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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유배자의 하늘( 流放者的天空) 鹏鸣 (四) - 2/3

 

이닝 ( 카자흐스탄 가는 길)

환송 나온 사람은 수백 명에 달했다. 차마(車馬)가 도로를 꽉 막을 정도였다. 이는 홍양길의 인격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 일은 당시 조정을 뒤흔드는 큰 사건이었다. 가경제가 환송객 속에 숨어 엿보도록 밀정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는 홍양길의 영향력을 끔찍이 싫어했다.

때가 되자, 홍양길을 압송하는 마차가 바로 출발했다. 북경을 떠나, 멀면 멀어질수록 좋았는데, 황제의 변덕이 언제 발동해서 밀지를 내려 홍양길을 죽여 화풀이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다가 서다가 하면서, 홍양길은 바오딩(保定)에 도착했다. 그는 황제가 이리장군 보녕에게 매일 800리씩 가는 , "미친 이동"을 지시했다는 풍문을 들었다. 또 보녕의 책임 하에 죄를 범한 관원 홍양길을 절대 온정적으로 대하면 안 되며, 특히 당부하기를 "시 쓰는 것을 불허하고, 음주를 불허 했다는 말도 들었다.

문인에게 있어, 음주를 못하게 하고, 시를 못 쓰게 하면, 사는 재미가 그밖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홍양길은 흔들리는 마차에서 무엇하나 의지 할 것 없는 처량함을 느꼈고, 가슴이 답답해서, 보는둥 마는 둥 책을 뒤척이며 시간을 보냈다. 그가 북경을 출발해서 가욕관(嘉峪关)까지 오는데 3개월이 걸렸다.
초가을에 출발해서 한겨울이 된 것이다.
"달은 차갑고 해는 따뜻하니, 사람의 수명을 졸인다"
홍양길은 오는 동안 내내 스스로 경고했다. "감탄하지 말고, 시를 짓지 말자."

임측서나 마찬가지로 홍양길도 가욕관에 도착해서 마차 밖으로 나가자, 갑자기, 시야가 펑 뚫리는 것을 느꼈고, 눈에 가득, 높고 아득한 풍경이 들어오며, 저도 모르게 한마디 시를 읊었다.
"천지현황 (天地玄黃; 하늘은 높은데 있어 빛이 까맣고, 땅은 아래에 있어 빛이 누렇다), 우주홍황(宇宙洪荒;  하늘과 땅 사이는 넓고 커서 끝이 없다)."
홍양길은 기묘한 산과 아름다운 호수를 좋아했다.가욕관 서부를 "하늘은 높고 푸르며, 들판은 끝없다."라고 읊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천리(千里) 고비사막은 그를 크게 전율케 했다. 그는 금기를 잊고 얼결에  입을 놀려 시를 읊었다. "해와 달과 중원 밖에 없는 줄 알았더니, 전날에는 대자연의 힘찬 기운을 알지 못했던 것이네."

홍양길의 시정(詩情)은 마치 화산이 폭발하여 천지가 흔들리는 것처럼, 황하의 제방을 무너뜨려 파도가 도도히 넘쳤고, 한번 내뱉자 줏어담을 수 없었다. 그의 시는 쓸수록 많아졌고, 쓸수록 좋아졌다.
<안서 도중(安西道中>, <천지가(天地歌)>, <송수당만 송가>, <이리 기사 시> 42수, <우란우수에서 안집해까지>..... 이와 같이, 유배 길의  이정표가 되었다.

홍양길을 압송하는 마차가 달리기 시작하여, 근 6개월, 가경 5년(1800년) 2월 10일, 이리의 최고 사령부 혜원성에 도착했다. 이리 장군 보녕은 등청하여, 군영에 앉아있었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하고, 시선은 차가왔다. 그는 가경 황제를 "용안이 벌게지도록 대로케 한"  홍양길의 상판대기가 어떻게 생겼나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묘사하여 말했다. 홍양길은 신체가 높고 컸으며, 약간 살이 찌고, 당당했고, 언행이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다. 그는 사람이 활달하고 농담을 좋아했으며, 언제나 이백(李白)처럼 행동하는 것 같았다. 보녕은 딱딱한 표정으로 사무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특별히 홍양길을 어려워하지 않았고, 그를 이리 장군부 하급관리로 임명하였다.

이리 장군 보녕은 홍양길에게 환경이 아름답고 쓰지 않아 비어있던 저택을 주어 거주토록 했다. 소문에 의하면 이 저택은 밤마다 귀신이 나와 소동을 벌인다고 했다. 길 가는 사람도 들으면 놀라서 안색이 변하는 소위"귀신의 집"이었다. 홍양길은 기왕 온 곳이니 그냥 지내겠다고 하며, 빙그레 웃었다. 마음속으로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 무슨 귀신을 겁을 내고 그래!"라고 생각했다.

 

 

* 임측서는 1842년 12월 10일 이리에 도착했고, 홍양길은 이보다 42년 전인 1800년 2월 10일 이리에 도착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