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京都)는 세계에 널리 알려진 천년 고도(古都)이며, 일본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의 특유의 풍습과 정취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으며,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교토에는 많은 절과 신사(神社)가 있다.
사람들은 편안하고, 고적한 고찰에 가서, 신령께 제사를 지내고, 복을 빌고, 정신 수양을 함으로써, 마음이 순수하고, 평온해 지려고 했다.
이와는 상반되게, 교토 유흥가의 밤 문화는 향락만을 추구하는, 기생집이 보여주는, 화려하고 낭비적인, 몇몇 사람들의 관능 만을 즐기고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교토는 일본 사회가 농축되어 있는, 매력이 충만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순 덩어리다.
일본 가을 여행은 봄날의 벚꽃과는 연고가 없다. 하지만 가을의 단풍 풍경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일본에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곳은 그 밖에도 많이 있다. 후지산과 금각사(金閣寺), 거기다 게이샤는 일본의 삼대 명함이고, 일본의 국보이다.
교토의 금각사를 방문하던 날은 마침 중국의 장기 휴가와 겹쳐서, 대형버스가 줄지어 들어왔다. 원래 조용했던 부처님의 도량인 금각사에는 사람들이 물밀듯 들어와, 서로 어깨를 부딪치고 발꿈치가 닿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짙푸른 경호지 부근에 지어진 까닭에 울타리 쳐있는 사찰 건물을 그저 멀리서 바라볼 수 있을 뿐,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세상을 등지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현자를 보듯, 사람들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금각사는 시초는 막부 시대의 쇼군 아시카가 요시 미주(1358~1408)의 개인 불당과 불경을 보관하던 건물이었다. 건축이 정교하고 뛰어났고, 단정하고 장중했다. 바깥벽에는 금박을 입혔고, 네 귀퉁이는 날아갈 듯한 처마, 꼭대기에는 길상의 상징 동물인 금 봉황이 있고, 교토의 영원한 정신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금각사의 아름다움을 대갓집 규수라고 한다면, 은각사(银阁寺)는 소박하고 부드러운 가난한 집 고운 딸이라 할 것이다. 은각사의 건물은 어떠한 은장식도 없으며, 겨울철 눈에 덮혀, 은빛 소복처럼 장식된, 천연 장식이 있을 뿐이다. 그때, 경내 정원의 작은 길은 이미 보이지 않았고, 끊이지 않고 이어내려온 산사(山寺)는 "천산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길마다 사람 자취 끊어졌네 (千山鸟飞绝, 万径人踪灭)의 지경이 되었다. 거기에 조용함과 평온함이 더하니 그 자체가 선경(禪境: 선의 경지) 이었다.
은각사에서, 나는 처음으로 고산수(枯山水: 일본식 돌 장식 정원)를 보았고, 또 알게 되었다.
이름 그대로 고산수는 산도 멊고 물도 없다. 산의 돌과 흰 모래를 주체로하여, 자연계의 각종 경관을 상징하는 정원을 만든 것이다. 일본 예술은 정교함을 강조하고, 내재한 의미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이긴다는 의미를 추구한다. 그것은 고산수 특유의 것이며, 일본 정원 예술의 최고봉으로 칭송된다.
청수사(淸水寺)는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산속, 작은 길은 울창한 단풍나무가 햇볕을 가렸고, 작게 조각난 알록달록한 빛과 그림자가 보였다. 단풍잎이 층층이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애석하게도 계절이 초가을이라 첩첩이 들어선 수림이 아직 다 단풍으로 물들지는 않았다.
청수사 절은 여러 산들의 제일 꼭대기에 군림하듯 서있다. 깊은 전각 넓은 건물, 아득한 기둥 널찍한 처마, 거기다 구조는 교묘하고 기세는 웅장했다. 대전에서 뻗어나간 청수 무대는 천상의 여터 신들을 연극을 보러 오라고 초청하는 곳이라고 한다.
산중의 하루는 세상의 천년이다. 신선들은 하루 사이에 바로 인간 세상의 천년 극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착하고 어진 사람은 아마 리허설할 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세상의 슬픔과 기쁨, 인연의 얽힘, 희극콰 비극, 정극(正劇)과 야극(野劇),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편집과 연출, 이런 것들은 모두 하늘이 정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청수사에서 제비뽑기 점을 쳤다. "대길(大吉)."
기막힌 점괘가 나왔다."길은 있지만, 어찌 가야 좋을지 막막하던 차에, 소나무 잣나무가 울창한 앞산에, 홀연히 말이 나타났구니!"
나는 지금까지, 어둠 속에서도 지배자가 있어서,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단지 하늘이 우리가 바뀔 부분을 허락할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운명이 정한다고 믿는다.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
그날, 저녁 무렵, 우리는 하나미(花見: 꽃 구경) 오솔길을 걸었다.
하나미 오솔길이라는 이름은 매우 아름다운 이름이다.
교토 지원(祗園)의 남북을 관통하는 신비스러운 오솔길로, 예부터 전 일본이 동경하는 밤 문화의 환락가이다.
일본어에서 "하나미(花見)"는 꽃을 강상한다는 뜻이다. 이 꽃은 그냥 꽃이 아니라 특정한, 꽃 같은 미인 ---- 게이샤를 말한다.
하나미 오솔길의 메인 거리는 관광객이 빼곡했고, 매우 번화했다.
간혹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보이기도 했지만, 표정과 태도, 우아함은 모두 맞지 않아 보였다.
재미있었던 것은, 관광객의 분장 체험이었다. 우리는 근처 작은 골목으로 이끌려가서,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곳은 깨끗하고 조용했는데, 일본 에도 시대의 옛 백성 주택이 보존되어 있었다. 문은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고, 방 처마는 키가 낮았으며, 작은 꽃들이 피어 있어서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또 많은 각가 다른 특색 있는 다실과 이자카야(술과 안주를 파는 음식점)가 많이 있었다. 어떤 문 주변에는 게이샤를 나태내는 입간판과 선전 포스터의 작은 나무패가 서있었는데, 어떤 것은 "춤추는 기생" 모양의 붉은 등롱이 걸려있었다. 등롱은 은은했으며 등불 빛이 종이 창 뒤에서 부드럽게 깜빡였다. 마치 반은 꽃무늬 커튼이 쳐 있는 나무 문 뒤에서 "비파를 안고 반쯤 얼굴을 가린 " 게이샤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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