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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四. 습운당의 이광(羿光•拾云堂) : 2

이번에 온 사람은 뚱뚱했고, 얼굴이 땀투성이였다.

"죄송합니다, 이 선생님. 길에 차가 막혀서 조금 늦었습니다."

이광이 말했다. "그럼 직접 위층으로 올라오세요."

두 사람도 바로 위층으로 향했고, 환보셩도 그들을 따라 계단으로 올라갔다.

계단의 중계마다 양쪽으로 작은 돌 사자가 늘여져 있고, 계단 출입구에는 현판이 하나 걸려있었다.

"습운당(拾云堂: 습운은 구름을 줍는다는 의미)"이란 현판이었다

습운당은 15평방 미터의 작은방으로, 긴 탁자 하나와 큰 소파가 있었고, 네 벽에는 서화가 있고, 여기저기 골동품들이 놓여 있었다.

이광은 긴 탁자 앞에 서서 화선지를 깔고, 벼루를 열더니 모필에 먹물을 듬뿍 찍으며 물었다. "돈은 전부 가지고 왔소?"

뚱보가 말했다. "9만 원 가져왔습니다."

그는 종이봉투를 탁자 위에 놓으며, 이광 눈앞으로 밀었다.

이광이 붓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건 안돼. 내가 이미 일정 단위의 숫자로 말하지 않았소? "

"이 돈으로는 안 되나요?"

뚱보의 얼굴에는 한층 더 많은 땀이 흘렀다. 그는 쉴 새 없이 손으로 땀을 문질렀다.

환보셩이 말했다. "이 선생님의 서예작품은 값을 흥정하는 것이 아닌데, 당신은 괜히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애쓰네요."

뚱보가 말했다. "가난뱅이의 땀이 부자들이 먹는 기름이라더니... 이 선생님의 서예작품 가치는 저도 잘 알고, 값을 매길 수도 없다는 것도 압니다."

이광은 벼루를 덮더니, 담뱃갑에서 한 가치를 꺼내서 뚱보에게 주었다. "나중에 다시 씁시다. 담배나 피우세요."

뚱보는 잠시 겸연쩍어 하더니, 주머니에서 만 원을 꺼내서 손에 들고 말했다. "너무 비싸요. 조금 깎아주시면 안 됩니까? 이건 친척 세 사람에게 간신히 빌린 10만 원이에요."

이광이 말했다. "좋아요, 좋아. 이천 원 깎아 주겠소."

뚱보는 침을 묻혀가며 일만 원에서 이천 원을 세어, 빼내더니 남은 팔천 원을 구만 원 위에  얹어 놓았다.

환보셩이 말했다. "나도 주문하겠습니다."

이광이 말했다. "주문 안 받겠소."

그는 탁자 서랍을 열고 그 안에 돈을 던져 넣었다..

그러더니 다시 벼루를 열고, 붓에 먹물을 찍으며 말했다.

"비싸긴 비싸지만, 당신은 승진하려 든가, 공사를 딴다든가, 대출을 받는다든가 아무튼 큰일을 하려고 샀을 것 아니오?!"

뚱보가 말했다. "그건 그런데, 이 사람이 오직 선생님을 지명하니 어쩌겠습니까?!"

이광이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고기를 먹고, 나는 국물만  먹는 셈이요"

종이 위에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추듯, 한 수의 당시(唐诗)를 쓰고 나서 낙관을 찍었다. "잘 됐어!'

뚱보가 말했다. "이이고, 이렇게 빨리 돈을 찍어내요?!."

환보셩이 말했다. "돈은 양면을 인쇄해야 되지만, 이건 한 면만 하면 되는 거요."

이광이 환보셩을 보고 말했다. "그렇게 쉬워 보이면 당신이 한 번 써봐!"

환보셩은 얼른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이광이 말했다. "이건 하늘이 나에게 주신 보상이요."

뚱보가  말했다. "보상이라뇨?"

이광이 말했다. "책을 쓰면 기껏 명성이나 얻고, 원고료 갖고는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없소."

그가 다시 벼루를 덮으려 하자, 환보셩이 서둘러 작은 종이를 집어 들고, 탁자 위에 펼쳐 놓으며 말했다. "붓 좀 움직여서, 나에게  작은 조각 하나라도 써 줘."

이광이 말했다. "당신은 언제 서화첩  갖고 와 봐. 내가 써 줄게."

환보셩이 말했다."아이고, 나중에 은을 준다는 약속보다 지금 동(銅)을 받는 게 나은 거야. 그러니 네 글자만 써줘."

이광이 움직이지 않자, 환보셩이 말했다. "그럼 두 글자만, 아니 한 글자!"

이광이 말했다. "당신은 온당치 않은 이익을 보려는 거야."

환보셩이 말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동물의 세계>에서 코끼리며, 코뿔소며, 심지어 악어까지 몸 위에는 언제나 작은 새가 있어서 벌레를 쪼아 먹지 않아? 나도 그 작은 새로 생각해 줘."

이광이 큰 소리로 하하 웃었다. "큰 동물 몸 위에는 언제나 기생동물이 있지. 당신은 기생동물이야. 그래 기생 동물. 나도 기생동물이야!"

그는 웃고 또 웃다가, 복(福) 자 한 자를 쓰더니, 붓을 창밖으로 내던졌다.

뚱보를 배웅하고 이광이 집으로 돌아왔다.

환보셩은 혼자 차 한 잔을 타고 있다가 말했다. "저녁때, 내가 양고기 한 번 살게. 주작 거리에 섬서  북부 음식점이 있는데, 푹 삶은 양고기 전문점이야."

이광이 말했다. "안 먹어. 난 다이어트 중이야. 벌써 삼일 째인데 정오를 넘겨선 안 먹어. 요새 시(市)에선 어떤 뉴스가 있어?"

환보셩이 말했다. 남제 골목에 노래방이 새로 생겼는데, 예쁜 여자애들이 많대."

이광이 말했다. "그런 거 말고 정치 같은 거."

환보셩이 말했다."정치? 정치라면 당신도 시에 있는 높은 사람 많이 알 텐데, 어찌 모르겠어?! 내가 오히려 어떤 문제에 대해 가르침을 청해야 돼. 어떤 예술가가 관(官)에 대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겠어?"

이광이 말했다. "중국에서, 권력 앞에서 예술은 하찮은 재주일 뿐이야."

환보셩이 말했다. "당신 말하는 거 보니까, 문련((文联: 중국 문학예술계 연합회) 주석  교체 이야기를 하려는 거군. 조직에서는 왕지(王季)를 주석 후보로 선발하려 하고, 왕지도 동의했대."

이광이 말했다. "문련 조직에서, 주석직은 여태까지 전적으로 총대를 멜 수 있는 사람을 뽑지 않았어? 왕지가 되어야 해. 그는 대 화가니까."

환보셩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 알아? 그 소식이 퍼지니까, 인터넷상에 왕지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온 거."

이광이 말했다. "분명 시기심에서 그랬을 거야! 시기는 사람의 본성 중  가장 추악한 거야. 그것이 일단 증오로 발전되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게 되지. 당신 왕지를 만나면, 그에게 화내지 말라고 해. 누가 그를 욕하는 건 그를 대신해 업(業)을 소멸시켜 주는 거라고."

환보셩이 말했다. "당신 누가 그걸 썼는지 알아?"

이광이 말했다. "누군데?"

환보셩이 말했다. "이 일은 정당한 임기 교체를 훼손시키는 일이라, 조직에서 신기술을 활용해서 글 쓴 사람을 적발해 냈대. 바로 쟈오샤오원(焦效文)이야."

이광이 말했다. "과연 등 업계  사람이군!"

환보셩이 말했다."나는 이해가 안 가. 설령 왕지가 뽑히지 않는다 해도, 그의 순서가 되려면 새까맣게 남았지 않아?!"

이광이 말했다. "가련한 인간이지."

환보셩이 말했다. "가련하긴 나도 가련해. 아무것도 모르고, 필리핀 가는 대표단 참가를 그에게 양보했으니 말이야."

이광이 말했다. "당신  보고 그런 게 아니야. 보잘것없고 비천한 자들이 가련하다는 거야."

환보셩이 말했다. "두고 봐. 대표단이 돌아오면 조직에서 누가 그를 찾아갈 거야."

이광이 말했다. "대표단은 언제 오지?"

환보셩이 말했다. "핑잉이 당신에게 전화 안 했어?"

이광이 말했다."아니."

"그녀가 어찌 당신에게 전화 안 하겠어? 그녀와 친하지 않아."

이광이 말했다. "나는 그들 열 자매 모두와 친해!"

환보셩이 이광을 보았다. 이광은 어깨를 으쓱하며 과장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