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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녹색 우편배달부(绿色邮差): - 1 柳宗宣

나는 막 남방의 성청(省城)으로 돌아오면서, 집을 수리하느라 바빴다. 시공 현장에 자재를 들여보내고, 아파트 베란다를 서재로 개조하려고 목수와 교섭하고 있을 때, 아래에서 누가 나를 소리쳐 불렀다. 창밖을 내다보니 우편  집배원이었다. 녹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나에게 내려와서 서명하고 등기우편물을 받아가라고 했다.
방금 북방에서 와서, 아직 집안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책들, 가구, 일상용품들이 아직 북방의 집에 있어서 탁송을 기다리던 중인데 우편집배원이 때맞춰 뒤따라 온 것이다.
아! 친애하는 우정(邮政: 우편행정), 내가 어디를 가던지 우정과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아! 나의 우정(邮政), 왔다갔다 흔들리는 우정이여.

소설 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막 새로운 지방에 이사를 왔을 때, 우체국 사람이 바로 찾아와 문을 들어서며 인사했었다. 나는 레이먼드 카버(미국 현대 작가)의 이 소설을 좋아한다. 우편 집배원의 시선으로 묘사한 남녀 한 커플이 유랑하며 제멋대로 살아가는 생활. 소설의 남자 주인공이 편지를 기다리는 정경, 그가 오고 떠남. 집배원은 그의 생활을 방관하며---- 자신의 생활을 생각하게 된다. 그 송신인은 한마디 소리쳤다. "과거에서 깨어나라".

한 젊은이가 현청(县城) 아스팔트 길을 지나간다. 그는 그의 누나를 뒤따라 현청을 지나,  멀리 사는 친척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중요한 일을 가슴 속에 품고, 우체국을 찾는다. 거기 잠시 머물러 자기 원고를 부치는데, 모 잡지사에 투고하는 것이다. 부치기 전에 그는 작은 봉투에 원고를 정성껏 넣어 , 볼록하게 만들고, 봉투의 우측 상단을 가위로 잘라 구멍이 나게 하고, 그 위에 "원고 재중"이라고 쓴다. 그는 투고 할 때는 우편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 시골에는 우편취급소가 없고, 그저 드믄드믄 다니는 집배원이 있을 뿐이다. 그는 자기 원고를 우체국 입구에 있는 녹색 우체통에 넣는다. 여러 해가 지나도록, 그 때 투고한 원고는 어떤 반향도 없었다. 이것이 그가 일찍부터 우체국에서 느낀 첫사랑이었다.

시골 중학교, 교정.
넓고 짙푸른 논 한가운데, 울창한 소나무와 잣나무에 가려진 교사. 교사 중간에 농구장과 네모난 교실이 있다. 교정은 멀리 떨어져 있는 큰길에서 보면 하나의 외로운 섬 같다. 진흙길 19km를가면 작은 도시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아스팔트 길을 걸어가면 현청에 닿는다. 그는 이 외로운 섬에서 아이들의 왕이다. 집배원은 그를 외부와 연결시켜주는 통로다. 그 때는 TV도 없고, 인터넷도 없는 시대였다. 구닥다리 손으로 돌리는 전화기가 한대 있어, 몇군데 기계를 거쳐 교정에 말을 전할 수 있었다. 유일한 외부와의 연결 ----  그건 바로 간행물과 우편물을 가져다 주는 집배원으로, 매주 목요일 오전, 3교시를 마칠 때 쯤 온다. 녹색 우편 자전거가 교직원 숙소, 오동나무 아래 서있 것이 보인다. 자전거 뒷바퀴에 평행하게 양쪽으로 걸쳐놓은 우편낭, 그것을 열면 인쇄 잉크 냄새가 풀풀 나는 신문과 우편물들이 쏫아져 나온다.

햇볕아래 반짝이는 우편 자전거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집배원 왕향청(王向淸)은 먼곳에 있는 여자  친구가 보내온 우편물을 너에게 전해준다. 그가 왔다는 자체로 시골 학교의  공기가 변화한다. 신기한 우편 자전거와 외부 세계가 만드는 연관은 너의 청춘의 고독감을 인내로 변화시켰고, 심지어 그런 생활에서 행복함마저 느끼게 했다. 배달원은 너의 생활에 아주 중요한 원소(元素)였고, 그는 너의 기다림의 다른 의미에서 공기였다. 그는 외지 소녀의 신문 지상의 목소리와 안부를 가져왔다. 너의 청춘의 바램은 한통 한통의 편지와 그의 우편 자전거가 전해 주었다. 사랑스런 우편행정이 너의 첫사랑에 참여한 것이다.

매주, 목요일 오전 열시, 그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너는 우편 자전거와 그 그림자를 보려고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그의 도착은 너의 고적한 생활에 생기와 활력을 가져다 주었다. 그는 너의 마음 속에 아주 중요했지만, 그는 전연  알지 못했다. 만약 비가 오면 시골 흙길이 진흙투성이가 되고, 그는 올 수 없다. 너의 마음속에는 찬바람이 씽씽 불고 쓸쓸히 비가 내린다. 하지만, 그가 오면, 신묘하게 밝은 햇살과 녹색의 평온함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