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관촌 마을, 큰길에 갑자기 마차 한대가 질주해 왔다.
마차가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 모르나, 하늘에서 내려왔거나 땅에서 솟아난 것만 같았다.
세필의 준마가 한대의 고무바퀴를 단 큰 마차를 끌고 있었고, 열두 개의 말발굽은 리드미컬하게 반복해 움직이면서 말발굽 소리가 저벅저벅 났다. 그때마다 먼지가 일었는데, 하나하나가 노란 연기 같았다.
말은 한 마리는 살구색, 한 마리는 붉은 대추색, 한 마리는 황록색이었다.
세필의 말은 포동포동 살이 쪘고, 마치 밀랍으로 조각해 놓은 것 같이 몸이 번지르르했고, 색갈이 매력적이었다.
새까만 젊은 남자가 다리를 벌리고 마차를 끄는 말 뒤, 끌채에 섰는데, 먼 데서 보면 그가 마차를 끄는 말 엉덩이에 앉아있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젊은 남자는 붉은 술이 달린 커다란 채찍을 휘둘렀다. 입에서 연신 "이랴 이랴 이랴", 채찍 소리는 "휙 휙 휙" 소리가 났다.
별안간 그가 맹렬히 고삐를 잡아당기자 말은 후이후이 소리를 내며 똑바로 섰고, 마차는 끼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그러자 노란 연기가 조수같이 앞으로 밀려와 마차, 말, 마부가 모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노란 연기가 사라지자, 그녀는 복생당 하인들이 바구니 바구니의 술과 뭉텅이 뭉텅이의 짚을 마차 위로 옮기는 것을 보았다.
키 큰 남자가 복생당 대문 입구에 있는 돌계단에 서서, 큰 소리로 무언가 고함을 질렀다.
바구니 하니가 땅에 떨어지자 턱 소리가 났다. 그러자 묶여있던 바구니 주둥이에서 돼지 오줌통이 터지는 소리가 났고, 맑고 깨끗한 술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몇 명의 하인이 달려와 바구니를 안았다.
키 큰 남자가 돌계단에서 아래로 뛰어내려오더니, 손에 든 번쩍번쩍 빛나는 채찍을 휘둘러 몇 명의 하인을 때렸다.
그 몇 명의 하인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웅크리고 채찍 맞는 것을 받아들였다.
채찍은 자유자재로 휘둘러졌다.
채찍은 마치 햇살 속에서 춤추며 날아가는 뱀 같기도 했고, 술 향기가 바람에 날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평평한 들판에서 보리가 파도처럼 소용돌이쳤고, 바람이 일 때마다 황금빛 조수가 물결쳤다.
탑 꼭대기 남자가 소리쳤다.
"도망치세요. 도망치세요. 늦으면 목숨을 잃어...."
꽤 많은 사람이 문을 나왔는데, 대단히 바쁜 것도 같았고, 또 할 일을 잃어버린 개미 같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걸었고, 어떤 사람은 뛰었으며, 어떤 사람은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또 어떤 사람은 동쪽으로 갔고, 어떤 사람은 서쪽으로 갔으며, 어떤 사람은 그 자리를 맴돌면서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이때, 손씨네 정원에서 맛있는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한 폭의 하얀 증기가 그녀의 집 문 앞에서 말려 올라갔다.
벙어리들은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었고, 정원 안은 무척 조용했다.
오직, 한 조각, 한 조각 하얀 뼛조각이 집안에서 날아올 때마다, 다섯 마리의 검은 개들의 미친 쟁탈전이 벌어졌다.
뼈 조각을 빼앗은 개는 벽 옆으로 뛰어가, 고개를 숙이고 담 모퉁이에서 어기적 어기적 씹었다.
뼈 조각을 빼앗지 못한 개는 집안을 보면서 낮게 짖어댔다.
상관링디가 상관라이디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언니, 우리 집에 돌아 가자."
상관라이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돼. 우린 강에 새우를 잡으러 가야 해. 엄마가 동생을 낳고 나서 우리가 잡은 새우탕을 먹어야 하니까."
그녀들은 서로 붙잡아주며 둑을 내려가서, 일자로 서서 강물과 마주했다.
수면 위에 상관 집안 딸들의 맑고 빼어난 얼굴, 그녀들 모두에게 있는 오뚝하고 긴 콧날, 하얗고 풍만한 큰 귀가 비쳤다.
바로 이런 것들이 그녀들 어머니인 상관루스의 가장 선명한 특징이었다.
상관라이디가 품에서 복숭아나무 빗을 꺼내 동생들의 머리를 차례대로 빗겨주니, 밀짚 부스러기와 먼지가 날리며 떨어졌다.
그녀들은 빗질을 당하면서 모두 입을 벌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기 머리를 빗고, 한 줄로 굵고 튼튼하게 머리를 땋았다. 그것은 등 뒤에서 흔들면 머리끝이 그녀의 볼록 솟은 엉덩이까지 닿았다.
그녀가 빗을 집어넣고, 바지를 걷어 올리니, 보얗고 매끈하게 잘 빠진 작은 발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녀는 붉은 꽃이 수놓아진 남색 비단 신을 벗었다.
천연 발을 한 동생들은 그녀의 전족으로 인한 반불구 발을 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화가 나서 소리쳤다.
"뭘 봐? 뭘 보냐고? 새우를 못 잡으면 늙은 것(조모를 뜻 함)이 너희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동생들은 신속히 신을 벗고 바치가랑이를 끌어올렸는데, 제일 어린 상관치우디는 엉덩이가 나오도록 벗었다.
상관라이디는 진흙으로 덮여있는 강변에 서서,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과 수면 아래에 있는 가볍고 부드러우며, 조용하게 흔들리는 물풀을 보았다.
고기들이 수초 사이에서 즐겁게 노닐고 있었다.
제비가 수면에 바짝 붙어서 날고 있었다.
그녀는 강으로 내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치우디는 위에서 새우를 줍고, 다른 사람은 모두 내려와!"
동생들은 깔깔 웃으며 강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전족을 하기 위해 발을 묶어 놓았기 때문에, 각별히 발 뒤꿈치가 발달되어 진흙에 빠졌을 때 곧바로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매끄러운 수초 잎이 그녀의 다리에 간들거리자, 그녀의 마음속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재미가 넘실거렸다.
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물속을 더듬었다.
수초의 뿌리 부분, 진흙이 쌓이지 않은 평탄한 디딜 곳, 그런 곳이 모두 새우가 좋아하는 곳이다.
작은 것이 하나, 갑자기 그녀의 두 손에서 펄떡 튀었다.
그녀의 가슴속에 한바탕 기쁨이 몰아쳤다.
한 마리의 투명하고, 구부러진 손가락 크기의 강(江) 새우가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잡혔다.
새우는 생동감 있게 팔닥거렸고, 수염은 이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그놈을 강변 위로 던졌다.
상관치우디가 기쁘게 소리치며, 달려가 새우를 주웠다.
"언니, 나도 한 마리 잡았어!"
"언니, 나도 잡았어!"
"나도 잡았어!"
........
두 살 먹은 상관치우디는 이렇게 번거롭고 막중한 새우 줍는 일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 애는 뛰어가다 넘어지자 강변에서 엉엉 울었다.
새우 몇 마리는 힘껏 튀어서, 도로 흘러가는 강물로 돌아갔고, 곧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상관라이디가 강변으로 올라가 어린 동생을 일으켜 세우고는, 애를 끌고 강변으로 데려가 손바닥으로 물을 끼얹어서 엉덩이에 묻은 진흙을 닦아주었다. 그녀가 물을 끼얹어 줄 때마다 치우디의 몸은 들썩거리며, 입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 안에는 두서없이 사람을 욕하는 나쁜 말이 들어있었다.
라이디는 치우디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한 대 때리고 그 애를 놓아주었다.
치우디는 재빨리 제방 언덕, 반쯤 달려가서 관목 가지를 붙잡고 떼를 쓰는 늙은 여인처럼 눈을 꼬나보며 큰소리로 나쁜 욕을 했다.
라이디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동생들은 벌써 강의 상류까지 훑으며 올라갔다.
훤하게 보이는 간석지에 수십 마리의 새우들이 튀고 있었다.
동생 중 하나가 소리쳤다. "큰언니, 빨리 주워 담아!"
그녀는 새우 소쿠리를 들고 치우디에게 말했다. "말썽꾼이 녀석, 너 집에 가서 혼날 줄 알아!"
그러고 나서, 유쾌하게 새우를 주었다. 그녀는 연속해서 쉬지 않고 새우를 줏느라 일체의 고민을 잊어버렸다
그녀 자신도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는 노랫가락이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엄마야 엄마야, 맘 모질게 먹고 날 기름 파는 신랑에게 시집보내 줘...."
라이디는 곧바로 동생들을 따라갈 수 있었다.
동생들은 강가를 따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허리를 굽히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턱이 거의 수면에 닿을 정도로 숙이고, 두 팔을 벌렸다가 한데 합치고, 벌렸다가 합치고, 하면서 물밑을 뒤져가며 앞으로 나갔다.
그녀들 뒤로 강물이 혼탁해졌으며, 담황색 수초 잎들이 걸리며 뜯겨 수면에 둥실 뜨기도 했다.
그녀들이 허리를 펼 때마다 반드시 새우가 잡혔다.
한 번은 링디가, 한 번은 펀디가, 한 번은 샨디가....
다섯 자매들은 거의 끊임없이 새우를 강변으로 던졌다.
라이디는 이리 뛰고 저리 뚜고 하면서 새우를 주워 담았고, 치우디는 뒤를 졸졸 따라왔다.
그녀들은 모르는 사이에 교롱하에 가로 걸려있는 아치형 다리까지 왔다.
상관라이디가 동생들에게 손짓했다.
"이제 올라와라. 새우 소쿠리가 꽉 찼어. 이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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