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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三.서로리의 루이커 (陆以可•西涝里): 2

 

하이루오가 말했다. "내가 부탁한 일 어떻게 되었어? 장사하느라 바빠서 잊어버린 건 아니지?"

루이커가 말했다. "내가 어떻게 일의 경중 완급을 모르겠어?! 회사에 젊은 애들이 십수 명 되는데 의견들을 모두 들어보니까, 혈소판을 주겠다는 사람은 세 명밖에 안 되더군. 시아즈화(夏自花)의 병에 맞는지 검사를 했더니 세 명 중 한 명만 기준에 부합했어! 성이 가오(高)인 애인데, 인물이 훤하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건 병을 치료하자는 건데, 잘 생기고 못생기고 따질게 뭐 있어?"

루이커가 말했다."시아즈화가 야채를 먹는 건 예뻐지려고 그러는 거고, 생선을 먹는 것도 예뻐지려고 그러는 거야. 샤오 가오(小高)가 만약 무지 못생겼다면, 나 역시 원치 않았을 거야. 타협은 이미 끝났는데, 언제 병원에 가지?"

하이루오가 말했다."얼마 주기로 했어?"

루이커가 말했다."육천 원 주겠다고 했지. 그의 월급이 삼천이니까 이건 두 달 치를 보상하는 거야. 이 돈은 내가 줄게."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렇게 하면 안 돼. 모두 분담해서, 성의 표시를 하게 해야 돼. 그런데 샤오 가오는 어디 사람이야?"

루이커가 말했다. "섬서성 남부 산악지역 사람이야. 여기 일하러 와서 삼 년 동안, 네 개 회사를 바꾸었대. 우리 회사에 와서는, 아침 출근할 때 맨날 지각이야. 모두들 불만이 많아서 자르자고 난리지.

내가 내막을 물어보니, 글쎄 그 애가 시(詩) 쓰기를 좋아한다는구먼. 밤새 시를 쓴다는데, 쓰기만 했지 발표된 건 없어. 계속 멍청한 생각을 바꿀 마음이 없다는데, 난 되레 감동받았어. 그래서 그냥 있게 한 거야.

그 애가 이번 일에 이렇게 큰 역할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 했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 애가 고맙군! 이렇게 하지. 너네 회사는 밖에서 하는 일이 많아서 그 애한테 적합하지 않을 것 같으니, 우리 찻집으로 출근하라고 그래. 내가 월급을 4천 원씩 줄게. 기왕 글 쓰는 걸 좋아한다니 얼마나 좋아?! 아침에 출근도 한 시간 늦게 해도 되고, 거기다 이광(羿光) 선생과 접촉할 기회도 생길 수 있고."

말을 마치고, 하이루오는 전화를 했다. 전화로, 잠깐 사이에 누가 혈소판 주기로 한 일이 잘 되었고,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걸 보니 하늘이 도와주는 것 같고, 병은 틀림없이 좋아질 거라고 하였다.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또 전화를 걸었는데, 의사에게 알리라 하고, 병실을 일 인실로 바꾸려면 원장에게 말해야 한다고 하였다.

하이루오는 약간 급한 것 같아 보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얼후(二胡)를 연주하는 사람은 계속 연주하고 있었다.

소리는 마치 톱질하는 것 같았는데, 하늘에 톱이 걸려있는 것 같았다.

이와는 사진을 찍지 않고 가까이 가서 말했다. "할아버지, 잠깐 멈추면 안 돼요? 저기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데 중요한 전화예요. 이렇게 얼후를 켜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돼요.

얼후 켜는 사람은 손을 멈추지 않았고. 눈으로 빤히 보았다.

이와가 말했다. 내가 틀린 말 했나요? 왜 그렇게 빤히 보세요?!

루이커가  와서 이와를 잡아끌며 말했다. "빤히 노려보는 게 아니야. 너는 그 사람 한쪽 눈이 가짜 눈이란 걸 몰랐지?",

이와는 조금 화가 나있다가, 잠시 후 루이커에게 물었다. "하이 언니네 가족이 병이 났어요?"

루이커가 말했다. "우리 자매 중 시아즈화(夏子花)라고 모르지?"

이와가 말했다. "자매들 중 나는 서너 사람밖에 몰라요. 시아즈화 라는 사람은 모르는데, 병이 위중한가요?"

"백혈병이라는데, 진작부터 누워 있어서 올 수  없었어. 병원에서 그 애에게 혈소판을 수혈해야 한다고 하는데, 혈소판을 주겠다는 사람이 아주 드물어. 병 걸 린 사람 가족 중에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시아즈화는 오직 노모와 아이 하나밖에 없어. 노모는 심한 류머티즘 환자고 아이는 겨우 두세 살이야. 그러니 무슨 방법이 있겠니?"

이와는 한참 탄식을 하였다. 그녀는 찻집에서 노파와 어린 남자 아기를 본 것이 떠올라서, 바로 노모가 백발인지, 아이가 장난이 심한지 물었다.

루이커가 말했다."그렇지. 너 알았구나?"

이와가 말했다. "아침에 그들을 찻집에서 보았었어요"

루이커가 말했다. "찻집에서 보았다면 틀림없이 맞을 거야. 노모는 민간요법으로 3~4일마다 다리에 봉침을 맞아."

이와가 말했다. "그러네요. 난 의아했어요. 찻집에서 무슨 양봉을 하나 하고? "

루이커가 말했다. "시내에선 양봉을 못 하게 되어있어. 시아즈화가 노모의 치료를 위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주민센터에 가서 신청한 거야.

그랬더니 거기서 벌통을 반드시 높은 곳에 설치하라고 했지.

찻집은 원래는 두 개의 점포였는데, 양쪽 점포가 바로 시아즈화의 술집이었고, 벌통도 2층 창 아래 설치했던 거야. 나중에 하이 언니가 두 점포를 인수해 찻집으로 바뀐 거야. 벌통은 계속 거기 그 자리에 있는 거고."

루이커는 말하면서 탄식하기 시작했다. "원래 시아즈화가 자기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까지 병든 몸으로 노모와 아기까지 보살피고 있는 중이야. 참 불쌍해."

이와가 말했다. "참 안 됐네요. 아기 아빠는요?"

루이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와는 아기 아빠가 세상을 떠났거나, 시아즈화와  이혼했나 보다 생각했다. 그래서 물었다. "내가 묻지 말아야 할걸 물었나요?"

루이커가 말했다."아니야. 나도 아기 아빠를 본 적도 없고, 시아즈화가 말한 적도 없어서, 나도 물어볼 수 없었어."

말을 하면서, 이와를 보면서 한번 웃었다. "혹시 하이루오는 알지도 몰라."

이와는 궁금했지만 입을 닫았고, 화제를 돌려 루이커가 신고 있는 굽 낮은 단화가 예쁘다고 했다.

누구나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만, 휴대폰은 바로 하느님이고, 신(神)이다.

사람들은 그것에 통제당하는데 그것도 기꺼이 통제 당한다.

하이루오는 계속 전화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매번 전화를 걸 때마다, 처음에는 언제나 말투가 높아서 마치 훈계하는 것 같았고, 이어서 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걸음도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나중에는 원을 그리며 도는데 마치 시골에서 소가 맷돌을 가는 것 같다. 소가 맷돌을 갈다가 어지러울까 봐, 반드시 검은 천으로 소의 눈을 가려놓는다. 하이루오도 오래 돈다 싶으면, 바로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본다.

이와와 루이커가 전화 끝나기를 기다리다가,이와가 물었다.

"언니는 어째서 그렇게 많이 전화를 하나요?"

루이커가 말했다. "아마, 시아즈화의 일인 병실을 교섭하나 봐."

이와가 말했다."부탁하는 사람이 저렇게 세게 나가요?"

루이커가 말했다. "너는 잘 모를 거야. 그녀는 언제나 나와 말할 때도, 설령 나한테 부탁할 때도, 먼저 나를 진정시키고 난 다음에 자기 일을 말해. 그끄저께는 찻집에서 급히 노동력이 필요했던 모양이야. 나한테 일꾼 몇 명만 보내달라 하려고 나한테 전화를 했어. 그런데 말을 꺼내기를, 너 최근에 나한테 무슨 불만 있냐 하는 거야. 내 장사가 너보다 잘 되거나  아니면 내가 더 예쁘니까 질투가 나서? 나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 장사도 네가 나보다 잘하니까 당연한 거고, 예쁜 것도 맞으니 불만 있을 게 없다고 했지. 그랬더니 내 웨이신(微信: 중국 메신저 프로그램)에 왜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며, 또 열흘이 넘도록 찻집에 들리지 않느냐는 거야. 그래서 나는 네 웨이신에 원래부터 들어간 적이 없고, 그러지 않아도 오늘 찻집에 가려고 하는 중이라 했지. 그랬더니 바로 오라더군. 오면서 일꾼 네 명을 데려오래."

이와가 말했다. 그래서 일꾼을 데리고 갔어요?"

루이커가 말했다. "데려갔지. 안 그랬다간 내가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았어."

두 사람은 웃기 시작했다.

하이루오는 여전히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이쪽을 힐끔 보는 것이 곧 전화가 끝난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일렬로 늘어선 감탕나무 앞에 서서, 한편으로 전화를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론 감탕나무 잎을 한 뭉텅이씩 쥐어뜯고 있었다. 전화를 삼 분 하면서, 가지 하나에 있던 잎이 몽땅 뜯겼다.

이와가 다가가서 말했다."감탕나무가 아프겠다!"

하이루오는 그제야 자기가 잎사귀를 뜯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고, 전화 거는 것도 마쳤다.

그러더니 긴 숨을 내쉬고, 루이커를 기리 키며 말했다.

"너 이와하고 나에게 대해서 나쁜 말 했지?!"

루이커가 말했다."그렇다. 네 휴대폰을 부숴버려야 한다고 그랬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 머리나 부숴!"

한마디 던지더니, 그녀는 주머니에서 찻잎 통을 꺼냈다.

루이커가 받아들고 말했다. "이거 나 주는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백차(白茶: 발효시키지도, 비비 지도 않은 차)야!"

루이커가 말했다."백차를 주려면, 차라리 백모란 차병을 주지.

차병을 다려서 소금을 조금 치면, 맛이 기가 막힌데."

하이루오가 말했다. "필요 없으면 도로 내놔!"

하이루오가 손을 뻗어 뺏으려는 것을 보고, 루이커는 품 속에 꽉 안으면서, 서문에 있는 새우 연못에 가서 새우를 먹자고 말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정말 이와에게 환영식 해줘야 해. 기왕 먹는 거 호텔에 가서 먹고, 여러 사람을 부르고 말이야."

루이커가 말했다."만찬은 나중에 시간 많을 때 하고, 오늘은 너희 둘과 나하고, 여기 있는 사람만 새우 먹으러 가자."

"새우 연못"에 가는 길은 멀지 않고, 주차하기도 불편해서, 세 사람은 걸어서 갔다.

 

얼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