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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二十四, 암자 앞의 샹치위(向其语•奄前). 2

티베트 불교의 육도 윤회도

 

보모는 한 무더기의 식재료를 사가지고 와서, 부엌에서 깨끗이 씻었다.

샹치위가 소리쳤다. "아팡, 너 차탁 좀 정리해라!"

보모가 오더니 차탁 위에 있는 것들을 치운 다음 행주로  닦았다.

그녀가 막 부엌에 들어갔는데, 샹치위는 다시 소리쳤다. "아팡, 너 먼저 물부터 끓여라. 우리가 얘기 좀 하려는데 마실 차가 없다!"

보모가 그러겠다고  하더니, 한바탕 물 받는 소리가 났다.

루이커가 말했다. "너 다시 한번 똑 같이 해봐!"

샹치위가 말했다. "너 내가 보모에게 일 시키려고 부른 것 갖고 그러니?"

루이커가 말했다. "만약 네가 나 보라고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 넌 어쩌면 저렇게 사람을 부리냐?"

샹치위가 말했다. "우리 집 보모는 부지런해."

루이커가 말했다. "저 애는 어디 사람이냐?"

샹치위가 말했다. "산난(陕南: 산시성 남부) 사람이야. 산난 사람은 총명하고, 일 시키기 편해. 영리하고 손재주도 좋거든. 일도 확실히 하고. 관중 평원 사람 같지 않고 신중해. 성질은 무뚝뚝하지만. 전에 내가 두 사람을 써보았는데, 한 달도 못 채우고 갔어."

루이커가 말했다. "그 애한테 자기네 고향 사람을 소개해 줄 수 있나 물어봐 줘."

샹치위가 말했다. "넌 집에 보모 없니?"

루이커가 말했다. "없어. 난 사람을 부릴 줄 몰라. 난 시아즈화에게 보모를 구해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샹치위가 말했다. "우리가 돌아가면서 병원에 가지 않니! 그리고 그 애가 중환자실에 있어서 사람을 고용해 봤자 시중을 들지도 못해. 괜히 헛돈 쓰는 거야."

루이커가 말했다. "그 애 어머니에게 쓰게 하려는 거야. 마나님이 연세도 많고, 다리도 안 좋은데, 시아레이는 또 장난이 얼마나 심하니? 그동안 너도 마나님이 늙어서 부쩍 쇠약해진 거 봤지 않아?"

샹치위가 바로 소리쳐 불렀다. "아팡! 아팡!"

보모가  차를 두 잔 가지고 와, 루이커와 샹치위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방금 음식거리 사러 나가기 전에 먼저 차부터 타주고 나갔어야 했어요."

샹치위가 말했다. "루이커 사장이 보모가 필요하다는데 네가 고향 사람 하나 소개해 줄 수 있니?"

보모가 말했다. "루 사장님 집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는데, 노인이나 환자가 있나요? 그밖에 아기가 있다면, 갓난아기인가요, 걸어 다니는 아기인가요?"

루이커가 말했다. "노인과 아이가 있는데, 아이는 세 살이고 노인이 계속 데리고 있을 거니까 그저 도와주기만 하면 돼."

보모가 말했다. "적당한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 볼게요."

샹치위는 손가락을 꺾어 뚝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너는 가서 밥을 해라?"

보모는 부엌으로 갔다.

샹치위가 말했다. "시아즈화의 병은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해. 그 애가 어쩌다가 그런 병이 생겼지?"

루이커가 말했다. "오곡(五谷)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 않아.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샹치위가 말했다. "어떤 병은 중의(中医), 양의(洋医) 모두 치료할 수 없는데, 이럴 때는 이상한 방법을 써야 해. 예를 들어 기공(气功)이라든지, 불공을 드린다든지, 도술 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귀신을 쫏아내든지."

루이커가 말했다. "기공 치료는 해보았고, 불공드리는 것도 하이루오 언니가 어느 날인가 부처님 앞에서 기도했어. 도교 술사가 지금도 있을까?  어디 가서 부탁하지?"

샹치위가 말했다. "소문에 진령(秦岭:친링산맥)에 있대."

루이커가 말했다. "너는 참 말도 쉽게 한다! 소문이라고? 그건 단지 소문일 뿐이야. 진령에 있다고? 진령은 바다같이 넓고 깊어!"

그녀는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갔다.

루이커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베란다로 나갔다.

바람은 거의 잦아들었으나 모래먼지는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한마디 했다. "하늘이 저렇게 지저분한 걸 보니 비가 오겠구나."

샹치위도 따라 나와, 나른한 허리 늘  펴면서 말했다. "너도 만약 귀신을 쫏아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진령이 아무리 크다해도 내가 어떻게 찾을지 알아볼게. 재작년에 어떤 손님이 우리 치료실에서 치료하고 갔는데, 이런저런 얘기 끝에 그 사람 말이, 요새 상당히 많은 사람이 사람이 아니래."

루이커가 말했다. "그럼 귀신이란 말이야?"

샹치위가 말했다. "그 사람 말이, 내가 어떤 사람이 늑대같이 빠르게 뛰어 오는 것을 보았다면 그 사람은 사실 늑대라는 거야. 또 어떤 사람이 귀신같이 어디서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면 그 사람은 사실 귀신인 거래."

루이커가 말했다. "그건 비유야. 이광 선생 책에서도 자주 그렇게 쓰여있었어."

샹치위가 말했다. "그 사람 말이,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보통 육도윤회(六道轮回: 불교 용어로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의 여섯 세계로 윤회하는데 악업을 지은 자는 악도(恶道), 지옥도, 이귀도, 축생도로 가게 된다고 함)를 하지만, 어떤 영혼은 인간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고, 또 어떤 영혼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떠날 수 없게 된대.

그건 바로 서경에서 북경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어떤 사람은 갑자기 가고 싶지 않아서, 또 어떤 사람은 비행장에 시간에 맞춰 오지 못해서 비행기를 못 타고, 비행기가 이륙해 버린 거나 같은 거야.

이런 영혼들이 빈둥거리다가, 사람 몸에 붙을 궁리를 하는 거지. 귀신 붙은 사람이 만약 힘이 있으면, 귀신과 공생공존하는 거야. 귀신 붙은 사람이 나타날 필요가 있으면, 그때는 정상인의 언행을 하게 되고, 귀신이 나타나야겠다고 하면, 바로 사람 같지 않은 생각과 거동을 하게 되는 거야.

귀신 붙은 사람이 만약 힘이 너무 약하면, 바로 완전 귀신의 통제를 받게 되는 거야. 현실 생활에서 우리도 자주 괴상한 사람들을 볼 수 있어. 행동 거지가 규범을 많이 벗어나고, 이치를 설명할 수 없거나 영문을 알 수 없는 능력이 생기는 거야. 가령 예측을 한다든지, 투시를 한다든지, 어떤 죽은 사람의 말투로 말을 한다든지, 또는 죽은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나기도 해."

루이커는 깜짝깜짝 놀라며 듣고 있다가, 자기 아버지와 똑같았던 사람을 만났던 일이 생각나서 말했다. "죽은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나기도 한다고?"

샹치위가 말했다. "맞아. 그 사람이 그러는데, 그런 것들이 모두 귀신이 붙은 거래."

루이커는 다시 부친에 대한 추억으로 머릿속이 꽉 찼다.

부친과 똑같은 사람을 만난 것 때문에, 그녀는 확고하게 이 도시에 남게 되었고, 사업에 대한 믿음이 충족되었으며, 그녀가 청뚜(成都: 쓰촨 성의 성도)의 작은 아버지 회사에서 오라는 것을 계속 갈까 말까 망설이며 결정을 못하게 되지 않았던가? 거기에 덧붙여, 만약 부친과 똑같은 사람을 다시 한번 보게 되면 이도시에 남고, 만약 한 달 안에 보지 못한다면 떠나겠다고까지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녀가 이 모든 것을 인정한다면, 부친은 하늘에 있는 영혼으로서, 그녀를 주시하며, 보호해 주고 있는데, 어떻게 몰래 사악한 나쁜 짓을 할 수 있겠는가?

루이커는 얼굴이 벌게져서 말했다. "엉터리야. 미신, 봉건 미신이야!"

샹치위가 말했다. "그의 말이, 현재의 과학으로는 미신이라고 해석하지만, 절대 미신이 아니고 암흑 물질이래."

루이커가 말했다. "난 지금 오히려 너도 귀신이 들려서, 사람이 아니지 않나 의심하고 있어!"

이 말을 할 때, 건물 앞에는 까마귀들이 떼를 이루고 선회라고 있었다.

게다가 맞은편 제일 가까운 건물 지붕 가장자리를 따라 수많은 까마귀들이 앉아있었다. 새똥이 드믄드믄 벽을 적시고 있어서 히끗히끗하게 회칠을 해 놓은 것 같았다.

샹치위가 말했다. "헤헤, 난 오히려 귀신이 들렸으면 좋겠다. 사람도 아니게. 내가 귀신이 들려 사람도 아니게 되면, 우리 자매들도 모두 귀신이 들려서 사람이 아니게 될 거야. 너를 포함해서."

루이카는 더 이상 이런 화제를 말하고 싶지 않아서 화제를 돌렸다. "여기 어째서 저렇게 까마귀가 많을까?"

샹치위가 말했다. "전에 여기를 암자 앞이라고 불렀대. 바로 뒤에 암자가 있었는데, 암자에는 전부 여자 도사들만 있었대. 암자 사방으로 수십구 루의 백양나무가 있어서 날이 어두워지면 까마귀 떼가 내려와 앉았는데 거의 시 전체의 까마귀가 왔대.

나중에 암자를 허물고 높은 빌딩을 지었는데도, 까마귀들은 여전히 오는 거야. 까마귀도 사람같이 기억이 있나 봐.

사람은 위(胃)에 기억이 있어서 어렸을 때 먹었던 것을 일생동안 좋아하지만, 까마귀는 코에 기억이 있어서 전에 머물었던 곳의 냄새를 맡고 계속 오는 거래."

루이커가 말했다. "전에 네가  병원과 암자 주변은 모두 사람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으니, 다시 다른 곳에  집을 사서 옮겨라."

샹치위가 말했다. "그럼 돈 빌려줄래?!"

루이커가 말했다. "너도  돈 있지 않아?"

샹치위가 말했다. "돈은 있지만, 이사 가고 싶지 않은 거야. 내가 여기 살지만, 여기 꼭 살아야 하는 게, 그래야 활불도 오시고, 내가 거사로 귀의도 할 테니 이 집이 암자 인 셈 치지 뭐."

루이커가 말했다. "네가 귀의하는 건 불교고, 암자는 도교야!"

샹치위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불교나 도교나 한 집이야. 불교 도교는 한 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