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 가게(艺品店: 중국에서 새로 생긴 개념으로 높은 경지의 자연 및 인문 산물을 취급하는 상점)에 들어서니, 주인이 한 사람과 대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그녀들을 보고 꾸뻑 인사하더니,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말하는 것은 서경의 지리와 바람이 가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이렇게 큰 대도시에 바람이 빠질 통로가 없으니, 바람이 순조롭지 못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 스모그가 가득 차지 않을 수 있겠어?"
말을 하다가 시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문가들이 세 가닥의 큰 바람길을 계획했는데, 오직 한 군데만 건설이 이루어졌고, 나머지 두 군데는 다시 건설해야 되는 모양이야.
홍콩의 부동산 업자들은 바람 통로에 있는 지반을 좋아한다는데, 시정부는 경제발전을 이유로 바람 통로 계획을 부정하고 있다는 군.
젠장, 그래서 그놈들이 욕먹는 거야.
도시 발전 때문에 이미 한 세대의 농민들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환경이 오염되는 대가를 치르지 않았어?!"
하이루오는 봐 두었던 그 랑어(廊鱼)를 가게 여기저기서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어제 팔렸다고 대답했다. 다른 것은 없냐고 물으니 그게 희귀한 물건인데, 하나 있을 때 챙겼어야지 어찌 두 번째가 있겠냐고 하였다.
하이루오는 못내 아쉬웠다.
가게를 나오며 이와가 말했다. "조그만 가게 주인이 열을 내가며 시정부의 일을 비판하는데, 그래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하하, 도토리묵 노점상에서도 언제나 유엔 결의를 가지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싸우는 사람들이 있단다!"
이와가 말했다. "이 도시 사람들도 재미있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경제가 안 좋은 도시에는 음식점만 많고, 생활이 어려운 남자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게 아니겠니?"
이와가 말했다."남자만 그럴까요, 여자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을까요?!"
하이루오가 잠시 멍했다가, 말했다."중국이라고 정치가 없을 수 있겠니?"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웃자, 이와도 따라 웃었다.
이와가 말했다. "예술품 가게에서 어찌 물고기를 팔아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건 먹는 물고기가 아니라, 유자나무로 목각한 물고기란다. 절의 주랑에 걸어놓으면, 향을 피우러 온 신도들이 탁탁 두드리는 거야. 그러면 불당에 있던 중들이 사람이 온 것을 알게 되지."
이와가 말했다. "그런데 왜 목어를 치죠? 북을 치지 않고."
하이루오는 단번에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루이커의 전화를 받고, 하이루오와 이와는 음식점에 들어섰다.
이층에 올라가, 11호 방을 찾으니, 안에 뜻밖에 남자가 있었다.
키가 크고, 얼굴은 작은데, 머리는 기름이 번들번들했고 뒷머리를 짧게 땋아 묶었다. 옷은 흰색 중국식 통이 넓은 바지와 거기 어울리는 저고리를 입었는데, 모두 손으로 짠 베로 만든 것이었고 쭈글쭈글했다.
하이루오는 얼른 문을 닫고 앞으로 갔다.
이와가 말했다. "그 사람, 어떻게 저렇게 치장하고 있죠?"
하이루오가 말했다. "화가 아니면 음악가일 거야.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게 예술가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이와가 말했다."근데 보기에 꾀죄죄하네요."
뒤에서 문이 다시 열리더니 루이커가 말했다. "여기예요. 여기."
루이커 옆에 그 남자가 서있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난 또 방을 잘 못 들어왔나 했지."
루이커가 말했다. "방금 화장실에 갔었어. 여긴 환 보셩(范伯生) 선생님. 시(市) 서화연구회에 계신 분인데, 이(羿: 예) 선생과도 친하고, 펑잉(冯迎)과도 친해. 나도 핑잉 집에서 만났지. 마침 가게 안에 만났는데, 식사 같이 하자고 했어."
환보셩이 말했다."미안합니다. 하이루오 여사도 식사하러 오신 거라 들었는데, 진작부터 알고 지내고 싶었습니다. 과연 하늘도 놀 라겠네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 말은 선생님이 하시기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에요."
환선생이 웃는데 이빨이 모두 검었다. 그가 말했다. "미인이란 말입니다. 대단한 미인!"
하이루오가 말했다."난 루이커정도의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러시아에서 온 이와만큼은 안되죠?"
환선생이 말했다. "세분 모두 미인이세요. 하이루오씨는 특히 몸매가 아름다워요."
하이루오는 손을 저어 아니라고 하면서, 문득 핑잉이 생각났다.
"선생님은 핑잉과 친하죠? 핑잉이 필리핀에 간 거 알고 계세요?"
환선생이 말했다. "그 방문단에 나도 참여하기로 계획되어, 나도 본래는 가야 됐어요. 그런데 갑자기 와이프가 병이 들어, 입원하는 바람에 못 간 거예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방문단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죠?"
환선생이 말했다. "아직 안 왔어요. 그 사람들 원래 계획이 며칠 더 있는 거예요."
하이루오가 말했다.""엉터리, 진짜 엉터리야!"
환 선생이 말했다. "내가 거짓말한 거 없는데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니에요. 선생님한테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다른 일이 생각나서 그런 거예요. 말은 그만하기로 하고, 환 선생님도 앉으세요."
자리를 정할 때 이와가 환 선생 옆에 앉기로 되었지만, 이와가 잠깐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하이루오와 루이커 중간에 앉았다.
루이커가 말했다. "이 새우 연못 집은 정말 유명한가 봐. 환 선생님까지 먹으러 오신 걸 보니."
환 선생이 말했다. "나도 처음 온 거예요. 이광 선생님이 나에게 앞에 있는 예술품 가게에 가서 목각 랑어를 한번 봐 달라고 부탁해서, 갔었는데 누가 벌써 사 갔더라고요. 마침 음식점 앞에서 루이커를 만났던 거예요."
하이루오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이 선생님한테 가 보라고 부탁했는데, 나는 랑어와는 인연이 없는가 보네요."
환 선생이 말했다. "어떤 것이든 연분이 있다고 하는데, 전달 5일, 저장 성에서 큰 사장님이 오셨는데, 수집을 대단히 좋아하세요. 내가 특별히 이 선생의 서화작품을 추천했고, 그분도 일차로 20장의 서예 작품을 사기로 동의했어요. 내가 이 선생에게 전화하니 그는 뜻밖에 섬서성 북부 고원에 민요를 수집하러 떠났더라고요. 고깃덩어리가 입가까지 왔다가 타닥 땅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거죠."
하이루오가 말했다. "선생님은 알선도 하시네요!"
환 선생이 말했다. "나는 매년 그에게 500만은 돈을 벌게 해 줍니다. 내가 아는 기업가도 많아서, 우리 시의 서화가들은 내가 거의 모두 흥정을 해봤지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 서화가들이 답례로 준 작품들도 많겠네요!
환 선생이 말했다. "적지 않죠. 하지만 나는 한 장도 팔지 않았어요. 예술작품이란 오래될수록 가치가 있는 거라, 급히 현금화시키는 건 고기 값을 무 값으로 만드는 거예요."
하이루 오는 조금 덥다고 느꼈다.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쳤다.이와가 따라 들어왔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우리들이 하는 얘기 너 알아듣니?"
"말은 다 알아듣겠는데, 말하는 뜻은 몰겠어요. 그 사람은 뻥이 조금 센 것 같아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풍구를 돌리다 보면, 점점 부풀러 오르다가, 한순간 빠르게 텅 비어버리는 거지."
그녀는 눈썹 화장을 고치기 시작하면서 말했다. "하루라도 눈썹을 그리지 않으면, 기다란 눈썹이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져."
이와가 말했다."눈썹 끝을 올렸어요?"
"나는 얼굴 형이 그렇게 올리는 것과 맞지 않아. 끝을 올리는 건 루이커같은 사람이 어울려! 두 사람은 화장실에서 깔깔대다가 한참만에 나왔다.
루이커가 말했다."선생님은 기업가들을 많이 알고 계시니까 나한테도 좀 소개해 주세요., "
환 선생이 말했다. "루이커는씨, 지금 무슨 사업을 하고 있나요?"
루이 커가 말했다."저는 공항 가는 길에 광고판을 하나 가지고 있어요."
환 선생이 말했다."나는 해마다 광고비를 많이 쓰는 친구들이 꽤 많아요! 공항 가는 길이라면 위치가 잠 좋네요. 그런데 어떻게 그 광고판 하나만 있어요?"
루이커가 말했다. "광고판 하나 허가받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환 선생이 말했다."공상국 부국장이 같은 고향 사람이에요. 우린 자주 모여서 마작을 하지요. 언제 마작할 때 부를 테니 천천히 사귀어 보세요.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니까요!"
루이커가 말했다. "아이고, 좋지요. 선생님을 내 웨이신에도 올려놓을게요."
환 선생은 휴대폰을 켰고, 루이커는 앞으로 가서 자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가늘고 길어서 부드럽기가 파 줄기 같았고, 손톱에는 아무것도 칠하지 않고 그저 기름만 발랐다. 그게 오히려 분홍색으로 투명하고 밝게 보였다.
환 선생이 말했다. "정말 아름답네요!"
루이커가 말했다. "내 손 말하는 거예요?"
환선생이 말했다. "손을 가꿀 줄 아시네요. 내가 본 제일 아름다운 손이에요!"
루이커가 말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미인도 보기 싫은 데가 있고, 추녀도 예쁜 구석이 있다고 하지요.."
자리에 돌아와 앉자, 요리가 계속 식탁에 올려졌다.
루이커가 소리쳤다. "아이고, 두 사람, 빨리 나와서 식사하세요. 화장은 무슨? "
먼저 올라온 요리는 한 접시의 고기튀김과 한 접시의 데친 두부 그리고 한 접시의 볶은 백합이었다. 그러고 나서 열 가지 대하가 나왔는데, 탕추(채소를 볶아 설탕 밀가루로 걸쭉하게 만들어 요리에 부어 먹는 것) 한 것도 있고, 산초 소금 간을 한 것도 있고, 맵고 얼얼하게 한 것도 있고, 약한 불에 익힌 것, 데친 것, 끓인 것, 삶은 것도 있었다. 새우 요리가 각양각색으로 각각 맛이 달랐다.
환 선생이 먹는 소리가 유달리 컸다. 이와는 고개를 들고 하이루오를 보았고, 하이루오는 소리 없이 웃었는데 무언가 불편하다는 표시였다.
네 사람은 새우는 전부 먹었지만, 다른 요리는 적지 않게 남겼다.
먹기를 마치고, 환 선생이 계산을 했다.
루이커가 자기가 손님을 청했으니 자기가 낸다고 하니까, 환 선생이 말했다. "루이커가 청했더라도 내가 내야 해요. 미녀 세 분과 같이 식사를 했는데, 내가 어떻게 돈을 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선생도, 여인들을 사랑함으로 남자가 고상해진다고 했어요."
음식점을 나오니, 바람은 멈추어있었지만 하늘은 많이 어두웠다.
어떤 사람이 광장에서 연을 날리고 있었는데, 하나의 거대한 종이 지네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이와는 흥분해서 연줄을 풀었다 당겼다 하는 사람에게 가서, 말했다.
"나도 한번 당겨보게 해 주세요.""
연을 당기던 사람은 서양인이 부탁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당겨보게 했다.
종이 지네가 뜻밖에 그녀를 끌어당겨 뛰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그녀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나 날아갈 것 같아! 악 날아간다!"
환 선생이 말했다. "저 애를 보니, 핑잉이 생각나네. 우리가 웨이허(渭河)에 갔을 때, 백사장에서 연을 날렸는데 핑잉이 줄을 당기려다가 자기가 날아간다고 소리치는 거예요. 연이 그녀를 물속까지 끌고 갔지요."
하이루오는 당장 이와를 오라고 해서, 네 사람이 루이커네 회사 빌딩까지 걸어갔다.
환 선생이 이 선생네 집에 가야 한다고 해서, 하이루오와 이와는 같이 가기로 하고, 하이루오의 차에 탔다.
루이커는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두 손을 반쯤 열린 차창 유리에 올려놓고 환보셩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잘 먹었어요. 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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