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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중국 차(茶) : 편안해지니까, 깨달았다(因宁静而清醒) 2/3 : 徐晓村

 

만약 지금 나에게, 무엇 때문에 차가 걱정을 해소시키고 초조감을 풀어주는 작용을 하는지 묻는다면, 나는 그 이유를 다음 두 가지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 하나는, 차의 맛은 옅으면서도 풍부하다는 것이다. 육시(陆习)는 차의 맛은 철고연감(啜苦咽甘: 쓴 것을 마시면서, 단맛을 거두어들인다)이라 하였다. 이것은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간략한 표현에 불과하다.

사실 여기서 "고(苦:쓰다)"와 "감(甘: 달다)"의 조합은 차의 품질이 높고 낮음에 따라 결정된다.

요즘 사람들은 이미 찻잎의 맛을 훨씬 세밀하게 구분하고 있다. 찻잎의 평가 규정에 수록된 차의 맛은 이렇게 분류된다.

농열(浓烈 짙고, 강렬), 농상(浓爽 짙고, 상쾌), 농후(农厚 짙고, 깊다), 농순(浓醇 짙고 순수), 농선(农鲜 짙고 신선), 선(鲜 신선하다), 선순(鲜醇 신선, 순수), 청선(清鲜 맑고, 신선), 선담(鲜淡 신선, 담백), 순상(醇爽 순수, 상쾌), 순화(醇和 순수, 온화), 평화(平和 부드럽다) 등 열댓 가지 항목이 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많은 조목으로도 차의 맛을 남김없이 포괄시키기는 불가능하며, 그 사이에 있는 미세한 차이는 어쩌면 언어로 묘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밖에, 차는 촉각(触觉) 작용이 있는데, 매끄러움, 촉촉함, 떫음 등 식감(口感) 이 있다. 비록 촉각은 결코 맛은 아니지만,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채양(蔡襄: 북송 때 문인)이 < 다록(茶录) >에서"차의 맛은 달고 매끄러움이 기본이다"라고 명확하게 지적하지 않았던가?

여기에 차에 냄새를 더하자면, 차는 그야말로 하나의 풍부한 미각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일체의 맛과 냄새, 촉각, 이런 것들은 모두 강렬하지 않고 오히려 맑고 옅다.

차의 이런 특징 때문에, 차를 마시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일종의 평온한 심경을 갖게 되며, 오직 이렇게 해야만, 차의 미묘한 등급을 느껴볼 수 있다. 또 이렇게 함으로서, 차는 평온한 심리상태와 대응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조길(赵佶)은 차는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고, 꽉 막힌 곳을 뚫어주어, 맑고, 평온하게 하고", "마음을 정리하게 하여, 운치 있고, 조용하게 이끌어 주는" 작용을 갖추고 있다고 하였다.

차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의 뇌를 각성하게 하는 것인데, 이를 옛사람들은 "사람을 적게 자게 한다(令人小眠)"고 하였다. 이런 각성은 단지 생리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중국인들은 오랜 차 마시는 과정에서, 이런 각성이 더 높은 단계로 승화되어, 인식의 각성에까지 이르렀다. 육우(陆羽)는 "어지럽고 졸릴 때는 차를 마시게 하라"라고 했다. 여기서 "어지럽고 졸린다"는 것은 생리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더욱 의식적인 의미이다. 고결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세 번 마시면, 득도하니, 번뇌를 파(破) 하려고 고심할 필요가 없다"

사실 차의 작용에서 이런 승화는, 도를 깨쳐 마음이 탁 트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사람이 심기가 평온하고 태도가 온화할 때는 인간 세상의 시시비비(是是非非)와 개인의 영고성쇠, 명예와 치욕에 대하여 언제나 비교적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비교적 확실하게 보게 되기 때문이다.

차 맛은 옅고도 풍부하다. 마음이 평온하고 태도가 온화한 심경과 같다.

차는 인간의 뇌를 각성케 하고, 나아가 인식의 각성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렇게 되자, 차는 중국인의 정신생활에까지 들어와 사람을 무난하게 하고, 평온하게 하고, 조용하게 하고, 이성적 정신의 감로수가 되었으며, 사람의 정신 상태를 조절하는 방식의 하나가 되었다.

일상생활에서의 평범한 아름다움을 맛보게 하고, 넉넉하게 사는 경지를 느껴 알게 하고, 또 그런 삶이 자기 수양의 방식이 되게 하였다.

이점을 알면, 우리는 옛사람들이 차의 구체적인 부분, 예를 들어 물, 불, 사람, 환경 등을 더욱 잘하려고 애썼던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차를 마시는 것은 하나의 자기 조절과 심신 수양의 방식이 되었고, 자연스레, 하나의 심미(审美) 활동이 되었다.

그것은 먼저 일종의 편안하고 한가한 상태에 있을 것이 요구된다. 우리는 한가함이란 일종의 소극적 인생 상태로 여기고 있었지만, 사실 한가함은 사람이 사는데 절실하게 필요한 것 중 하나다. 우리는 언제나 한가한 때를 소홀히 하거나 초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가한 상태에서 차를 마시면, 한가함은 풍부해지고, 충만해지기 시작한다. 차를 마실 때, 사람은 거의 차에만 관심을 두지만, 사실 차는 매개체로서, 그중에 포함된 인생 정취를 맛보게 하고, 자기 자신의 마음의 깊은 곳을 느껴 깨닫게 한다.

이때, 사람은 외부의 구체적이고 자질구레한 현실 생활과 거리를 두게 되고, 순수한 감각기관에 들어감으로, 내심의 체험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정신의 목욕이며, 생명의 초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