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샤오 쩐과 이와는 다구 세트를 포장하고 있었다.
포장 안에 넣은 것은 다해(茶海), 뚜껑 찻잔, 공배(公杯), 음배(饮杯), 차측, 차침, 차협(茶夹), 주춘(注春), 천목잔(天目盏), 면호잔, 유적잔, 두립잔, 풍로, 국화탄, 탄감, 소호(烧壶)였다.
이와가 말했다. "완전 한 세트군. 이거 누구에게 파는 거야?"
샤오 쩐이 말했다. "파는 게 아니고 선물하는 거야. 직장에서 분기마다 필요한 공용(公用) 차를 모두 우리한테서 사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아버지가 계신 시골집에 보낼 거래. 차 마시기를 좋아하시고 차에 대한 조예도 깊대."
이와가 말했다. "그게 누군데?"
샤오 쩐이 말했다. "내가 괜히 말했구나. 말해도 넌 모르는 사람이야."
이와는 조금 기분이 상해서, 가오원라이와 말하러 가는데, 이때 신치가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약간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신치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문을 들어오면서 아파 죽겠다고 소리치면서 누가 반창고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와가 자기가 반창고가 있다고 말했으나, 주머니에서 꺼내지는 않고, 먼저 그녀가 가져온 비닐봉지부터 뜯었다. 통닭 한 마리와 소금 한봉, 시루떡이 보였다. 모두 왁자지껄 환성을 지르며 꺼내서 나눠먹자고 호들갑을 떨었다.
샤오 쩐이 말했다. "하이루오 언니는 출근 때는 음식을 못 먹게 했어."
신치가 말했다. "이건 부추 전이 아니야. 그렇다고 취두부도 아니고 라면 삶은 것도 아니야. 맛이 없을 수 없는데, 요즘은 또 손님이 없네."
이와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샤오 탕이 없는데, 샤오 탕 순서가 되었으니, 우리 것이나 먹자."
그녀는 바로 닭을 찢어 닭다리 하나는 가오원라이에게 주고, 하나는 샤오 황에게 주면서 말했다. "애석하게도 다리가 둘 밖에 없네!"
그녀는 닭 대가리와 이어진 목을 비틀어서 장씨 아줌마에게 주었다. 또 소금도 몇 개로 나누고, 시루떡도 몇 조각으로 나눴다. 그리고 자기는 닭 등을 먹고, 떡도 먹었는데, 떡은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녀는 다 먹고 나서 말했다. "샤오 쩐, 네 것도 남겨 놨어."
샤오 쩐이 말했다. "나 안 먹어."
이와는 뜻밖에, 샤오 쩐에게 남겨진 떡을 홀랑 집어 먹었다. 떡이 손가락에 묻자 손가락까지 빨아먹었다.
신치가 말했다. "맛있니?"
이와가 말했다. "되게 맛있어!"
신치가 말했다. "다 먹었으면 반창고나 꺼내 줘."
이와는 그제야 웃으며 주머니를 뒤져 반창고를 꺼내 신치에게 주면서, 물었다. "이거 어디서 산 거야?"
신치는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샀다고 하며, 거기는 창을 열면, 창 이래 거리가 모두 각양각색의 먹거리들이라고 했다.
이와가 매우 놀라며 자기도 먹고 싶다고 했다
퇴근하고, 신치는 정말 이와를 데리고 그 거리로 갔다.
그 거리는 거리라고 하기 뭣한 그저 자연촌이었고, 가가호호 제멋대로 집을 짓고 사는 곳이었다.
도시가 끊임없이 확장되자, 이 촌락은 고층 건물에 포위되었고, 그때부터 이 집들은 바로 문쪽을 점포로 개축했다.
이 점포들은 대부분 먹을 것을 팔았는데, 날 것도 있고 익힌 것도 있었다. 또 각종 일상용품과 지방 특산물을 팔았는데, 바로 뒤에는 어떤 업종이든 모두 들어와 있었다.
여관, 술집, 재봉점, 이발소, 발 씻는 집, 마작실, 가라오케, 구두수선, 눈 씻는 집, 안마, 귀 후벼 주는 집, 급체 뚫어주는 집, 문신, 네일숍, 점치는 집, 등등 상상할 수 있는 건 모두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것들까지 있었다.
원래 있던 기와집은 헐어서 콘크리트 구조로 개축했고, 스레트 집은 평평한 지붕 집으로 개축하여 층을 올렸다.
삼층으로 증축한 집, 사 층으로 증축한 집도 있었고, 오 층, 육 층으로 증축한 집까 까지 있었는데 증축한 이유는 모두 세를 놓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큰길과 골목이 형성되었다.
거리는 좁고, 눅눅하고, 어두컴컴했으며, 높낮이가 제각각이었고, 길은 구불구불해서, 골목에 들어가면 미치 미궁 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
신치는 이와를 데리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서 쉴 새 없이 지껄였다. "너 더럽고, 어수선하다고 싫어하면 안 돼!"
이와는 싫어하지 않았다. 그녀는 재미있어하며, 오토바이, 삼륜차, 삼륜 오토바이, 차전거, 짐수레들을 피했는데, 자주 점포 입구에 쌓아놓은 물건 혹은 쓰레기통에 부딪혔다. 또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알 수 없는 구정몰을 피해 깡충 뛰기도 하고, 보도블록을 조심했는데, 때때로 그것이 밟히면 휙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는 또 호기심 있게 무엇이 톱질하는 소리인지, 무엇이 전기 용접기 소리인지, 무엇이 선풍기 소리인지 , 무엇이 철통 혹은 양은 대야 두드리는 소리인지 구분해 냈다.
그녀는 아는 사람들끼리 기뻐서 웃거나, 부르거나, 악담을 하거나, 입씨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용을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증축된 집들을 올려다보았다. 위쪽으로 하늘이 기다랗게 보였는데, 하늘은 각종 전선으로 조각조각 나뉘어 있었다.
이와는 그걸 보고 집이 갑자기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아 걱정되었다.
신치가 말했다. "걱정 마. 여기 있는 집들에 수천에서 만 명의 노동자가 사는데 아무도 무너질 걱정은 안 해. 지진이나 전쟁이 나지만 않는다면 절대 무너지지 않아."
안으로 더 들어가니 골목이 세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서쪽으로 난 길에 정육점이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 도살해 온 깨끗하게 털을 밀어 놓은 돼지 사제를 나무 선반에 올려놓았다.
또 가게 앞의 수조에는 살아있는 각종 물고기들이 들어 있었고, 그 오른쪽으로 몇 미터 높이로 층층이 쌓인 닭장 안에는 닭들을 가둬 놓고 있었다.
닭장은 말도 못 하게 붐벼서, 닭들이 모두 철망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고, 꼭꼬댁 거리지도 않았다. 마치 멀지 않은 가게에서 동료를 사다가 도살하는 현장을 본 것 같았다.
거기 있는 몇 개의 커다란 나무 함지 안에는 양 내장인지, 소 내장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가득 담겨 있었다.
어떤 것은 분홍색, 어떤 것은 회갈색이었고, 그 위에 파리들이 새까맣게 붙어 있었는데 파리 대가리는 모두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이와는 이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코를 막고 물었다. "너 사는데 아직 멀었니?"
신치가 말했다. "요 앞에서 남쪽으로 돌아가면 입구에 장미꽃이 보이는데, 바로 거기야. 너 냉매실탕 마실래?"
대각선으로 아주 작은 문이 있는 매실탕 파는 집이 있었다.
이와는 안 먹는다고 말하고, 이어서 물었다. "장미꽃은 어디 있어?"
과연 앞으로 돌아 남쪽을 보니 고층 건물로 들어가는 작은 통로가 보였고, 그 앞에 세 개의 옹기 화분에 장미꽃이 심어져 있었다.
대각선 쪽에 시루떡 집이 있었다. 신치는 벌써 떡을 사러 뛰어갔고, 이와는 무릎까지 오는 바지를 입고, 비닐 슬리퍼를 신은 남자를 보았다.
그는 돼지 머리고기와 술 세병을 들고 어떤 사람과 얘기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말했다. "행복이 뭐 별거냐?"
남자가 말했다. "옛 전우가 왔어!"
상대방이 말했다. "머리 고기 냄새, 죽인다. 그거 마오타이 아니야?"
남자가 말했다. "마오타이주는 도수가 별로 높지 않아."
상대가 말했다. "오, 어떤 술을 먹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한 거야!"
두 사람은 하하 웃었고, 남자는 건물 통로로 들어갔다.
신치는 시루떡 한 덩이를 들고 와다가, 두 사람의 얘기를 들었다.
그녀가 이와를 보며 웃자, 이와도 따라 웃으며, 같이 건물 통로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정원이 있었는데, 다층 집들이 오히려 정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한층 한층 올라가니, 신치가 사는 곳은 오 층이었는데, 방은 15평방 미터였고, 아무것도 꾸며놓은 것이 없었다.
오직 침대 하나, 탁자 하나, 옷을 담은 종이 박스 세 개가 전부였다.
이와는 시루떡 맛이 찻집에서 먹은 것만 못하는 것을 알았으나, 내색 않고 먹었다. 이와는 먹으면서, 그녀가 한 번도 와 보지 못한 이런 가난한 성중촌(城中村: 도심 가운데 시골)에 와본 것에 느낀 것이 많았다.
'이렇게 먹거리가 많은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이라니!'
신치가 말했다. "너 이거 알고 있어야 한다. 가난하면 뭐든 맛있는 거야. 가난하면, 잡곡으로 밥을 해도 맛이 있고, 꿀떡 삼킬 수 있는 거야. 지금 도시에서 가장 지저분한 곳일수록 진짜 전통 간식이 있는 법이야. "
이와는 신치에게 여기 살지 말고, 비록 고급 지역이 방세가 비싸더라도 이사 가라고 권하면서, 자기 있는 곳에도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였다.
신치가 말했다. "널 데려오지 말걸 그랬어. 너 나 무시하지?"
이와가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난 그저 네가 이렇게 예쁜데, 이런 데서 사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말하는 거야."
신치가 말했다. "넌 날 이해하지 못해."
그녀는 자기의 신세, 하는 일, 결혼과 현재 처한 상황을 상세히 말했다.
그녀는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원망도 하고, 악담을 퍼붓기도 하고, 한탄도 했고, 눈물을 흘리다가 코로 킁킁 거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마치 가래가 끓는 것 같이 보였다.
그녀는 또 순식간에 사라지는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신치가 말했다. "난 지금 돈이 없어. 내가 돈을 벌려해도 돈이 따라오지 않아. 돈도 나를 찾아주지 않는가 봐. 돈 없을 돈 때, 돈 한 푼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 데! 하물며 난 이혼하려고 가구를 옮겨 왔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껏 여기 방하나 세 얻은 것뿐이야. 그래도 새싹을 흙에 심은 셈인데, 그건 눈에 띄지 않아. 어느 누구도 찾지 못할 거야."
이와가 말했다. "그 홍콩 사람은 어떻게 된 거야? 그 사람이 당연히 네가 어떻게 사는지 관심을 가져야 되는 거 아니야? 당연히 네가 사는 여기를 와서 봤어야 하고!"
신치가 말했다. "시리수이 언니는 나의 이런 일들을 알아. 하이루오 언니도 일지. 특히 하이루오 언니는 내 눈물을 닦아 주었고, 공김하고 탄식했어. 하지만 나를 호되게 꾸짖었지. 정말 듣기 힘들었어. 그런데 그 언니에게 욕을 먹으며 깨달았지. 나 자신이 불쌍하고, 염치없다는 걸 말이야. 나는 지금은 홍콩에 갈 생각을 접었어. 홍콩 영감은 내 마음속에서는 죽은 거야.
여기는 내 모든 것을 들어줄 친구도 친지도 없어. 시리수이 언니도 하이루오 언니도 알지 못해.
나와 시리수이 언니, 하이루오 언니는 같은 무리가 아니야. 그들이 나에게 잘 대해 주고, 나도 수시로 같이 어울리지만, 나는 내가 물고기 떼를 따라다니는 올챙이란 걸 알아. 파도가 지나가면, 그 사람들은 물고기이고 나는 청개구리 인 거지.
내가 너에게 오자고 한 건 너는 외국인이지만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너에게 이 거리를 보여주고, 나를 도와주게 하려고 그렀던 거야.
여기는 방세가 싸니까 어떤 가게를 열어도 돼. 예를 들어 네일 숍을 하던가, 눈썹 문신이나 입술 문신 가게를 해도 돼. 이런 기술은 내가 모두 할 수 있어. 투자도 많이 안 해도 되고...."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자, 방안에 전등을 켰다.
이와는 조용히 신치의 말을 들었다. 그녀의 생각은 뜻밖에 멀리,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흘러갔다.
그녀는 자기 처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각하다 보니 심지어 신치가 하고 있는 말이 그녀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잠깐 멍하니 있다가 신치를 바라보았다.
등불 아래에서, 신치의 얼굴은 부드럽고 포근하게 보이기 시작했으며, 송골송골 땀이 난 가운데 점점 붉으스레 윤기가 돌았다.
비록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으나, 눈썹은 곤충의 촉수처럼 번뜩 솟아올 랐고, 시선은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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