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보셩(范伯生)은 집안에서 누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초인종을 누르자 그 소리는 즉시 사라졌다. 다시 초인종을 누르자 더한층 소리가 잠잠해졌다.
환보셩은 중얼거렸다. "어라, 이 친구 바쁜 모양이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서, 화단 가에 앉아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한 떼의 비둘기가 맞은편 건물에서 날아오르자, 마치 하늘 가득 종이 조각을 뿌려놓은 것 같았다.
건물 앞에서 어떤 사람이 삼륜차에서 바닥으로 시멘트와 모래, 타일 등을 내리고 있었다. 또 수시로 우편물 배달원, 포장 음식 배달원이 드나들고 있었다. 한 음식 배달원이 세 번째 현관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서번 째인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세 번째인지 물었다.
그는 말더듬이여서, 힘들게 환보셩에게 물었다. "나... 우리...말 좀... 해줘요...그런데...어째 ...마 말을...안해...요?"
환보셩이 말했다."나... 나...도...말...더 ...듬이요. .내... 내가 말...하는게... 내가... 당신...흉내...낸다...고...생 ...생각...하쇼?"
그러면서 그는 여전히 세 번째 현관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이 건물에 사는 주민이 개를 산책시키러 내려왔는데, 먼저 얼룩 강아지가 한 마리 내려왔고, 또 누런 강아지가 한 마리가 내려왔다. 누렁이는 얼룩이를 보자 흥분해서 뛰어와 꽁무니 냄새를 맡았다. 얼룩이 주인이 급히 달려와 두 마리 사이에 서서 큰 소리로 꾸짖었다.
누렁이 주인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자기 개가 잡종 개라는 걸 알기 때문에 다른 집 개의 혈통을 망쳐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 개에게 소리쳐 되돌아오라고 하며, 차에서 내리는 시멘트, 모래, 타일을 조심하며 개들 사이에 두 다리를 끼었다.
그러면서 물었다. "어느 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나요?"
그러자 얼룩이 주인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번엔 또 보름이 넘게 쿵쾅쿵쾅 때려 부수고, 복도는 여기저기 쓰레기와 먼지투성이로 만들고!"
누렁이 주인이 말했다. "나는, 중국이 국제적으로 환경오염 때문에 욕을 먹는 게 이해가 돼요! 이런 인테리어 공사만 해도 선진국 같으면 진작부터 조용하고 깨끗하게 했을 거예요. 우리나라도 발전하고 있으니, 나중에는 이사 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겠죠, 그렇지 않을까요?"
그는 자기의 이해심이 맘에 들었지만, 얼룩이 주인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머쓱해서 자기 말에 동조해 줄 다른 사남을 찾았다 그때 화단 가에 있는 환보셩을 발견했는데, 낯선 사람이라 버쩍 의심이 들었다.
환보셩은 말없이,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았다.
대략 한 시간쯤 지났을까, 어떤 여자가 복도에 나타났다.
20이 갓 넘어 보이는데, 다리는 길고 허리는 가늘었으며, 머리를 회색으로 염색했고, 입술을 빨갛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과 걷는 자세는 분명 모델이었다.
환보셩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기 생각을 실증해 보려고, 소리를 질렀다. "이 선생님!"
그 여자는 그를 보지 못했지만, 순간 발에 신은 하이힐이 멈칫하더니, 총총히 정원을 나갔다.
환보셩이 복도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위층으로 가려는데, 뒤에서 어떤 사람이 소리쳤다. "기다려요!"
한 젊은이가 커다란 책 묶음을 두 개 들고 비틀비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환보셩이 물었다. "이 선생님에게 서명 받으러 온 거요?"
젊은이가 말했다. "선생님도 이 선생님댁에 가시나요?"
환보셩이 명함을 건네자 젊은이가 보고 말했다. "저도 선생님을 보고, 예술가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러네요."
환보셩이 말했다."젊은 사람이 독서를 좋아하고, 훌륭하네!"
젊은이가 말했다. "선물 주려고요."
환보셩이 말했다. "선물하려면 당연히 이 선생님의 서화 작품을 선물해야지."
젊은이가 말했다."큰일을 부탁할 때는 서화 작품을 사야겠죠."
이번에는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바로 열렸다.
집안에는 커튼이 쳐있었고, 등이 켜져 있었다.
이광은 현관 문안에 서있었는데, 안경도 쓰지 않고, 눈꺼풀이 부어있었다. 또 방금 세수를 한 것처럼 이마와 머리카락이 젖어있었다.
환보셩은 젊은이 뒤에 숨었다.
이광이 말했다."서명받으러 온 거구먼? 이렇게 서명을 많이 받으려면, 당연히 먼저 시간 약속을 했어야지!"
젊은이가 말했다. "모두 선생님 책 읽기를 좋아해서요!
이광이 거실로 들어갔고, 젊은 이도 책을 들고 따라 들어가, 배낭에서 담배 한 보루를 꺼내 탁자에 놓으면서 말했다.
"택시 기사가 제가 선생님 책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이광 작가의 서명을 받으러 가냐고 하더군요. 이광 작가를 아느냐고 물으니, 당연히 안다면서, 이 도시의 유명인 아니냐고 했어요! 그는 또 선생님이 이 근처에 사시는 것도 안다면서, 택시를 잡는 승객 중에 많은 경우, 크고 작은 책 뭉치를 들고 서명 받으러 온다고 하던데요."
이광은 안경을 쓰고,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서명하면서 중얼거렸다. "매일같이 사람이 찾아오니, 누가 책을 든 것만 봐도 골치가 아프네. 어디 쉴 틈이 있어야지?!"
그가 고개를 들자, 비로소 환보셩이 들어온 것을 보았다.
"당신이 이 사람을 데려온 거야?"
한보셩이 말했다. "나는 이 사람 몰라. 나는 예술품 가게에 갔다가, 그 랑어(廊鱼)가 벌써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는 것을 알려주러 오는 건데, 이 사람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거야."
이광이 말했다."팔려버렸다고? 앉아 봐!"
환보셩은 앉지도 않고 말했다. "집에 물건들이 더 많아졌네!"
확실히 많았다. 네 벽면에 있는 선반에 책이 가득 차 있는 것 외에도, 거의 모든 탁자, 나무 판, 선반, 차탁 위 그리고 소파 부근에까지 골동품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도기로 만든 벽돌, 항아리, 와당, 채용(채색된 인형), 돌로 조각한 사자, 비휴(고서에 나오는 맹수), 기린(전설상 길상을 나타내는 상상 속의 동물) 들이 있었다.
그 밖에도 기석, 괴목, 수정, 칠기, 들이 있었고, 액자에 넣은 두루마리 그림, 수놓은 작품, 종이를 오린 공예품, 그림자 극을 하는 가죽 인형들이 있었다.
또 창 앞에는 뜻밖에 대야만큼 굵은 원목이 서있었는데 매끌매끌 윤이 나고, 천정까지 닿아 있었다..
젊은 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라보았는 뎨, 이건 그야말로 박물관 같았다. 이렇게 큰 나무를 어떻게 세웠을까? 정말 알 수 없었다.
환보셩이 말했다. "통천주(通天柱: 대들보를 받치는 기둥)라는 거야. 이건 해남성의 황화리목(노란 박달나무) 이지! 위를 보면 그름 무늬가 보이는데, 높이 출세하라는 뜻이야!"
젊은 이가 말했다. "와, 해남 황화리목! 거리에서 저걸로 만든 팔찌를 하나 보았는데 2~3만 원(元) 했어요. 저렇게 굵은 나무로 만든 통천주라면 어마나 값이 나갈까요?!"
환보셩이 말했다. "그밖에 십몇 덩이의 화전옥(和田玉: 신장 지방에서 나는 옥) 원석도 있어. 침실 침대 위에도 세 덩이 있지."
젊은 이가 말했다."돌덩이와 같이 주무시는군요."
이광이 말했다. "당신, 이리 와서 날 좀 도와줘. 서명한 책을 단단히 묶어 줘."
환보셩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를 이광을 도와 책을 묶었다.
서명을 마치고, 이광은 젊은이를 보냈다.
환보셩은 창문 커튼을 열고 빛이 환하게 들어오도록 했다.
커튼을 열자 뜻밖에 나방이가 한 마리 튀어 들어왔다.
그러자 젊은 이가 또 되돌아와 사진 찍는 것을 잊었다며, 유명인을 만나기 힘든데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고 했다.
이광이 일어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사진을 찍어주자, 젊은이는 마지막으로 다시 악수를 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다.
이광이 말했다. "랑어가 팔려버렸다고? 작년에 하나 구했으니, 이번에 하나 더 구해서 한 쌍을 만들려고 했는데, 팔려버리다니!"
환보셩이 말했다. "수장(收藏) 하는 것이 어찌 마음먹은 대로 다 되겠나?"
이광이 말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거야. 거기 있는 돌사자 한 쌍을 봐. 거의 크기가 똑같지? 하나는 작년 8월에 구했는데, 11월이 되자 다른 하나가 또 구해졌어. 하나가 다른 하나를 당겨 온 거지."
환보셩이 말했다. "그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당겨 온게 아니라, 당신 능력이 대단해서 여기 모두 모인 거야."
이광은 헤헤 웃으며, 돌로 조각된 사자, 호랑이 기린, 그 밖에 허리가 가늘고 긴 양과 넓적한 거북이를 어루만졌다.
이광이 말했다. "모두 조각해서 만든 것이지만, 이것들은 모두 영혼을 갖고 있어."
환보셩이 말했다. "그럼 당신이 무얼 하면 그것들이 안다는 말이야?"
이광은 눈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무슨 의미야?"
환보셩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매일 어떻게 책을 써서 명성을 얻고, 어떻게 글씨를 써서 돈을 벌고, 그밖에 어떻게 미녀를 만나는지를 아냐는 말이야?"
이광이 다급해져서 말했다. "아이 참, 당신이 나한테 아가씨 하나 아니면 아줌마 하나라도 소개해 줘 봤어?!"
환보셩이 말했다. "전에 어떤 여자가 나에게 당신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던데, 아무나 되겠어? 젊고 머리를 회색으로 염색했는데, 순 엉터리더라고. 수준도 낮고 말이야. 그래서 안된다고 했지."
이광이 말했다." 당신 모르는구먼. 그걸 할머니 회색이라고 하는 거야. 요새 한참 유행하는!"
환보셩이 말했다."아이고, 그걸 할머니 회색이라고 한다고? 대단한 지식이네. 대단해!"
그는 이광에게 달려들며, 교활하게 웃었다.
이광이 말했다. "이런 순 사기, 어떻게 알았어?"
환보셩이 말했다."알다니, 뭘?!"
이광은 환보셩을 끌고 침실 문 앞으로 갔다. 거기에는 한 쌍의 돌조각이 있었는데 모두 사자에 올라탄 동자였다. 한 동자는 귀를 가리고 있고, 한 동자는 입을 막고 있었다.
이광이 말했다. "이걸 하늘 귀머거리, 땅 벙어리라고 하는 거야. 듣지 않아야 하는 것은 듣지 않고,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은 말하지 않지."
환보셩이 침실로 들어가려 하자 이광이 막았다.
그때 또 어떤 사람이 초인종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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