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ㅇ6월 21일. 76세. (중반부)
그는 자기도 모르게 지난 일에 대한 회상에 잠겼다.
그는 두 살 때, 모친에게 떼를 써서 술을 얻어 먹던 그 한여름 날 오후가 떠올랐다.
그는 또 18세 때, 학교를 포기하고, 군대에 갈 때, 선생님과 학생들이 환송해 주던 그 초겨울 이침이 떠올랐다.
그는 31세 때, 공반 교사가 되어 급히 산길을 달려 집으로 와서 아내와 아들딸을 보던 그날, 한겨울 오전이 떠올랐다.
그는 47세 때, 부친과 함께 술을 마시고 산보하던 개천가, 가을 날 밤의 풍경이 떠올랐다.
그는 60세 때, 막 출생한 손자가 오줌을 싸는 바람에 옷이 젖었던 그날 북경의 여름이 떠올랐다.
세월은 정말 매정한 칼 같아서, 그를 손자 또래부터 수십 년 세월을 갈아서 할아버지 연배로 만들었다.
인생은 매우 짧고, 낮에는 밤의 어둠을 모른다. 젊을 때, 온 힘을 다하여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과 대립하며 싸운 것이, 순식간에 모두 연기가 되어버렸고, 지난 시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과 대립은 지금 와서 보면 모두 연병란(然幷卵: 然而并没有什么卵用의 약자로 아무 소용 없다는 뜻, 중국 인터넷 용어) 이었다. ---- 손자가 바로 얼마 전에 전화로 그에게 이 세 글자의 인터넷 신조어를 가르쳐 주었던 일이 갑자기 생각나서 그는 웃었다.
"여보게,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 라오후(老胡)가 바로 받는다. 그는 시골 마을 선생 시절의 동료다. 라오후의 큰아들은 그의 아들과 소학교 동창으로 지금 인근, 한 현(县)의 현장이 되었다. 그의 작은 이들은 북경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그 역시 마누라와 둘이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니,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모두 공소 노인(空 巢老人: 빈 둥지 노인- 자식들이 분가하여 혼자 사는 노인)이 되었다. 각자 좋아하는 장기, 트럼프, 노래와 춤 등 활동에 참가하는 것 빼고는,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시 중심 광장에 가서, 산책하며 한담하는 것이다. 라오후는 호금(胡琴)을 잘 켰다. 그가 악기를 지니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서둘러 광장으로 갈 것임을 알았다. 그는 언제나 친구들과 농담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들은 한 무리의 오래지 않아 관에 들어갈 늙은 새 떼였다. 광장 나무 그늘 아래로 날아와 서식하며, 네 다섯씩 무리를 이루고, 더 이상 하늘을 날 힘도 없다. 지금 세월은 느릿느릿 흘러 사라지던데, 그들은 한 발짝 한 발짝 황혼을 향해 걸어서, 인생 마지막 돌아갈 둥지(归巢)로 들어간다.
그와 마누라는 서로, 늙은 옛 동료들의 근황을 알아보았다. 불과 얼마 전, 내 오장(老蒋)이 폐암으로 저세상으로 갔다. 라오 장은 퇴직 후, 아들을 따라 옛 도시 매성(梅城)에서 살았는데, 금년 음력 설 때, 그늘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다. 라오장은 그보다 여섯 살 적었은데, 당시에 보니 얼굴색이 좋았다. 또한 그에게서 자기가 무슨 병이 있다는 말하는 것도 못 들었고, 여전히 자기가 젊었을 때부터 좋아하던 탁구를 계속 치고 있다고 해서, 그가 정말 저세상으로 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라오장의 타계를 슬프게 탄식하고 나서, 그들은 이번에는 라오완(老万)에 대해 탄식했다.
설을 쇠기 전, 라오완은 옛 친구 집을 방문해서 대접을 잘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육교 건너기가 귀찮아서, 길을 무단횡단하다가 그만 과속으로 주행하는 택배회사의 봉고차에 치어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반년 동안, 원래 여러 해 동안 조석으로 만나왔던 동료가 둘이나 세상을 떠났다.
그는 라오후(老胡)와 헤어지면서, 서로 몸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라오장과 라오완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고, 그는 마작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서 방향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집 문 앞에 왔을 때, 집안에서 잡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청력은 요 몇 년 사이에 점점 나빠져서, 누군가 마누라에게 말하고 있기는 한데 확실치 않았다. 그는 가는 철사 줄에 묶은 가죽 띠에 달려있는 열쇠를 풀어 문을 열었다.
"아이고, 누님. 오후 세시에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찌 앞당겨 온 거예요?"
"여보, 또 핸드폰 갖고 나가는 걸 잊었구려, 난 지 멱 공동체에 당신 부르러 가려고 준비 중인데"
그들 형제자매는 여섯 명에서 셋만 남았다. 현재 서로 걸어가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와 열두 살 차이 나는 큰 누나, 그리고 네 살 적은 동생뿐이다. 큰 누나의 남편은 재작년에 세상을 떠났고, 손자뻘 둘은 모두 대산 창당을 떠나 외부 세계로 떠나 버렸다. 다행히 그녀의 아들 내외가 고향을 굳게 지키고 있어서, 그녀를 며느리가 돌보며 산골에서 살고 있다. 근 구십 고령이라 문밖출입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녀는 손자, 손녀 집에서 각각 보름씩 묵으며, 4대가 같이 사는(四世同堂)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데, 오늘은 동생 집에 온 것이다. 이건 그녀가 몇 달 전부터 계획한 큰 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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