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가르침 아래, 상관 부자는 머리를 숙였고, 감히 딴 소리를 하지 못했다.
환씨 셋째는 담배대의 재를 털어버리고, 그녀의 말에 변명이라도 하듯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누님 안목은 원대해. 모두 꿰뚫어 보고 있군. 그렇게 말해주니 나도 마음속으로 적지 않게 안정이 되네. 맞아, 어디로 도망가겠어? 어디에 숨겠어? 사람은 도망가고 숨을 수 있겠지만, 큰 노새와 큰 종마는 산같이 큰데 어떻게 숨길 수 있겠어? 네미, 숨어 봤자 기껏 보름이겠지. 어찌 됐든지, 우리 새끼 노새부터 고통 속에서 꺼내주고 나서 다시 얘기합시다.
상관뤼스는 저으기 안심이 되어 말했다. "그거 맞는 말이네!"
환씨 셋째는 저고리를 벗고, 허리띠를 단단히 매었다.
그리고는 목청을 가다듬었는데, 곧 무대에 올라 무술을 겨루려는 무사 같았다.
상관뤼스는 만족해서 여러 번 고개를 끄떡이면서, 입으로 되풀이해 말했다
" 세째, 그거 정말 맞아. 그거 정말 맞다고, 셋째 아저씨.
사람이 가면 이름이 남고, 기러기가 가면 소리가 남는 거야.
노새를 받고나면 내가 술 한병 더 주고, 징과 북을 두드려서 당신 이름을 드높여 줄 거야."
환씨 세째가 말했다. "누님, 모두 쓸데없는 소리야. 누가 당신네 나귀가 우리 종마의 새끼를 배게 했지? 그건 나야.
심는 걸 책임졌으니 거두는 것도 철저히 책임질게."
그는 나귀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는 나와있는 작은 노새 발을 당겨 보더니 중얼거렸다.
"노새 사돈아. 여긴 귀문관(鬼门关: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관문)이야. 너도 정신 똑똑히 차리고 숨을 쉬어야 해. 이 셋째 아저씨 체면 좀 세워줘라."
그는 나귀 머리를 속바닥으로 찰싹 치면서 말했다.
"아저씨들, 밧줄 가져오고, 굵은 목봉도 가져와. 이놈을 들어 올려, 세워야 해. 누워서는 새끼를 낳을 수 없어."
상관 부자는 상관뤼스를 바라보았다.
상관뤼스가 말했다. "셋째 아저씨가 말하는 대로 해."
상관 부자는 밧줄과 목봉을 가져왔다. 환씨 셋째는 밧줄을 받아, 나귀 앞발의 뒤로 통과시켜 위쪽으로 매듭을 짓고, 손으로 매듭을 들면서 말했다. "여기 목봉을 끼워."
상관후루는 목봉을 밧줄 매듭에 꿰었다.
"너는 저쪽으로 가." 환씨 셋째가 상관쇼우씨에게 명령했다.
환씨 셋째가 말했다. "허리를 굽히고 목봉을 어깨에 올려!"
상관 부자는 서로 마주 보고, 허리를 굽히고 목봉을 어깨 위로 올렸다.
"됐어" 환씨 셋째가 말했다.
"이렇게 하는 거야. 서두르지 말고, 내가 일어나라고 하면 그때 당신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서 일어나야 해. 성패는 이 한 번에 달려있어.
이 나귀는 돌아누울 힘도 없어.
누님, 나귀 뒤에서 내가 새끼 받는 것을 도와줘. 새끼 입이 먼저 떨어지면서 다치면 안 돼."
그는 나귀 뒤로 돌아가서, 손바닥을 비비더니, 절구 위에 있던 콩기름 등잔을 가져와 기름을 손바닥에 붓고 골고루 비빈 다음, 입으로 한번 '호' 불었다.
그런 다음, 그가 나귀의 산도(産道)에 한 손을 뻗어, 쑥 집어넣고 탐색해 보자, 나귀 발굽이 마구 날아왔다.
그의 한쪽 팔이 모두 뻗어 들어가자, 그의 목은 보라색의 작은 노새 발굽에 바짝 붙었다.
상관뤼스는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술이 덜덜 떨렸다.
환씨 셋째가 우렁차게 말했다.
"아저씨들, 내가 하나, 둘, 셋 할 테니까, 셋 할 때 용을 써서 일어나.
겁쟁이처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 허리를 꺾으면 안 돼. 좋아."
그의 턱은 나귀 엉덩이에 거의 닿았고, 나귀의 산도에 깊이깊이 뻗쳐 들어간 손은 무언가 잡은 것 같았다.
"하나아-----, 두울-----, 셋!"
상관 부자는 "으랏차차" 소리쳤는데, 그건 그들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남성으로서의 강건함이었다.
그들은 순간에 허리를 꼿꼿이 폈고, 그 힘을 빌어, 검은 나귀는 몸이 들리며 양 앞다리가 풀려났고 목이 위로 들렸다. 양 뒷다리는 기울어지면서 몸통이래 웅크린 자세가 되었다.
환씨 셋째의 몸도 나귀가 기울어지는 바람에 거의 땅바닥에 엎어졌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그저 그의 고함 소리만 들렸다.
"일으켜 세워, 일으키라고!"
상관 부시는 발끝으로 서서 필사적으로 목봉을 들어 올렸다.
상관뤼스가 얼른 나귀 배 밑으로 파고 들어가, 자기 등으로 나귀 배를 받쳤다.
나귀가 소리를 크게 지르더니 일어섰다.
이와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미끌미끌한 것이 피와 걸쭉한 액체와 함께 나귀 산도를 뚫고 나왔다. 그것은 먼저 환씨 셋째의 품 안으로
떨어졌고, 그런 다음 땅 위로 미끄러졌다.
환씨 셋째는 새끼 노새 입 속에 있던 점액을 꺼내고, 칼로 탯줄을 잘라 매듭을 짓고, 노새를 안아서 깨끗한 곳에 놓았다.
그러고 나서, 깨끗한 헝겊을 달라고 하여 그놈 몸에 있는 점액을 닦았다.
상관뤼스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고, 입으로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천(天) 신님 고맙습니다. 지(地) 신님 고맙습니다. 환씨 셋째 고맙습니다, 천신님 고맙습니다 지신님 고맙습니다. 환씨 셋째...."
새끼 노새가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섰다가 바로 쓰러졌다.
그의 털은 매끄러운 비단 같았고, 입술은 빨개서 꼭 장미 꽃잎 같았다.
환씨 셋째가 노새를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
"얼마나 잘생겼냐! 과연 우리 씨다. 말은 내 아들이고,
꼬맹이 너는 내 손자야. 나는 네 할아버지다.
형수님, 미음을 끓여다 우리 나귀 며느리에게 먹여.
그놈이 목숨을 건졌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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