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분도 안되어서 루이커가 왔다.
초인종 소리가 나자, 문을 연 것은 그 남자였다.
그 남자는 하이루오가 루이커를 불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문 앞에 낯선 사람이 서있었는데, 숨이 차서 식식거렸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가 물었다. "누구세요?"
루이커가 말했다. "하이루오 언니 있어요?"
그 남자가 소리쳤다. "하이루오 사장님, 누가 찾아요."
그러고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하이루오는 화장실에서 갈색곰을 씻고 있다가, 나오면서 말했다. "이렇게 빨리 왔어?"
루이커는 아직도 문 입구에 서있었다.
그녀는 입을 가리고 눈을 크게 뜨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급소를 찔린 사람 같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너 왜 그러고 있어? 정신 나간 사람같이!"
루이커는 이때 겨우 평상을 회복했다. 그녀는 하이루오를 잡아끌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루이커가 말했다. "방금 문 열어준 사람이 누구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 사람이 시아레이의 생부(生父)야. 잘 생기고 점잖아. 여늬 사장 같지가 않아."
루이커가 말했다."그 사람 쉰몇 살쯤 되어 보이던데, 어디 사람이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내가 뭐 인사팀 간부인 줄 아니?"
루이커가 말했다. "나 정말 깜짝 놀랐어. 그 사람이 문을 열어주는데, 내가 본 건 우리 아버지였어!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나이가 오십을 갓 넘었지. 그 사람과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정말 똑 같이 생겼어. 그가 나보고 누구냐고 물어서 내가 하이루오 언니 있냐고 했더니, 뒤로 돌아갔는데, 그 눈에는 슬픔이 담겼고, 정말 바로 우리 아버지였어."
하이루오는 손을 뻗어 루이커의 뺨을 만져보고 말했다. "우선 세수부터 해라. 정신을 차리고 네 생각을 얘기해 봐."
루이커가 세수를 하고 나서 말했다. "그가 우리 아버지 하고 닮은 걸 보면 그가 틀릴 리 없어. 언니가 시아즈화의 안목을 믿는다면, 나는 내 느낌을 믿어."
하이루오는 그 남쟈의 결정을 다시 한번 되풀이해 말해주었다.
루이커는 완전히 냉정해져서 말했다. "그의 말은 당연히 진정성이 있고, 그 결정이 맞아."
두사람은 화장실에서 나왔다.
하이루오는 그 남자를 불러 루이커를 소개했고, 서로 격식을 차려 인사를 나누었다.
세 사람은 옆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의 가구와 침구들은 모두 낡았는데, 벽에 세 폭의 시아즈화가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 사진이 걸려있었다.
사진 속 시아즈화는 얼굴이 예쁘고, 시선이 맑았으며, 꼭 시선을 집중하고 경청하는 것 같았다. 또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이루오는 사진 아래 서서 말했다. "지금 루이커가 왔고, 시아즈화도 여기 있으니 내가 해야 할 말을 모두 하겠습니다. 당신이 시아레이를 데려가는 건 당연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마 아이한테도 훨씬 좋을 겁니다. 시아레이는 당신과 시아즈화의 아이이며, 또 우리 자매들의 아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어디 있든지 우리는 그 애를 걱정하고 관심을 가질 것이며, 그 애가 건강하고 즐겁게 자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시아즈화가 병들어 입원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어도, 여러분들이 언제나 보살펴주지 않았습니까? 나는 비록 당신들을 만나지 못했지만, 속으로 알고 있었어요. 나는 지금 여기서 당신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하이루오, 루이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쿵쿵쿵 세 번 머리를 찧었다.
하이루오는 얼른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할머니는 어떻게 하죠?"
그 남자가 말했다. "나로서 제일 당혹스러운 게 노인입니다. 처음 생각은 그들 모두 여기서 살게 할 생각이었어요. 여러 분들이 보살펴 주시고 나도 가끔 찾아와 뵈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건 결국 장기 대책은 아니에요. 시아레이를 광저우로 보내고 나면, 노인네가 얼마나 적적하시겠어요? 게다가 함께 가려고도 하지 않으세요. 할머니 혼자 남게 되셔도, 내가 전과 다름없이 효성스럽게 모시고, 보모도 하나 구해드리고 매월 생활비도 드릴 거예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내가 할머니 일을 말한 이유는 당신 생각을 듣고 싶어서예요. 사실 나와 할머니는 숨김없이 소통해 왔는데, 시아레이가 광저우 가는 걸 많이 섭섭해하시고, 시아레이가 거기 환경에 익숙지 않을까 봐 걱정하시고, 거기 사람들이 아이를 구박하지나 않을지 걱정하세요. 당연히 할머니는 서경을 떠날 수 없죠. 나는 이렇게 말했어요. 시아레이한터 좋은 것은 다 갖췄지 않냐고요. 할머니는 소리 내어 우셨지만, 동의하셨어요. 기왕 시아레이가 광저우로 가고 할머니가 여기 남게 된다 해도, 크게 걱정할 건 없어요. 여긴 우리가 있으니까요."
그 남자가 다시 하이루오와 루이커에게 머리를 찧으려 해서, 루이커가 황급히 막았다.
그 남자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할머니의 생활비와 보모비는 내가 지불할 거예요."
루이커가 말했다. "할머니도 퇴직연금이 있지만, 이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지불하시겠다면 지불하세요. 그것도 자기 효심에서 나온 거니까요. 내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신이 이런 점을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할머니가 딸이 없어졌고, 외손자도 곧 이별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될 수 있는 대로 시아레이를 며칠이라도 더 같이 있게 하면 안 될까요?"
그 남자가 말했다. "나는 시아즈화의 사십구재까지는 있게 할 생각이에요. 그 사이에 묘지를 사서 유골을 매장하고, 그러고 나서 광저우로 가야죠."
루이커가 말했다. "묘지는 우리가 벌써 정해 놓았어요."
그 남자가 말했다. "정해 놓았다고요?"
그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다시 말했다. "당신들 말대로 할게요. 같이 있는 날도 더 늘리지요. 당연히 3년이 제일 좋기는 해요. 삼 년 안에시아레이가 묘지에도 많이 가볼 수 있겠죠. 단지 걱정되는 것 삼 년을 보내고 나면 애가 학교에 가야 하는데, 갑자기 광저우로 가게 되면, 유치원을 거치지 않고 학교에 바로 가는 거니까, 적응하지 못할까 정말 걱정돼요.. 그래서 시아즈화의 일주기까지 기다리는 게 어떨까 생각해요."
하이루오가 루이커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루이커가 말했다. "그러는 게 좋겠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럼 우리 그렇게 하기로 결정합시다."
샤오 쑤가 밥상을 가져왔다. 그것은 라오빙(밀가루에 채소를 넣고 구운 떡)과 죽, 감자채 볶음 한 접시, 토마토 계란 볶음 한 접시, 백합 파세리 한 접시였다.
그녀가 가져오면서 말했다. "식사가 늦었네요. 식사들 하세요."
그녀는 다른 방으로 가서 할머니와 시아레이를 불렀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밥 먹자. 밥 먹어."
그 남자는 바로 부엌에서 사발을 하나 들고 오더니, 식탁에 있는 요리 접시에서 이것저것 집어 담더니 거기에 떡도 한 조각 올려놓았다.
그러더니, 젓가락을 사발에 걸쳐 놓고 시아즈화의 영정 앞에 올렸다.
다른 방에서는 시아레이가 집 짓기로 탑을 만들고 있었다.
벌써 13층까지 쌓았으나 거기 더 올려놓으려고 했다.
할머니와 샤오 쑤가 밥 먹으라고 불러도 그는 듣고도 꿈쩍도 안 했다.
하이루오는 그 남자에게 가라고 했고, 그 남자는 갔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정도 많고 올바른 사람 같아."
루이커가 바로 말했다. "언니, 저 사람이 길을 갈 때 어깨가 기우뚱기우뚱하는 거 보이지. 저게 바로 우리 아버지 모습이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어떻게 이 도시에 우리 아버지의 그림자가 꼭 나타나냐 말이야?!"
그러고는 중얼거렸다. "나를 이 도시에 계속 남아있으라는 건가? 아버지,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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