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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촌(村)이었던 선전(作为村的深圳): 5/7 陈再见

 

해빈신촌(海滨新村)

 

내가 지금 사는 곳은 해빈신촌(海滨新村)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여기는 바다와 접해있지만, 모래사장도 없고, 매우 지저분하다. 부근에 또 하나의, 해빈신촌이라 부르는, 도시 중의 촌이 있는데, 여기는 보원로(宝源路) 변에 있다. 그래서 때때로 택시를 타거나 길옆으로 가는, 자동 이룬 차를 타고 집으로 올 때는, 미리 해변에 있는 해변신촌으로 가자고 설명해야만 한다.

듣기에, 마치 내가 마치 바다와 접한 별장에라도 사는 것 같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실제로 와보면 상당히 혼란스럽고 더러운 곳이다. 처음에 이곳으로 이사 오게 된 데는, 다른 이유가 생각나는 게 없고, 오직 방세가 쌌기 때문이다. 나는 이즈음, 살면 살수록 외진 곳, 일부러 시내에서 먼 곳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로지 방세가 싼 곳만 찾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연히, 나의 셋방은 점점 더 커졌다. 바퀴 말하면, 가성비인데, 같은 돈으로 남창촌에서는 오직 단칸 방을 얻을 수 있지만, 해빈신촌에서는 방 하나, 거실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자연스레 후자를 택한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어쩌다 친구가 온다고 해도, 찾아오기 힘든 것은 다른 문제고, 설령 찾았다 해도, 이제 그럴싸한 음식점에 가자고 해야 하니 참 곤란하다.

두해 전에, 내가 해빈신촌으로 이사 왔을 때, 나는 정말 이곳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 느낌은 꼭, 여러 해 전 남창촌에 막 갔을 때의 느낌과 똑같았다.

낯설음! 낯설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환경과 관계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도 아니다. 낯설다는 것은, 언제나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처음 얼마 동안의 시간에, 나는 사실 감히 어떻게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뻔히 보는 것 같았고, 마치 내 이마에 "나는 방금 이사 온 사람이오"라고 써 붙이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이런 약한 마인드로, 선전을 여러 해 돌아다녔으니, 이런 상황은, 매번 어떤 촌에 입주할 때마다, 매번 겪었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같이 민감한 사람은 분명히 없을 것이다.

나도 분명히 안다. 누가 나에게 신경이나 쓰겠는가?

해빈신촌에 사는 어느 누구도, 어디서 지나가는 과객이 아니고, 어디서 막 이사 온 사람 혹은 바로 이사 갈 사람이 아닐 테니.

선전의 촌은 진짜 시골 촌과 다르다. 선전의 촌은 흘러가는 촌이다. 촌에 사는 사람들 역시 흘러가는 사람들이다. 서로 누가 누구인지 모르고, 누가 주인이고 누가 과객인지 어느 누구도 모른다.

선전의 촌은 평등하여, 먼저 오고 나중 오고를 따지지 않는다. 주객(主客)의 구분도 없다.

아침 식사를 파는 사람도 방금 이사왔으니 일원(元) 더 내라고 하지 않고, 이발사도 방금 이사왔다고 꼴 보기 싫다고 하지 않으며, 작은 가게 역시, 막 이사 왔다고 가짜 담배를 팔지는 않는다. 만약에 정말 가짜 담배를 샀다면, 그걸 판 사람은 모두에게 똑같이 가짜 담배를 팔았을 것이다.

나는 해빈신촌에서 벌써 2년째 살고 있다. 지금도 이곳의 여러 가지 잘못된 것에 대하여, 투덜대고 있지만, 만일 어느 날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된다면, 나는 전과 다름없이 아쉬워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어떤 사람들의 장점은 감추어져 있고, 장시간 함께 살아야 이해하고 체득하게 된다. 특히 눈에 번쩍 뜨이지 않는 사람들이 더 그렇다. 해빈신촌도 똑같이 눈에 번쩍 뜨일 수 없는 촌이다.

얼마 전, 문우(文友) F가 방을 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나는 그에게 해빈신촌을 소개하면서 오라고 했다. 그는 괜찮은지 물었다. 나는 좋다고 하며, 야채시장도 있고, 소공원도 있고, 작은 백화점도 있고, 스케이트장과 불법 pc방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구이 전문집도 있어서 밤새워 먹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맞아, 거기다 바다까지 있는데, 부원로에 막혀있고, 모래사장도 없지만 바다인 건 분명하고, 큰 모래사장과 이어진다"라고 했다. "나아가, 그게 바로 태평양인데---- 당신은 이제 태평양 변에 살게 되는 거야"라고 뻥을 쳤다. 더 이상 말할 건 없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는 방세가 싸서, 방 하나 거실 하나에 400원 밖에 안 한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니, F는 한번 보러 왔다.

그가 촌 안쪽,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반쯤 짓다 만 건물과 시도 때도 없이 날리는 흙먼지, 공사장 위쪽에서 떨어뜨린 판자 떼기, 철근 조각 같은 것들을 보았다.

그는 또 거리의 작은 골목 안에 가득 찬 각종 생활 쓰레기, 파리 모기에 에워싸여 어느 사람이 달아나버리자, 그놈들이 같이 따라가는 것도 보았고, 스케이트장의 소란스러움, 소위 소공원이라는 데가 실은 잡초 더미가 무성했고, 소위 백화점이라는 데가 바로 작은 슈퍼 정도 밖에 안되었고, 그가 야채 시장이라고 가보니 쓰레기 장같이 더러웠고, 시장 입구의 배수구는 먹물같이 시커먼 오수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바다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보았다.

이게 어떻게 태평양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또 그는 깊은 밤, 구이 전문 집에서, 젊은 애들이 갑자기 치고받고 하우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머리를 노랗게 물들였고, 큰소리로 "죽여버려" "나쁜 새끼"라고 소리쳤다...... 아이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데서 어떻게 살고 있어?"

나는 반문했다. "여기서 왜 못 살아?"

같은 곳인데, 나는 한쪽 면을 본 것이고, 그는 다른 한쪽 면을 본 것이다.

이 두해 동안, 나는 해빈신촌의 변화를 증명할 수 있다.

거리와 골목은 바닥을 깊이 파서 하늘 아래 드러났다. 그런 다음, 시멘트가 부어졌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사 왔는데, 그건 많은 공장들이 이사 왔기 때문이다. 그밖에, 작은 백화점, 작은 음식점 그리고 이발소, 모두 계속해서 이곳에 쏟아져 들어왔다. 보원로에 차가 다니게 되자, 노선버스가 생기기 시작했고, 해빈신촌에 버스도 없던 시절은 끝이 났다.

해변 가까운 곳에, 새 건물 한 동이 결국 완공되자, 아래 증에 후난성 요리점이 들어섰고, 또 좋은 유치원이 들어섰다.

지하철 11호선이 터파기 공사 중이라, 비록 보원리가 반쯤 막아주고 있지만, 자주 흙먼지가 날았다. 하지만 견딜 만했고, 앞으로 점점 좋아지리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유일한 걱정은, 그 때가 오면, 해빈신촌의 방세는 틀림없이 껑충 오를 것이다. 오른 방세 때문에, 어쩌면 나는 또다시 이사를 가야할지 모른다.다른 어떤 외진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은, 얼마라도 친숙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는게 아니다.

이기적인 말이지만, 나는 정말 해빈신촌이 너무 빨리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크게 보아, 선전의 촌(村)들이, 만약에 발걸음을 너무 크게 해서, 앞으로 나간다면, 또 많은 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