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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5장 (3/3)

 

동생들은 떠나기를 아쉬워하며 강 언덕으로 올라와 , 강변에 섰다.

그녀들의 손은 하얗게 퉁퉁 불었고, 작은 다리에는 뻘건 진흙이 잔뜩 묻어있었다

"큰언니, 오늘은 강에서 새우가 어떻게 그렇게나 많이 잡혀?" "큰언니, 엄마는 우리에게 줄 작은 동생을 낳았을까?"  " 큰언니, 일본 놈들은 어떻게 생겼어? 그들은 정말 아이들을 잡아먹어?" "큰언니, 벙어리네 집에서는 왜 닭을 죽였어?"  "큰언니, 할머니는 왜 맨날 우리에게 욕을 해?" " 큰언니, 난 엄마 뱃속에 커다란 미꾸라지 한 마리가 들어있는 꿈 꾸었어...."

동생들은 라이디에게 번갈아가면서 물었으나, 그녀는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석교(石桥: 돌다리)를 보고 있었다.

석교는 청자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세 마리의 말이 끄는 고무바퀴를 단 큰 마차가 마을에서 달러와 석교 어귀에 서 있었다.

키 작은 마부가 말을 한 곳으로 모았다.

말은 초조하고 불안한지, 앞발굽으로 다리의 돌을 찼고, '챙' 소리가 나며 불꽃이 튀었다.

몇 명의 남자가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허리에 폭이 넓은 소가죽 혁대를 맸는데, 혁대에 달린 구리 버클은 금처럼 번쩍였다.

싱관라이디는 그들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복생당 정원을 지키는 하인들이었다.

하인들은 마차에 올라가, 거가 실려있던 짚더미들을 아래로 던졌다.

이어서 술 광주리를 아래로 내렸는데, 모두 합해서 열두 광주리였다.

마부는 말머리를 끌어당겨, 말들을 뒤로 가게 하여, 다리 앞 공지에 마차를 빼놓았다.

이때 그녀는 복생당 둘째 주인 쓰마쿠가 까만 자전거를 타고 마을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고미현 동북마을이 생긴 이래  최초의 자전거로, 독일에서 만든,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인(美人) 표 자전거였다.

할아버지 상관후루는 손이 경솔해서, 남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에 핸들을 만져보았는데, 즉각 둘째 주인의 노란 눈알이 푸른빛을 발했다.

그건 작년 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산(山) 누에 실로 짠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 흰 광목 바지를 입었고, 발목에는 검은 술이 달린 청색밴드를 맸으며 발에는 흰색 고무창 가죽구두를 신었다. 그의 두 개의 비대한 바짓가랑이는 팽팽해서 마치 그 안이 기체로  충만해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두루마기 자락은 걷어 올려져서 허리띠에 끼어져 있었다.

허리띠는 하얀 실로 짠 것이었는데, 양쪽 끝에 길고 짧은 술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왼쪽 어깨에는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한 줄의 가느다란 갈색 폭이 좁은 가죽 띠를 둘렀는데, 띠에는 가죽 상자가 연결되어 있었다. 가죽 상자 주둥이에는 한 귀퉁이에 불꽃같은 빨간 비단이 노출되어 있었다.

독일산 미인표 자전거의 종소리는 콩 볶는 소리 같았고, 쓰마쿠는 바람처럼 달려왔다.

그는 자전거에서 뛰어내리더니, 추녀풀 모자를 벗어 부채질을 했다.

얼굴에 있는 붉은 반점이 빨간 석탄 같았다.

그는 큰 소리로 하인들에게 명령했다.

"빨리 짚더미를 다리 위에 쌓고, 술을 부어서, 개새끼들을 태워버리자!"

하인들이 급히 짚더미들을 다리 위로 던졌다.

잠깐동안에 다리 위에는 짚더미가 사람 허리 높이로 쌓였다.

짚더미에 기생하던 작은 흰 나방들이 펄떡펄떡 기어 나와서 날았는데 어떤 놈은 강물로 떨어져 물고기 배로 들어갔고, 어떤 놈은 제비 입으로 들어갔다.

"짚더미에 술을 부어라!" 쓰마쿠는 큰 소리로 고함쳤다.

하인들은 술 소쿠리를 들고 상체를 구부리고 다리 위로 올라갔다.

그들은 돼지 방광을 헤치고 술 소쿠리를 기울여 술을 부었다.

깨끗하고 맛있는 술이 콸콸 쏟아졌다. 술 향기에 강 줄기가 취하는 것 같았다. 짚더미에서 와삭와삭 소리가 났다.

상당히 많은 술이 다리 위로 흘렀고, 석교 가생이를 따라 흘러가다가 한 군데서 모이자, 갑자기 비가 오는 것처럼 강물로 떨어졌다.

다리 아래에서 철버덕 철버덕 물소리가 났다.

열두 바구니를 모두 쏟아붓자, 다리 전체가 술로 한번 세척된  것 같았다. 시들어 누렇게 된 짚더미가 색이 변했다.

다리 가장자리에는 술이 떨어지는 투명한 커튼이 걸렸다.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에 강에는 고기들이 하얗게  배를 뒤집고 뜨기 시작했다. 상관라이디의 동생들은 강으로 내려가 고기를 줏으려고 하였다.

상관라이디가 낮은 소리로 동생들을 꾸짖었다.

"내려가지 마. 나와 집에 가야지!"

다리 위에서의 기이한 풍경은 동생들을 붙잡았고, 그녀들은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다리 위에서의 기이한 풍경은 상관라이디도 붙잡아서, 그녀는 동생들을 끌고 걸어가면서도 눈은 시종 다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쓰마쿠는 득의양양하게 다리 위에 서서, 박수를 짝짝짝 쳐서 주목하게 하더니, 두 눈은 금빛을 내뿜고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그는 하인들을 향해서 으스대었다.

"이 교묘한 계책을 나 아니면 누가 생각할 수 있겠어? 씨발, 나니까 생각해 내는 거야. 일본 놈의 새끼들 빨리 와라. 뜨거운 맛을 보여 줄 테니."

하인들도 그 소리에  맞장구를 쳤다.

한 하인이 큰 소리로 물었다. "둘째 아재, 지금 불을 붙일까요?"

쓰마쿠가 말했다. "안돼, 그놈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불을 붙이는 거야."

하인들이 쓰마쿠를 둘러싸고 다리 어귀로 갔다.

복생당의 마차도 마을로 돌아갔다.

다리 위에는 정적이 흘렀고  오직 술 방울이 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상관라이디는 새우 소쿠리를 들고, 동생들을 데리고, 조를 나누어  강둑의 완만한 언덕에 무성하게 자란 관목을 따라 둑 꼭대기를 향해 올라갔다.

갑자기, 그녀는 관목 가지 사이에 숨어있는 검고 삐쩍 마른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새우 소쿠리를 탄성 있고 풍성한 가지 위로 떨어뜨렸고, 놀라서 펄쩍 뛰다가 쓰러지며, 강변으로  굴렀다.

새우가 소쿠리에서 흘러나와 뻘 위에서 하얗게 펄떡펄떡 뛰었다.

상관링디가 쫓아가 새우 소쿠리를 잡았고, 몇 명의 동생들이 떨어진 새우를 잡았다.

그녀는 겁이 나서 강변으로 물러나면서도, 눈은 감히 그 까만 얼굴에서 떼지 못했다.

검은 얼굴에 미안한  미소가 터지며, 두줄의 하얀 이빨이 진주조개처럼 밝게 빛났다.

그녀는 그가 낮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고 아가씨, 놀라지 마. 우린 유격대야.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빨리 여길 떠나."

이때, 그녀는 비로소 둑 관목 덤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 수십 명의 푸른 옷을 입은 사람들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장총을 안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폭탄을 들고 있었으며 또 어떤 사람은 벌건 녹이 점점이 박힌 큰 칼을 짚고 있었다.

자기와 마주한 웃는 얼굴의 검은 얼굴에 하얀 이빨을 한 남자는 오른손에는  파란색  권총을 쥐고 있었고, 왼손에는 재깍재깍 소리가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받쳐 들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그녀는 그것이 시간을 재기 위한 회중시계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얼굴 까만 남자는 결국 그녀의 이불속을 뚫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