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마치, 하나의 시(詩)에서, 두 가지 가장 아름다운 시적 안목(詩眼)이 누락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나는 촌(村)을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 또 하나는 살면서 내 친구를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다.
심야의 원령촌을 나는 처음 들어가 보았다.
택시가 문이 닫힌, 신이지아(新一街) 입구에 섰다. 길모퉁이에 있는 한군데 구이 전문점(烧烤档)에서 조용히 맥주와 음식을 먹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원령촌이 정말 잠이 들었다.
나는 길가에 서있었는데, 아무도 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아마 나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밤늦게 돌아가는 젊은이 정도로 보는 것 같았다.
조금 있다가, 반바지를 입은 C가 거리의 어두운 골목에서 나왔다. 나는 처음에는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보지 못했으나, 그가 걸어오는 자세를 보고 단박 알아보았다.
"뭐 좀 먹자." 그가 말했다. 우리는 곧 구이 전문점에서 쌀국수 둘을 시켰다. 이어서 그는 거리 맞은편에 있는 신문 가판대에 가서, 맥주 한 다스를 사 왔다. 그가 흔들거리며 길을 건너갔다가, 다시 맥주를 들고 흔들거리며 돌아오는 모습은 지아장커(贾樟柯: 중국 영화감독 1970~)의 영화,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보면서 작은 테이블에 앉았는데, 테이블이 안정되지 않아 뒤뚱뒤뚱했다. 인도 위의 보도블록이 울퉁불퉁 평탄하지 않았던 탓이다. 우리는 한편으로 먹으면서, 한편으론 테이블을 흔들거리지 않게 잡고 있어야 했다.
갑자기, 어떤 사람이 택시를 타고 원령촌에 돌아왔다. 어떤 요염하게 차려입은 여인과 말쑥하게 차려입은 퇴근하는 청년, 이들은 함께 차를 내려, 바로 구이 전문점으로 오더니, 큰소리로 "사장님" 하고 소리쳤다. 노점 주인은 벌떡 일어나, 친절하게 맞으며 무얼 시키겠냐고 물었다.
이런 풍경은, 당연히 중국 각지의 모든 작은 도시, 혹은 현성(현 소재지), 시골 번화가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지금 그런 일이 선전 시내의 한 촌(村)에서 연출되자, 나는 일종의 황홀감마저 느꼈다. 여기가 선전 맞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을 정도인데, 말하자면 깊은 밤, 원령촌의 그 시각, 이런 풍경은 선전(深圳)과 상관없는 일이고, 오직 생활과 관계된 일이 아니겠는가?
C와 나는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그는 오후에 자기 집 일층에서 어떤 남자아이가 손을 벤 것을 우연히 마주쳤다. 베인 상처가 꽤 컸고, 피가 나고 있었다. 그는 부랴부랴 그 아이를 안고 약국으로 달려갔다. 약국에서는 상처가 너무 깊으니 지역사회 건강 센터(社区康复中心)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아이를 안고, 지역사회 건강 센터로 갔다. 그곳 사람은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냉담한 어조로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또다시 그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갔다. 그는 아직도 팔이 뻐근하고, 옷에 남자아이의 피가 묻은 자국이 남아있다고 했다. 나는 그가 남자 이이를 안고, 원령촌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는 지역사회 건강 센터의 오만한 태도를 비난했고, 또 도시 의사가 어느 때는 정말 시골의 맨발 의사(赤脚医生: 중국 농촌 인민공사에 소속된 초급 의료 기술자, 주로 여성 희망자를 모집하여 1개월 정도 병원 연수를 받고 간단한 외상 등을 치료한다) 만도 못하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이 일로 카프카의 소설 < 시골 의사 >가 떠오른다며 이 소설의 잘된 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나는 화제를 다시 되돌리고는, "네가 이렇게 한 걸 가지고, 그 이이의 부모가 되레 너에게 뒤집어 씌우면 어쩌려고 그러냐? 일테면, 설령 뒤집어 씌우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도와주려 하지 않는데."라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많은 생각이 안 떠오르더라고 했다.
그 남자아이와 함께 있던 같은 반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원령촌 소학교 학생이었다. 남자아이의 학교 친구가 "아저씨, 우리 좀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C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고 했다. 나중에도 반 친구가 계속 그 애를 동반해 주었는데, C가 그 남자 이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을 때, 그 애 엄마는 이상하게 냉정해 보였으며, 첫마디가 누구 책임이냐고 물었다. 마치 아들이 상처 입은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올 때, 내가 그 이이에게 말했어. 네 동무는 앞으로 네 일생에서 제일 사귈만한 친구다."
C가 말했다. "어떤 일들은 보기에는 잘 못한 일로 보이지만,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는 거야!"
우리는 잔을 들어 서로 부딪쳤다.
원령촌 깊은 밤, 부드러운 일회용 비닐 잔은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참고: 원문에 쓰여있는 烧烤档을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구이 전문점"이라 번역했는데, 중국 시골 거리에 있는 각종 꼬치구이를 잔뜩 쌓아놓고 구워서 파는 노점 또는 가게를 말합니다. 여기는 앉아서 먹을 수도 있으며, 포장마차와는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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