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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녹색 우편배달부(绿色邮差): - 3 柳宗宣

아, 내가 우체국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생활에서 숨 쉬는 것과 개인의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는데 마저 영향을 주는구나!
나는 <우체국에 가면서>라는 시를 우체국 가는 길 위에서 썼다. 먼곳에 있는 어떤 지인에게 편지를 부치러 가는 길에서였다. 그해, 내가 이 작은 도시를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우쳬국을 향한 길에서 문득 돌아가신 지 꽤 여러 해가 지난 부친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내 몸에 대고 말했다. "너는 떠나는 게 좋겠다. 빨리 팔자대로 먼 곳으로 떠나라."

집배원 왕향청은 내가 Q시 중학교 교직원 숙소 입구에 우편함 설치하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지금 우편함에는 먼지만 잔뜩 쌓여있다. 주인은 벌써 떠났고, 우편함은 편지 받을 사람도 없고 부치는 사람도 없는채, 여전히 거기 있다. 폐기되어 사용하지 않는 우편함, 그것은 내가 진작에 벗어놓은 옷 같았다. 내가 북방에서 돌아와 여러 해 살았던 작은 도시, 여러 해 생활했던 교정에서 그것을 보고, 속으로 놀랐다. 그것은 여전히 건물로 들어가는 길 모퉁이에 묵묵히 그대로 있으면서 마치 나의 도피와 귀환을 엿보는 것 같았다 -----  이건 내 개인 생활의 유적지이다.

그해, 북방에서 나는 우편함을 그리워했다. 방이 셋 있던 숙소의 책들과 함께, 그것들은 뼈와 살이 분리되어, 거기 버려졌다. 과거의 그 우편함은 여전히 건물 아래쪽에 걸려있다. 나는 북방의 떠돌이 생활에서 돌아와, Q시에 남아있는 잡일을 처리하고, 친지와 친구들을 찾아보았다. 그때, 나는 내가 마음이 공허해서 허둥대고 있다고 느꼈고, 초조하고 불안해서 얼른 북경으로 돌아가고싶었다. 이번에 우편망을 중단시키고, 나의 우편행정을 나의 유랑생활에 따라 북경으로 옮긴 것이다. 나는 내가 종전에 생활했던 곳으로 돌아갔다. 사람은 빈 껍질을 만드는데, 그것은 텅 빈 우편함 같은 것이다.
나는 세상과의 관계를 끊었다. 우편함이 나의 신제의 일부분이 되어있었으니 세상과의 관계가 끊어진 것이다. 내 신제의 다른 일부분은 북경의 지안문(地安門 : 북경 황성의 북문) 이라는 곳에 남겨졌다. 그것들은 거기에서 바깥세상과 연계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나는 급히 그것 근처로 돌아가고 싶어진 것이다.

내가 Q시를 떠나자, 개인의 우편행정은 요동치기 시작해서 조용할 틈이 없었다. 끊임없이 사는 곳과 우편 주소가 바뀌었고, 덩달아 전화번호도 바뀌었다. 나는 안정적인 우편함을 갖기를 갈망했다. 그것을 갖게 되자 마치 나의 유랑생활에 뿌리가 생긴 것 같았다. 이제 내가 어떤 곳에 있더라도 마음껏 호흡할 수 있고, 나가서 넓은 하늘을 개척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우체국 가까운 곳에 살면서, 아무 때나 갈 수 있기를 갈망했다. 외지에서는 오직 우체국만이 나를 더욱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너그럽게 받아들여주는 곳이다. 대도시에서는 물건들이 모두 내 밖에서, 나와 소외되어 있다. 오직 우체국만이 나를 받아들여 그 안에 출입하게 해 준다.

나는 지단공원 방 안에서, 창문 커튼, 탁자와 의자, 기타 집안의 모든 진열된 것들을 보면서 일체 모두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으로서, 오직 여기 누운 신체만이 나에게 속한 것이다. 이때, 나는 우체국을 생각해냈다. 친애하는 우체국은 최고로 평민 색깔을 갖춘 곳이며  유랑자가 가기에  제일 좋은 곳이다.

그해, 내가 지안문 우체국에 가는데, 큰길을 건너 양쪽에 북방 홰나무를 지나, 평안대로 네거리를 건너갔다. 나는 원고료 통지사를 손에 쥐고 있었다. 녹색 제복을 입은 주춘매라는 우체국 여직원에게 통지서와 신분증을 내밀자, 그녀는 금세 전부터 알던 사람같이 대해주었다. 그녀는 처음 만났는데도 웃는 얼굴로 "오셨군요" 하며 인사했다. 그러더니 빠르고 정확하게 원고료를 내주었다. 어느 날에는, 혼자  우체국에서 원고료를 받고 문을 나서다가, 키가 낮은 전차 통신선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순간, 나는 친절하고 평회로운 거리를 바라보았다. 그것과 우체국의 카운터에 있는 주춘매와 갈 씨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나는 이 뜨내기로 살고 있는 도시가 갑자기 친하게 느껴졌는데, 우체국, 그것이 나의 공간을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혼자 자전거를 타고, "북대아파트"에서 만천하로를 관통하여 위공천 우체국으로 간다. 낯선 외지에서 새로운 친밀감이 생겨난 것은 부근에 우체국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전혀 생소하지 않게 굽어진 곡선 모퉁이를 돌아 눈에 잘 안 띄는 우정 분소를 찾는다. 보통 분배실로 들어가 많은 우편함들 중간에 있는 149호 우편함을 열쇠로 열고 우편물을 한통 한통 꺼낸다. 나는 대로에서, 혼자 우편물을 읽는다. 먼  곳에 있는 친구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들이 마치 내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 같다. 나는 한 친구의 색깔 있는 편지지를 보고 꽃무늬가 인쇄된 편지지의 냄새를 맡아본다. 지면에 은은히 남아있는 그녀의 몸의 향기를 맡는다.
우체국 부근의 홰나무 아래에서 북경의 하늘을 바라보니 추상화로 바뀌어 있다. 하늘은 정말 파란데, 거리의 모든 것이 비할수 없이 생동감이 넘친다. 유랑생활 일체가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어떤  때, 나는 우편취급소에 가기를 겁내고, 그 우편함 열기를 겁낸다. 그안에서 실망을 꺼내면 어쩌나 겁이 나서다. 하지만, 나는 참을성 있게 녹색 집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가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