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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7장 (1/4)

 

상관라이디가 동생들 한떼를 이끌고, 막 몇십 걸음을 달아났을 때, 공중에서 '휙휙'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 괴상한 소리가 이 상한 새소리 인가 하고 찾아보았다. 그때  그녀 뒤에  있는 강  한가운데서 천지를 진동하는 큰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그녀의 귀에서  '웅웅' 소리가 울렸고, 머릿속이 몽롱해졌다.

곧이어 찟어져서 너덜너덜해진 머리 큰 메기 한 마리가 그녀의 눈앞에서 떨어졌다. 메기의 오렌지색 머리에는 몇 가닥의 검붉은 피가 흘렀고, 두 개의 긴 촉수는 미세하게 떨렸으며, 내장은 등을 적시고 있었다.

메기가 하늘에서 떨어진데 이어서, 거대한 혼탁하고 따뜻한 강울이 그녀들의 몸에 쏟아졌다.

그녀는 무감각하게, 마치 꿈꾸듯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동생들도 똑같이 무감각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니엔디의 머리카락에 한 뭉치의 끈적끈적한, 마치 소나 말이 씹다가 뱉은 것 같은  수초가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또 샹디의 뺨에는 예닐곱 개의 싱싱한 은회색 고기비늘이 묻어있었다.

그녀들이 있는 곳에서 십여 발자국 떨어진, 강 한가운데에서 강물이 소용돌이치며 생겨난 검은 물보라가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었고, 폭풍에 의해 들어 올려진 따뜻한 물이 화라락 소리를 내며 이 회오리 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강물 위에서 한줄기 가느다란 흰 연기가 흔들거렸다.

그녀는 향긋한 초연(硝烟: 화약연기)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애써 눈앞에 벌어진 정경을 생각해 보았는데, 비록 확실하진 않지만, 일종의 흥분괴  불안이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마구 소리 지르고 싶었으나, 눈에서 갑자기 커다란 눈물 방울이 몇 방울 흘러나오더니, 땅 위로 뚝뚝 떨어졌다.

내가 왜  우는 거지?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울지 않았는데 왜 눈물이 흐르는 거지?

어쩜 이건 눈물이 아니라 얼굴에 강물이 튄 걸 거야.

그녀는 머리가 완전히 혼란에 빠진 것을 느꼈고,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번쩍번쩍 빛나는 다리, 탁한 물이 소용돌이치는 강, 빽빽하게 우거진 관목, 놀라 허둥지둥하며 어쩔 줄 모르는 제비, 멍하니 서있는 동생들....

복잡한 이미지들이 한데 뒤섞이며, 머릿속이 온통 정리되지 않고 헝클어졌다.

그녀는 제일 어린 동생 치우디가 입을 벌리고 눈을 꼭 감고 있는데, 두 줄기 눈물이 뺨 위에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공중에서 딱딱딱하는 탁하고 가느다란 울림이 있었는데, 마치 무수한 콩 꼬투리가 땡볕 아래서 터져 갈라지는 것 같았다.

둑의 관목덤불에 숨어서, 비밀스럽게 바스락바스락 하는 소리는 마치  떼를 이룬 작은 짐승들이 그 안에서 몰래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막 관목덤불에서 보았던 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소리 없이 사라졌다. 관목 가지들은 조용히 위로  뻗어있었고, 금화 같은 잎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들은 정알 그 속에 숨어있는 걸까? 그들은 무얼 하려고 숨어있는 걸까?

그녀는 힘들게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실낱같이 가느다란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대단히 먼 곳에서 부르는 소리였다.

".... 동생, 빨리 엎드려.... 동생들... 엎드려...."

그녀는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으려고 눈을 두리번거렸다.

머릿속 깊은 곳에서 게가 옆으로 기어가는 것 같았고, 머리가 아파서 참기 힘들었다.

그녀는 까맣고 눈부신 것이 공중에서 날아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석교 동쪽 강에서 느릿느릿 물기둥이 하나 솟았다. 그 물기둥은 황소 허리만큼 굵었다. 물기둥이 둑 높이만큼 올라왔을 때, 그 꼭대기가 갑자기 흩어졌는데 마치 머리를 산발한 은버드나무 같았다.

곧바로 화약  냄새, 뻘 냄새, 생선 썩는 냄새가 그녀의 콧구멍으로 몰려 들어왔다.

그녀는 귀가 얼얼해져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거대한 소리가 봇물 터지듯 사면 팔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한 개의 까맣고 눈부신 것이 강물로 떨어졌고, 전처람 물기둥이 솟았다.

한 덩이의 파란 것이 강변으로  파고 들어오자, 물결이 밀려와 강변 기슭에 부딪쳐  솟아올랐는데 그 모양은 꼭 개 이빨 같았다.

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그 파란 것을 주었다.

순간 손가락 끝에서 누런 연기가 일어나며, 날카로운 통증이 빠르게 전신에 퍼졌다.

별안간 그녀는 왁자지껄한 세상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것은 화상을 입은 손의 통증이 귀를 뚫고 나와, 귀를 막고 있던 마개를 병마개처럼 딴 것 같았다.

강물이 쿨러굴럭 소리 내더니  수면 위에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폭발 소리가 공중에서 꽈르릉 들려왔다.

여섯 동생들 중, 셋은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내어 울었고, 다른 셋은 귀를 가리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황량하고 풀이 무성한 저습지에서 어리석은 새가 사람에게 쫏기자, 급한 나머지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낸 채 머리만 땅에 처박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 동생들아! "

그녀는 관목 덤불 사이에서 어떤 사람이 크게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다.

"빨리 엎드려. 엎드리고 기어 와...."

그녀는 땅에 엎드려서, 관목 덤불에 있는 사람을 찾았다.

드디어 그녀는 가지가 유연한  관목, 붉은 버들 속에 있는, 얼굴이 까맣고  이빨이 하얀 그 낯선 남자가 마주 서서, 자기에게 손짓하며 고함치는 것을 보았다.

"빨리 기어 와!"

그녀의 혼돈되어 있던 머릿속이 좍 갈라지며 틈이 생겼고, 한줄기 환한 밝은 빛이 스며들어왔다.

그때 그녀는 말울음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황금빛 어린 말이 화염 같은 갈기를 세우고 석교 남쪽 끝에서 석교로 뛰어올랐다. 이 아름다운 어린 말은 아직 굴레를 하지 않은, 사람으로 치면 청년과 소년 사이로, 말도 안 듣고,  활발하며, 청춘 기백이 넘쳐흐르는 시기였다.

이건 복생당의 말인데, 환씨  셋째 아저씨 집의 동양 대형 종마의 아들이었다. 환씨 세째 아저씨는 종마를 아들같이 사랑했으니, 이 황금빛 어린 말은 바로 그의 혈족 손자인 것이다.

그녀도 이 어린 말을 알고 있었고, 이 말을 좋아했다.

이 어린 말은 자주 골목 안에서 뛰쳐나와 손 씨 큰  고모집, 검은 개들을 미쳐 날뛰게 했다.

그놈은 다리 한가운데까지 뛰어가다가 갑자기 그 자리에 섰다. 짚더미 벽에 길이 가로막혀서 그런 것 같았다. 또 건초더미의 술 향기를 맡고 정신이 혼미허진 것 같기도 했다.

그놈은 머리를 비스듬히 들고, 건초를 들여다보느라 골몰했다,

그놈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녀는 생각했다.

하늘서  다시 휙휙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나더니, 녹은 쇠보다 더 눈부신 밝은 빛이 다리 위에서 터졌다. 천둥 같은 소리가 높고 먼 곳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그 어린 말이 순간 그 자리에서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을 보았다. 반쯤 익고, 털가죽이 새까맣게 타버린 말의 다리 하나가 관목 가지 위로 날아와 떨어졌다.

그녀는 구역질을 느꼈다. 한줄기 시큼하고 쓴 액체가 위 밑바닥에서 솟구쳐 나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녀의 머릿속이 일순간 맑아지며  분명해졌다.

말의 다리를 통해 그녀는 죽음을 보았다.

공포가 엄습해 왔다. 그녀는 손이 덜덜 떨렸고, 이빨이 딱딱 부딪쳤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동생들을 끌고 관목 덤불을 쑤시고 들어갔다.

여섯 동생들은 그녀를 꼭 에워싸고, 서로 껴안았는데, 마치 육쪽마늘처럼  여섯 개의 마늘쪽이 마늘대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그 익숙한 목소리가 목이 쉬어서, 무언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녀는 끓는 강물에 덮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