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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6장 (1/2)

귀여운 나귀 인형

 

술에 얼근하게 취해 있는 환씨 셋째는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며, 상관 집 대문으로 들어섰다.

일본 놈들이 곧 올 건데, 너희집 나귀는 하필  이때를 잡다니! 어떻게 말하든 간에 너희  나귀가 새끼 낳는 날은, 우리 집 종마의 날이야. 암, 방울을 매단 자가 방울을 풀어야 하고말고. 상관쇼우씨, 너도 안면이 작지 않가지만, 쥐뿔이나! 네가 안면이랄 게 뭐가 있어? 난 순전히 네 엄마 안면을 봐서 가는 거야. 네 엄마는 나랑.... 하하하.... 네 엄미는 나에게 말굽 편자를 잘 두드려...."

상관쇼우씨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허튼 소리를 마구 해대는  환씨 셋째를 뒤 따라왔다.

"환씨 세짜!" 상관뤼스가 소리쳤다. "잡것 같으니! 하나님 모셔오기보다 더 어렵네!"

환씨네 세째는 정신을 조금 추스르고 말했다."환씨 셋째 왔어!"

그는 바닥에 넘어져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있는 나귀를 보았다.

그는 단번에 취기가 반쯤 달아났다.

"아이고, 벌써 이 지경이 되다니! 왜 나를 부르지 않았어?"

그는 어깨에 걸친 소가죽 주머니를 벗어던지고, 허리를 굽혀 나귀 귀를 만져보았다. 그리고 나귀 배를 탁탁 쳐보더니 다시 나귀 뒤로 돌아가서, 나귀의 산도(产道)에서 삐죽이 튀어나와 있는 노새(말과 당나귀의 잡종)의 다리를 잡아당겨보았다.

그러고 나서 허리를 펴더니, 안 되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무 늦었어. 끝났어.  작년에 당신 아들이 나귀를 끌고 교배하러 왔을 때, 내가 말했지. 너네 메뚜기 같은 나귀는 같은 나귀끼리 교배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는데, 내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말과  교배하겠다고 우긴 거야. 우리말은 대형종이고 우수한 순종 동양마(东洋马)라 말발굽 하나가 당신네 나귀 머리보다 크거든. 우리 집 종마가 올라타면, 당신네 나귀는 움직이지도 못해. 그야말로 큰 수탉이 참새에 올라타는 거지. 우리 집 종마가 교육 한번 잘 시켜주려고, 눈을 딱 감고 당신네 메뚜기 나귀와 교미한 거야. 만일 다른 사람네 말과 바꾸어했으면..., 흥,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난산을 했을까? 노새를 낳을 수 있는 말은 당신네 저런 나귀가 아니야. 당신네  나귀는 나귀밖에 못 나아. 그것도 메뚜기 나귀밖에...."

"환씨 세째,  상관뤼스가 그의 말을 끊고,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 아직 할 말 더 있어?"

"끝났어. 할말 다 끝났어."

그는 소가죽 주머니를 집더니, 도로 어깨에 걸쳤다.

그는 취한 상태에서 회복되었는지, 기우뚱거리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상관뤼스는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셋째 아저씨., 정말 이렇게 갈 거야?"

환씨네 셋째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누님, 복생당 큰 주인이 외치는 소리 못 들었어? 시골 사람들도 모두 도망가고 없어. 나귀도 급하지만, 나 역시 급한 거 아냐?"

상관뤼스가 말했다. "세째 아저씨. 내가 당신을 섭섭하게 할까 봐 그러는 거야?  좋은 술, 두 주전자와 살찐 돼지 머리 하나면 손해 볼 거 없는 거 아니야? 이 집은 내가 주인이야.""

환씨 세째는 상관 부자를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당신은 진짜 대장장이야. 척추를 드러내고 큰 망치를 휘두르는 여편네는 전 중국에서 당신 하나일 거야. 그것도 힘껏 휘두르는...."

그는 기묘하게 웃기 시작했다.

상관뤼스는 그를 손바닥으로 한대 치며 말했다. "쑥스럽게 그러지 마,  셋째야. 가지 마. 어떻게 보면 두 생명이야. 말이 당신 아들이면, 이 나귀는 당신 며느리야. 배속에 있는 아기 노새는 당신 손자고. 정말 당신의 진짜 능력을 보여줘. 살려주면 꼭 보답할게. 죽더라도 당신을 원망은 안 해. 내가 박복해서 그렇게 된 거지 뭐."

환씨 셋째는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은 나에게 나귀와 말이 친척이 되었다고 했어. 그럼 나는 뭐가 되는 거지?  한번 해볼까?  죽은 나귀가 살아나게"

그 말이 맞아. 셋째 아저씨, 쓰마 집안 미친놈이 하는 허풍 듣지 마. 일본인이 와서 뭘 어쩐다는 거야? 다시 말하는데, 이건 선행을 베풀고 덕을 쌓는 거야. 귀신도 착한 사람이 가면 피해 간다고 하지 않아." 상관 뤼스가 말했다.

환씨 셋째는 소가죽 주머니를 열고, 짙푸른 빛깔의 액체가 담긴 병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조상 대대로 물려내려 온 비방으로 배합한 신기한 약이야. 가축이 새끼를 낳을 때 거꾸로 선 것을 치료하는 약이지. 이 약을 먹였는데도 살아나지 못하면, 손오공이 와도 못 살려."

"아저씨들." 그는 상관쇼우씨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이리 와서 도와줘."

상관뤼스가 말했다. "내가 도울께. 그 앤 손발이 굼떠서 안돼."

환씨 셋째가 말했다. "상관  집안은 암탉이 울고, 수탉은 알을 안 낳는군."

상관후루가 말했다. "셋째. 욕을 하려면 대놓고 해. 빙빙 돌려서 하지 말고."

환씨 셋째가 말했다. "화났어?"

상관뤼스가 말했다. "잡담하지 말고, 일 시키기나 해. 어떻게 할까?"

환씨 셋째가 말했다. "나귀 목을 들어 올려. 내가 약을 먹여야 하니까!"

상관뤼스는 다리를 벌리고, 긴장해서, 나귀의 목을 안고 나귀 머리를 들어 올렸다.

나귀 머리가 흔들리면서, 나귀 콧구멍에서 거친 숨이 뿜어져 나왔다.

"좀 더 높이 들어." 환씨 셋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상관뤼스가 다시 힘을 쓰자, 다시 콧구멍에서 거친 숨이 뿜어져 나왔다.

환씨 세째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어기 두 아저씨는 죽었어?"

상관부자가 도우러 오다가 하마터면 나귀 다리를 밟을 뻔했다.

상관뤼스는 눈을 부라렸고, 환씨 셋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나귀 머리가 높이 들려졌다. 나귀의 두꺼운 입술을 젖히자 긴 이빨이 드러났다.

환씨 셋째가 소뿔을 갈아서 만든 깔때기를 나귀 입에 꽂고, 짙푸른 액체를 부어 넣었다.

상관뤼스는 거칠게 숨을 헐떡거렸다.

환씨 셋째는 담배대를 꺼내 담배를 넣고, 웅크리고 앉아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더니, 콧구멍으로 두 줄기 하얀 연기를  뿜었다.

그가 말했다. "일본인들이 현성 (县城)을 점령하고 장웨이 한(张唯汉) 현장을 죽이고, 장웨이한 현장의 처를 강간했어."

상관뤼스가 물었다. "또 쓰마 집안에서 나온 소식이야?"

환씨 셋째가 말했다. "아니야. 나와 의형제 늘 맺은 형제가 말한 거야. 그는  현성县城 동문 밖에 살아."

상관뤼스가 말했다. "십리 길인데도 맞는 소식이 없네."

상관쇼우씨가 말했다. "쓰마쿠가 하인들을 데리고, 다리 어귀에 화진(火阵)을 쳤다더니,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군."

상관루스가 분노에 차서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제대로 된 말은 하나도 안 들리면서, 틀리고 옳지 못한 말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는구나. 어쨌든 너는 남자고 한 떼거리 아이들의 아빠다. 네 목 위에 올려놓은 것이 표주박이냐, 아니면 두뇌냐?

당신들도 생각하고 싶지 않겠지만, 일본인이라 해서 남자가 애를 낳고 여자가 애를 기르지 않을 거 아니오?  또 그들이 우리 같은 백성들에게 아무 원한도 없는데 뭘 어쩌겠어요?

도망간다고 총보다 빠르겠어요?  숨어? 숨는다고 며칠이나 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