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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부친 일생의 6개 기막힌 장면(父亲一生的六个别致场景) - 8: 千岛

 

 

2000년 6월 19일. 60세 (후반부)

그는 집 주변도 둘러보고, 진정한 아들네 집을 자세하게 관찰했다.

작년 10월, 부동산 개발 업자가 열쇠를 넘겨주었는데, 해를 넘기기 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도, 계속 입주를 미루어 왔다. 아들 내외가 의논하기를, 아이가 출생하기까지 기다렸다가, 아기와 함께 새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더욱 의미 있겠다고,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 그는 이 집 소재지의 지명에 "용(龙)"자가 들어가고, 구역 명에도 역시 "용"자가 들어갔으며, 더구나 건설사 판매원의 이름과 인테리어 설계자 이름에도 "용"자가 들어갔을 뿐 아니라, 손자의 출생한 해도 "용"해라는 것을 주목했다. 자연스럽게 여섯 개의 "용"자가 합해졌으니, 이것이야 말로 길상(吉祥)의 징조가 아니겠는가! 12년을 한 윤회라 한다면, 아들이 객지 생활한 지 꼭 12년 만에 집을 사서, 자기 집이 생겼다. 그와 마누라의 마음속에는 아들의 이런 이민 생활에, 집이 생김으로, 비로소 편안히 살면서 생업에 전념하게 된 셈이다. 처음부터 자기 집에 들어가 저 사는 손자 입장에서 보면 이민이랄 것도 없으니, 그 애는 여기서 나서 여기서 자란 북경인이 된 것이다.

북경에 대하여, 그는 한 세대 전 사람으로서 특별한감정을 갖고 있다.

"북경의 금산(金山) 위에서 빛이 사방으로 비추니, 모택동 주석이 바로 그 금빛 태양이다." 북경 말만 나오면, 그의 머릿속에는 바로 이 노래의 선율이 떠오른다.

개국(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말함) 4대 영수의 비행기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달력으로 인쇄되어, 집안 벽에 여러해 걸려있었는데, 누렇게 변색되어, 마누라가 떼어내려는 것을 그가 못하게 막았다.

사진 속 사람마다의 표정과 태도를 그는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기억한다.

이번에 그는 처음 북경에 왔다. 그는 북경에 온 다음날, 바로 모주석 기념당에 가서, 어르신네를 우러러보았다. 그는 농담 삼이 말한다. 자기가 북경에 온 것은 첫째, 손자를 안아보러고 왔고, 둘째 성지 순례를 하러 왔다고 했다. "성지 순례, 암 그렇고 말고."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이 실행된지 근 삼십 년, 얼마나 많은 소황제를 탄생기 켰던가? 손자 출생 전에는 집안 전체가 별과 달에, 빌고 또 빌며 간절히 바랐고, 손자가 태어난 후에는, 집안 전체가, 많은 별들이 달을 에워싸듯 이 꼬마 녀석을 빙글빙글 싸고돌았다. 이때, 꼬마 녀석의 온몸, 구석구석을 마누라가 깨끗하고 상쾌하게 유지되도록 보실 핀다. 며느리가 이 꼬마 녀석에게 젖을 먹인 후에는, 바로 그의 손에 되돌이 온다. 혹여, 아이가 잠이 깨기라도 하면 그는 급히 이이를 안는다.

자신의 아들, 딸, 외손자 출생했을 때, 그도 많이 안아보고 싶었지만, 업무가 바빠서 돌아 볼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계속 손자를 않아주지 않으면, 그는 당시 할아버지가 결핍했다고 느낄 것이고, 외조부가 결핍했다고 느낄 것이다. 지금처럼 할아버지가 되어, 다시 결핍된다면, 만회할 기회는 없다. 그는 손자를 희롱하며 말했다. "살아가면 갈수록 분별력이 있어진다면, 제대로 사는 사람이라 할 수 있지만, 살아갈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면, 세상에 잘 못 태어난 사람인 거야. 너 이 할아버지 말이 이해되니?" 꼬마 녀석은 모든 것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일순간, 그도 손자를 멍하니 쳐다 보았다.

"내가 어떻게 자라고 자라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자랐지?"

별안간 그는 자기의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빼빼 마르고 왜소한 그는 나무를 잘 타서, 휘적휘적 손쉽게 나무 꼭대기까지 올 라갈 수 있었다. 또래 친구들은 그에게 "참새"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는 그가 늙은 참새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 참새가 자손이 많이 퍼진 다음 세대, 어느 날, 삼천리 밖 북경에서 나뭇가지에 깃들이고 있는 것을, 그것도 제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손자가 태어난 그날 밤의 정경이 다시 번개같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새벽 두 시, 꿈속에서 마누라가 그를 소리쳐 깨웠다.

며느리 배의 통증이 심해졌다. 마누라는 경험에 따라 아이가 곧 나올 것으로 판단했다.

2시 45분, 병원에 도착, 3시 25분, 아기가 나왔다.

간호사가 "순산, 사내아이"라고 통보했을 때, 아무도 주의하지 않았지만, 그는 뒤로 돌아서서, 고향이 있는 동남쪽 방향을 향하여, 두 손을 맞잡고 가슴으로 올려, 예를 올렸다. 그는 조상들께 그의 기쁨을 알리는 동시에 마음속으로 한마디 묵념했다. "손자야, 네가 크면 할아버지가 네 고향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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