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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장.

산동성 가오미 동북향에 있는 모옌의 고향잡

 

말로야 목사는 검은 항아리를 들고 교회당 뒤편에 있는 큰길로 올라섰다.

눈에 바로, 상관후루(上官福禄: 대장장이))의 처, 상관뤼스(上官吕氏)가 허리를 구부리고,  화로를 청소하는 빗자루를 손에 들고, 큰길에서 흙을 쓸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마음이 급해서 펄쩍 뛰면서,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 하나님, 전능하신 주여, 하나님...."

그는 뻣뻣한 손가락으로 가슴에 "십자"를 그었다.

그리고 담 모퉁이로 천천히 뒷걸음쳐서, 살그머니 키 크고, 뚱뚱한 상관뤼스를 관찰하였다.

그녀는 조용히 밤이슬에 젖은 부토를 쓸어 담으면서, 부토 속에 들어있는 잡물들을 집어내 던져 버렸다.

이 뚱뚱한 부인은 동작은 굼떴지만, 이상하게 힘이 세서, 황금 색 기장을 엮어 만든 빗자루는 마치 그녀의  손안에 든 장난감 같았다.

그녀는 흙을 쓰레받기에 담아 손으로 꾹꾹 누른 다음, 쓰레받기를 두 손으로 들고 조심히 일어섰다.

상관뤼스가 먼지가 담긴 쓰레받기를 들고 막 자기 집 골목 입구로 돌아가려는데, 뒤에서 한바탕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 보니이 진(镇)에서 제일 부유한 복생당(福生堂)의 검은 칠을 한 대문이 열리더니, 한 무리의 여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들은 모두 찢어지고 남루한 옷을 입고, 얼굴에는 솥 밑바닥 검댕이를 칠하고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비단옷을 입고, 걸치고, 얼굴에는 분 칠을 했을 복생당 부녀자들인데, 어쩌자고 저런 행색을 하고 있을까?

복생당 대문 맞은편 토원(套院 : 마당을 중심으로 ㄷ자로 지은 집)에서 별명이 "산 박새"라고 불리는 마부가, 서둘러, 멋있는, 푸른 천 휘장을 친 고무바퀴 대형 마차를 끌고 나왔다.

마차가 미처 제대로 멈추기도 전에 여인들이 앞다투어 밀치고 올라갔다.

마부는 이슬에 젖은 사자상에 웅크리고 앉아 묵묵히 담배를 피웠다.

그때 복생당 큰 주인 쓰마팅(司马亭)이 한 자루의 총열이 긴 조총을 들고 대문에서 뛰어나왔다. 그의 동작은 힘차고, 민첩하여 마치 젊은이 같았다.

마부는 황망히 일어서서 큰 주인을 바라보았다.

쓰마팅은 마부 손에서 담배 꼬다리를 빼앗아 들더니 소리 나게 몇 모금 빨고, 동틀 무렵의 장밋빛 하늘을  향해 한번 크게 하품을 하고 나서, 말했다. "출발해! 흑수하 다리 앞에서 기다려. 내가 곧 뒤따라 갈게."

마부는 한 손은 고삐를 잡고, 한 손은 채찍을 흔들며 말을 몰아 차 머리를 돌렸다..

여인네들은 마차에 끼여 앉아 재잘재잘 얘기했다.

마부가 소리 나게, 채찍을 내리치자 말은 종종걸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말 목에 달린 구리 방울이 쩔렁쩔렁 울리며, 차바퀴가 굴러갔고, 흙먼지가 일었다.

사마팅은 거리 한 복판에서 거리낌 없이 오줌을 갈겼다.

그리고 이미 멀리 가버린 마차를 향하여 한번 고함을 질렀다.

그런 다음, 그는 조총을 품에 안고, 큰길 옆에 있는 조망탑으로 기어 올라갔다.

탑의 높이는 10미터, 99개의 긁은 통나무로 만들어진 목탑이다. 탑 꼭대기에는 아주 작은 평평한 대가 있었고, 대 위에는 붉은 기가 꽂혀 있었다.

이른 새벽, 바람도 없고 축축해진 깃발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상관뤼스는 쓰마팅이 좁은 대 위에 서서, 머리를 내밀고 서북방향을 향해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가 목을 길게 빼고 입술을 치켜들자 마치 물을 먹고 있는 학 같았다.

한 뭉텅이의 더부룩한 구름이 몰려외 쓰마팅을 삼키더니 다시 토해냈다.

피처럼 붉은 노을빛이 쓰마팅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상괸뤼스는 쓰마팅의 얼굴에 한 겹의 물엿이 덮여있든 것 같다고 느꼈다. 그것은 번쩍번쩍 빛나고, 끈적끈적했으며 눈부셨다.

그는 두 손으로 총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의 얼굴이 노을빛에 빨개져서 마치 닭 벼슬 같았다.

상관뤼스는  미세한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방아쇠가 공이를 때리는 소리였다.

그는 총을 들고 엄숙하게 오랫동안 기다렸다.

상관뤼스는 묵직한 흙 쓰레받기를 들고 있어서 두 손이 시큰거려도, 구부정한 목이 뻐근해도 참고 기다렸다.

쓰마팅은 총을 내리고 입술을 삐쭉 내밀었는데, 마치 토라진 남자아이 같았다.

그녀는 그가 욕을 하는 소리를 들었다."이 자식들! 감히 아무 기척도 없군!"

그런 다음 그는 다시 총을 들고 격발 했다.

달가닥거리는 작은 소리가 났고, 총구에서 한줄기 불빛이 뿜어져 나오며, 노을빛마저 어두워 보이게 했다. 노을빛으로 빨갛던 그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비쳤다.

높고 날카로운 소리가 시골 마을의 정적을 찢었다.

 

갑자기 노을빛이 하늘을 가득 채우며 오색찬란하게 빛났다.

마치 선녀가 구름 위에 서서 산뜻하고 아름다운 꽃잎을 어지럽게 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상관뤼스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녀는 대장장이의 처였지만, 실제 그녀의 쇠를 때리는 기술은 남편보다 훨씬 나았다. 그녀는 쇠와 불을 보기만 하면 바로 피가 뜨거워졌다.

피가 끓어오르면 혈관과 부딪쳐 뻥 뚫렸다.

근육이 튀어 오르며 근육줄기하나하나가 마치 소의 음경처럼 튀어나왔다.

검은 철이 으스러지며 붉은 철이 되었고, 꽃송이가 사방으로 튀었다.

땀이 흘러  등이 축축하게 젖으며,  다시 젖 가슴골로 흘러 계곡이 되고, 쇠와 피의 비릿한 냄새가 온 천지를 가득 채운다.

쓰마팅은 높고  높은 탑 대에서 뛰어내렸다.

새벽의 축축한 공기 속에 화약연기와 화약연기 냄새가 자욱했다.

쓰마팅은 목을 놓아, 높은 어조로 전체 가오미(高密) 동북향(东北乡)에 대고 경고했다.

"여러분, 일본 놈들이 쳐들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