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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녹색 우편배달부(绿色邮差): - 2 柳宗宣

나는 집배원 왕향청(王向淸)과 수십 년의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나의 우편행정(邮政)에 대한 느낌은 오롯이 그에게서 비롯된 것이며,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오랜 친구가 되었다. 그는 시골에서 몇 년 동안 집배원으로 있으면서, 음력설 때는 우리 집으로 새해 인사를 하러 왔다. 그 역시  고향 사람들처럼 붉은 종이로 포장한 유빙(油饼 : 중국식 밀가루 부침개)을 들고 왔다. 몇 년 후, 그와 니는 잇따라 현성(縣城)으로 배치받아 갔다. 그는 우체국 분류 배달을 책임지게 되었고, 나는 다른 담장으로 둘러 쳐진 학교에 가서 가르치게 되었다. 그는 나 보다 두해 늦게 가정을 꾸렸는데, 그의 여자 친구는 장모가 중매한 사람이었다.

나는 자주 내가 있는 학교에서 몇리를 걸어서 우체국, 그의 사무실로 갔다. 우편 자전거는 오후 네시가 되면 우체국 후원에 돌아왔는데, 크고 작은 녹색 자전거들은 나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그는 규칙을 어기고 크고 작은 소포와 함께 나를 우편 자전거에 태우고, 다른 도시까지 간 적도 있다.
나는 자주 우체국 정기 간행물 판매부에서 빈둥거리며, 습작들이 발표된 잡지를 샀다. 우체국 영업 창구에서 원고를 부치고, 도서 혹은 잡지 같은 인쇄물을 신청하기도 했다. 창구의 남녀 근무자들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익숙했다. 어느 날 나는 황찬란(黃燦然) 시인이 쓴 "우체국"이란 시를 읽었다.
"소포를 찾으러 처음 우체국에 갔을 때 /임신한 여직원을 보았네 / 그녀는 우체국에서 유일한 빼어난 사람 / 그녀의 우아함은, 많은 의미가 있네"
자기가 열렬히 사랑하는 우체국이 그에게 교묘하게 시를 쓰게 만들었나보다.

한대의 녹색 우편 자전거가 여기 오면, 매일 반시간 쯤 머문다. 이때, 수많은 침묵의 소리를 내려놓고, 하나하나의 영혼을 배달한다. 도시마다 실컷 놀고 돌아다니는데, 급기야는 당나라 시절의 역참까지 지나가면서, 나의 시 원고를 왕유(王維:  당대 저명한 시인) 손에 쥐어 줄 수도 있다. 여기서, 화가 마티스는 전보 용지에 무의식적으로 어머니의 초상을 그린다. 그는 우제국을 갑자기 화실이 되게 한다. 일순간, 차(茶) 색 유리창을 통해, 햇볕 내리쬐는 작은 도시를 내려다보는데, 환각 같다. 여러 해 동안, 나는 계산대 안에 있는 집배원들이 소인 찍는 소리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편 자전거가 오는 시각을 헤아린다. 바로 여기서, 자기는 즐겁지만, 아무 쓸모도 없는 편지를 부친다.

"우체국 청사의 시계 소리가 두번 울린다. 그는 늘어선 식품점들을 뚫고 지나가,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은 여인의 손에서 우편물을 받아낸다. 갑자기 찾아온 소식은 조용히 생활을 변화시킨다. 한 개인의 형체는 비워지고, 영혼은 비상(飛翔)을 시작한다. 거대한 시공(時空)을 뚫고 나갔다가, 오후의 우편물에 떨어진다. "

"그가 여러 해 전에 부쳤던 것이, 현재 그의 수중에 되돌아 왔다.그는 허무한 세계에 대하여 초청장을 보냈고, 자기가 자기에게 보낸 선물을 받이 들였다. 하나의 재미있는 유희는 그를 폐쇄된 마당에 있게 했고, 그를 계속 기다리게 했다."

"최후의 계시라도 내려온 것일까?
어둠 속에서, 행복은 한 개인을 콘트롤하고, 그에게 지속적으로 들리는 발자국 소리를 식별하도록  요구하는데 ---- 오후 우편물은 없을 때가 많다. 공허와 적막은 기다리는 사람을 다치게 한다. 또 그를 독촉해서 책상 앞으로 돌아오게 하고, 그가 온 힘을 다하여 시간을 잊은 재 작품을 쓰게 한다. 결국, 그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먼 곳을 향하여 끊임없이 편지를 부쳤다."

이런 과거의 시문(詩文) 중의 편단들은 나에게 그 시절, 작은 도시의 글 쓰는 작가와 우체국의 연관을 떠오르게 한다. 외부 세계에서 발생한 희극적 관계와 내가 이미 받은 수많은 우편물들은, 내가 많은 사람에게 부친 우편물과 똑 같은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행방불명이 되고, 어떤 사람은 좋은 데로 이사갔고, 어떤 사람은 관계를 끊었다. 그들의 편지는 세월에 의해 스탬프는 뚫어지고, 길 판에 버려지고, 잃어버려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