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76세가 되었다. 나는 그와 도시에서 함께 생활해 본 적은 없고, 기껏해야 일 년에 한두 차례 본다. 하지만, 매일 보고 싶기는 하다. 내가 쓴 산문은 만자문(万字文 :글자 만개 분량의 글)으로, 허구 아닌, 허구 방법을 이용, 시험 삼아 썼다. 부친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6일을 채택하여,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부친의 일생을 되살려 보려 한다.
1942년 7월 18일. 두살.
그는 세워놓은 통 안에 있었고, 통구멍에는 반달 모양의 보호판이 있어 그의 몸이 빠져나가지 않게 해 주었다. 그는 이제 두 돌이 지났으나, 아직 걷는 것은 배우지 못했고, 어른들은 농사일과 집안일에 바빠서 그와 놀아 줄 시간이 없었다. 기껏 그에게 이런 식으로 혼자 알아서 놀게 내버려 두었다.
통을 가로막은 판때기 위에는 본래 장난감이 놓여있었는데, 진작부터 그가 어지럽히는 바람에 땅으로 떨어져 버렸고,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두 눈을 번뜩이며, 두 손을 높이 들고 마구 휘둘렀다. 공기는 그의 작은 손에 의해 휘저어졌다. 그는 두손을 오므려 바람을 꼭 쥘 수 있었다. 그에게 바람은 제일 좋은 친구였다.
그의 모친은 부뚜막에서 정신없이 바빴다. 점심시간이 다가 오니, 그녀는 온 가족이 먹을 밥과 반찬을 만들어야 했다.
두 개의 솥 중에서 진흙 담벼락 근처에 있는 솥은 쌀밥 뜸을 들이고 있었다. 수증기가 솥뚜껑 가생이에서 확확 뿜어져 나와 공기 중에 흔들거리며 하얀 안개가 생겨났고, 나무 판 위로 올라가며 점점 사라졌다.
그는 골똘히 그것을 바라보다가, 이것도 꽤 재미있겠구나 생각했다.
다른 솥에는 채소를 볶고 있었는데, 고기 냄새는 나지 않았고 그저 집에서 재배한 계절 채소의 풋내만 났다. 모친의 이마는 음식 열기로 가득했고, 땀이 줄줄 흘렀다. 그는 소리쳐 엄마를 불 렀고, 손등으로 그녀를 어루만졌다. 엄마는 기쁘게 그의 뺨에 뽀뽀를 해주었고, 그는 깔깔 웃었다.
작은 형이 엄마를 도와주려고, 아궁이에 장작을 넣으니, 화광이 그의 지저분한 두 손을 비춰준다. 또 작은형은 시도 때도 없이 귀신 형상을 만들어 보이며, 그를 희롱했고, 그때마다 그는 깔깔 웃었다.
큰누나 작은 두나가 돌아왔다. 한 사람에 하나씩 대나무 광주리에 돼지 먹일 풀을 가득 뜯어왔는데, 그녀들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급하게 그의 옆으로 와서, 큰누나는 그에게 날개를 자른 고추잠자리를 주었고, 작은 누나는 그에게 초록색 메뚜기를 주었다. 누나 둘은 이 어린 동생을 제일 아꼈다.
태양 빛이, 사면에 모두 집이 있는 뜰 위로 내리쪼인다. 그의 시선은 땅 위에 있는 변형된 문 그림자, 창 그림자를 포착한다.
여기는 조상 대대로 물려내려 온 오래된 집이라, 그의 부친과 그의 세 삼촌들, 이렇게 네 집이 이 큰 집의 동서남북을 차지하고 있다.
한집에 사집 여명의 식구가 있으며, 부지런하고 화목하게 살아간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는 불만을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
사람에 둘러싸였어도, 마음은 날아다녔다.
대문 밖 작은 개울가에 있는 닭발처럼 생긴 키 큰 배나무는 봄이 되면 어린싹이 나기 시작한다. 그는 그것만 생각했다. 그의 몸에 더 이상 땀띠가 나지 않는 때가 된 것을 알았고, 아버지가 원숭이처럼 나뭇가지에 기어올라, 따오는 卍 자형의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입속에 그것을 넣고 씹으면 달콤했다. 그는 거기에 맛 들였다.
이때, 그는 갑자기 맞은편 석암 산록을 바라보았다. 부친과 큰형이 장작더미를 지고 산을 내려와, 집으로 오고 있었다.
그는 급했다. 서둘러 모친을 불렀다. "나 소주 먹을래. 아빠가 곧 온단 말이야" 모친은 그를 총애하였으나, 부친은 절대로, 그처럼 어린아이가 술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였다. 하지만 술 향기는 사람을 유혹하였다.
한 번은 집에 온 손님이 젓가락으로 술을 찍어 그를 놀렸는데, 그는 혀끝으로 핥아본 후, 그때 바로 작은 음주벽이 생겼다.
부친의 위엄에 그는 감히 함부로 나대지 못했다. 부친의 솥뚜껑 만한 손바닥에 엉덩이가 벌게지도록 맞으니 매우 아팠고, 그때부터 그의 어린 기억 속에 각골명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친은 마음이 여려서, 그가 수단껏, 심통을 부리며 울며불며 난리를 치면 견뎌내지 못하고, 그의 불만을 달래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모친은 찬장에서 술병과 작은 접시를 하나 꺼내어 그에게 가져온다. 딸아 주는 술의 양이 많지는 않아서 기껏해야 접시 바닥을 채우는 정도였지만 그는 좋아서 입이 찢어지도록,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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