 끌고, 교룡하, 큰 제방을 넘어 날아가서 마을에 떨어졌다

그것이 떨어질 때마다 '꽈르릉 꽈르릉'하는 천둥소리가 여기저기서 나면서, 계속 이어졌다. 여인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큰 물건이 넘어지는 '쿵 쿵'하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강 맞은편 뚝 위에 사람은 그림자도 없었다. 오직 늙은 홰나무가 한그루 외롭게 서있었다. 홰나무 아래쪽에는 강변을 따라 능수버들이 줄지어 서있었는데, 휘청휘청하는 긴 가지가 계속 아래로 숙이며, 수면에 닿았다.

 

이 기괴하고 무서운 것은 과연 어디에서 날아 온 것일까?

그녀는 끈질기게 생각했다.

"아아아악---- "  한 남자가 쉰 목소리로 소리 지르는 바람에 그녀의 생각이 순간 멈춰졌다.

나뭇가지가 벌려져있는 틈으로 그녀는 복생당 둘째 주인 쓰마쿠가 미인표 자전거를 타고 다리 위에 올라온 것을 보았다.

그가 왜 다리에 왔을까? '틀림없이  말 때문에  왔을 거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쓰마쿠는 한 손은 자천거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있었다. 그러니 분명 말 때문에 온 것은 아니었다.

그의 집, 아름다운  어린 말은 사지가 찢어지고, 피범벅이 되어 다리 위에 어지럽게 널려있고. 강물은 피로 물들었지 않았는가?

쓰마쿠는 자전거를 급브레이크를 밟고, 손에 들고 있던 횃불을 다리 중앙에 있는 술로 적셔진 짚더미에 던졌다.

푸른색 불꽃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일어나면서 빠르게 번져갔다.

쓰마쿠는 자전거를 돌렸는데, 미처 자전거에 오르지 못해서 자전거를 밀며 돌아섰다.

파란 불꽃이 그를 쫏아갔다. 그의 입안에서 계속해서 "아아아... 악"하는 괴상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빠방----"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가 머리에 썼던 끝이 말려 올라간 밀짚모자가 새처럼 날아올랐다. 모자는 빙글빙글 돌며 곤두박질쳐서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자전거를 던져버리고 허리를 굽힌 채, 한번 비틀하더니 개가 땅에 엎드리는 것처럼 다리  위에 엎드렸다.

"빠방 빠방 빠방.... 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마치 폭죽을 터뜨리는 것 같았다.

쓰마쿠는 몸을 다리에 바짝 붙이고, 스르르 앞으로 기어갔는데, 미치 큰 도마뱀 같았다.

눈 깜박할 사이에 그는 사라졌다. 빠방 빠방 하는   소리도 멈췄다.

다리 전체에 파란 불이 올라왔는데, 다리 중간에 있는 불꽃이 제일 높았으며, 연기는 나지 않았다.

다리 아래 강물도 파랗게 변했다. 뜨거운 물결이 밀려왔다,

그녀는 숨이 막혀 헐떡였고, 가슴이  답답하고 콧구멍이 바짝 말랐다.

뜨거운 물결은 바람으로 변했고, 바람에서 파도치는 스리가 났다.

관목 가지는 축축하게 젖어서 마치 관목이 땀을 흘린 것 같았다.

나뭇잎이 말려 올라가기 시작하며, 시들었다.

이때, 그녀는 쓰마쿠가 강둑 뒤에서 큰 소리로 욕하는 것을 들었다.

"쪽발이 일본 놈들아, 씨발놈들. 네놈들이 노구교(베이징에 있는 다리. 여기서 중일전쟁의 도화선이 된 77 사변이 발생됨)는 넘어왔지만, 나의 화룡교는 넘지 못한다!"

욕을 마치고는 바로 웃었다. "와하하하하? 와 하하하...."

쓰마쿠의 웃음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맞은편 뚝 위에서, 머리에 쓰고 있는 황색 모자들이 가지런히 나타났다. 그런 다음 바로 황색 군복과 말머리가 보였다.

수십 명의 커다란 말을 탄 사람들이 둑 위에 섰다.

비록 수백 미터 떨어져 있었으나, 그녀는 그 말들이 환씨 셋째 아저씨네 대형 말과 똑같은 모양인 것을 보았다.

일본 놈이구나! 일본 놈이 왔어, 결국 왔구나....

일본 기마병은 파란 화염이 올라있는 석교를 올라가지 않고, 옆으로 비스듬히 둑 마즌편으로 가로질렀다.

수십  필의 커다란 말이  서툴게 몸을 부딪쳐가며 눈 깜빡할 사이에 강바닥까지 갔다.

그들은 중얼중얼 큰 소리로 외쳤고, 말들이 힝힝 우는 가운데 강물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곧 강물에 잠겨, 말 다리가 보이지 않았고, 말의 배가 수면에 닿았다.

말에 탄 일본 병사들은 모두 단정히 앉아 허리를 곧게 펴고 머리를 살짝 들고 있었다. 얼굴 하나하나마다 햇빛에 비쳐서 하얗게 보였고, 눈과 코는 구분되지 않았다.

말은 고개를 든 채, 빨리 달리는 자세는 보여주었으나, 뛰지는 못했다.

강물은 마치 걸쭉하게 설탕을 녹인 시럽같이 비릿하고 들척지근한 숨결을 발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커다란 말들은 힘들게 전진해 나가며, 푸른 물보라를 너울너울 일으켰다.

그녀는 그 물보라들이 작은 불꽃처럼 말의 배를 그을리는 것같이 느꼈다. 그래서 말들이 무거운 큰 머리를 끊임없이 들어 올리고, 몸은 쉬지 않고 으쓱대고, 꼬리의 반은 수면 위에 내놓아 뜨게 하나 보다 생각했다.

말 위에 탄 일본 병사들은 높으락 낮으락 했다.

그들은 모두 두 손으로 말고삐를 당기고, 등자를 밟은 다리를 일직선으로 뻗고 팔자(八字)로 벌렸다.

그녀는 대추  색 큰 말이 강 한가운데서 멈춰 서서 꼬리를 치켜들고 똥을 덩이 덩이 싸는 것을 보았다. 말위의 그 일본 병사는 조급하게 발뒤축으로 말의 배를 찼다. 말은 선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말이 머리를 흔들자 재갈 떨리는 소리가 '화라락' 났다.

"쏴라. 형제들!"

왼쪽 관목 덤불에서 어떤 사람이 소리치자, 곧바로 비단 찢는 소리 같은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러고 나서 한바탕, 굵거나 가늘거나 일정치 않은, 두껍거나 얇거나가 같지 않은 소리가 났다.

하얀 연기를 뿜는 검은 것이 '슉 슉'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며 떨어졌다.

'쾅'소리와 함께 물기둥이 치솟았다.

대추 색 말 위의 일본 병사의 몸이 기괴하게 위로 튀어 오르더니 곧바로 뒤로 젖혀졌다. 몸이 젖혀지는 과정에서 그의  굵고 짧은 두 팔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그의 앞가슴에서 검붉은 피가 콸콸 솟아 나왔다. 솟아 나온 피는 말머리 위로 쏟아졌다. 물속으로 쏟아지기도 했다.

커다란 말이 '왁' 일어서며, 시꺼먼 진흙이 잔뜩 묻은 앞 발굽과 기름칠한 것 같이 윤택한 넓고 두터운 가슴을 훤히 드러냈다.

이어서 말의 앞 발굽이 떨어지면서 물보라가 일었고, 일본 병사는 벌써 얼굴을 위로 젖히고 말 엉덩이에 걸쳐졌다.

검은 말을 탄 일본 병사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남색 말을 탄 일본 병사도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두 팔로 말 목 양쪽에 매달려서 흔들거렸다. 그는 모자가 벗어진 머리를 비스듬히 말 목에 기댔는데.

한 줄기 피가 그의 귀를 따라 흘러 물속으로 떨어졌다.

강은 온통 혼란스러웠다.

주인을 잃은 말은 힝힝 울면서 뒤로 돌아서서, 맞은편 언덕으로 필사적으로 내달았다.

나머지 일본 병사들은 모두 말 위에서 허리를 굽히고 두 다리를 말 배에 바짝 붙이고 등에 메고 있던 반들반들한 기병 총을 내려서, 손에 바쳐 들고 관목 숲을 향해 쏘았다.

수십필의 말들이 와르르, 무질서하게 간석지로 올라왔다.

말이 배 아래에서 물방울들이 주렁주렁 떨어졌고, 말발굽은 온통 벌건 진흙 투성이었으며, 말 꼬리는 반짝반짝한 실 같은 물결을 끌고 있었는데, 길게 길게 끌고 있어서 강 한가운데까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

이마에 하얀 털이 난 얼룩 말이 얼굴색이 창백한 일본 병사를 등에 태우고 둑을 향해 뛰어들었다.

육중한 말발굽이 강변 뻘을 파헤치면서 푸석푸석 소리가 났다.

말 위의 일본 병사는 실눈을 뜨고  초승달 같은 입을 팽팽히 당기며, 왼손으로 말 엉덩이를 때리고, 오른손으로 은빛 번쩍이는 군도를 들고 관목 덤불을 향해 돌진해 왔다.

상관라이디는 일본병사의 코끝에 맺힌 탐방울, 얼룩말의 굵고 뻣뻣한 속눈썹을 똑똑히 보았고, 얼룩말의 콧구멍에서 분출되는 헐떡거리는 소리를 들었으며, 시큼한 말의 땀냄새를 맡았다.

갑자기 얼룩말의 이마에서 한줄기 붉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말의 격렬하게 운동하던 사지가 굳어지면서, 매끈하던 말 피부에 무수한 굵고 커다란 주름살이 나타났다. 말의 네 다리는 갑자기 둔해졌고, 말 등 위의 일본 병사는 미처 내릴 틈도 없이  그의 말과 함께 관목 덤불에 곤두박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