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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유배자의 하늘( 流放者的天空) 鹏鸣 (三) - 1/3

 

청군(淸軍)은 아편전쟁에서 패배했다.
평범한 자질의, 도광(道光) 황제는 분하고 답답했다. 그는 분노를 임측서에게 돌렸다. 그는 임측서를 엄중히 문책, 신강(新疆) 이리(伊犁)로 유배시켜, 진정으로 속죄하도록 했다.
당시 56세 였던 임측서가 유배 길에 올라, 서안까지 갔을 때, 그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지쳤고, 병이 나서 일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그의 처와 아들들이 계속 그와 동행하며  밤새워 그를 보살폈다. 두 달간 몸조리시키고 쉬게 하니, 겨우 다시 유배길에 오를 수 있었다.

바른 도리에는 인심이 따른다.
관가라는 무대는 가장 전형적인 명분과 이익을 다투는 현장이다. 서로 속고 속이기도 하고, 편협하기도 하고, 세력에 빌붙기도 하며, 매일 같이 각박한 세태와 메마른 인정을 연출한다. 하지만 도의(道义)와 올바른 상식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관원들의 내심 깊은 곳에는 시비곡직을 판단하는 가치관이 잠복해 있고,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섬서성, 당지 관원들은 임측서를 만나자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마음속으로 깊은 동정을 표시하였다. 30여 명의 각급 만주족, 한족 관원들이 압송되어가는 임측서의 마차를 교외까지 나가서 예를 다하여 환송하는, 전대미문의 일을 벌였다. 임측서도 이에 감동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공수(拱手 : 두 손을 맞잡고 가슴 높이로 들어 올리는 증국식 정중한 인사)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임측서가 탄 마차가 까마득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탄식하며 돌아갔다.

임측서의 아내 정숙경은 몸이 약하고 잔병치레가 많아 여기서 헤어졌다. 그녀는 남편의 손을 꼭 쥐고 아쉬움에 차마 놓지 못했으며, 오열하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임측서는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하며, 그 자리에서 큰소리로 시를 읊었다.

力微任重久神疲,
再端衰庸定不支。
苟利国家生死以,
岂因祸福避趋之?
谪居正是君恩厚,
养拙刚于戌卒宜。
戏与山妻谈故事,
试吟断送老头皮!

힘은 약하고, 임무는 무거워 이미 정신이 지쳤고,
이렇게 쇠약해졌으니, 자리를 지탱할 수 없게 되었네.

국가의 존망에 도움이 되려하는데
어찌 개인의 화복을 따져, 피해 달아날 수 있겠는가?

내가 유배를 가는 것도 황제의 두터운 은혜,
유배 가서 서북부 병졸로 일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네,

소박한 아내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시로 읊어보려 했으나 머리 말이 떠오르지 않네.

50이  넘어, 반은 황토 속에 묻힌 사람이 당연히 즐겨야  할 것은 아들, 손자가 만당에 가득 차는, 천륜의 즐거움인데, 멀리 떨어진 큰 사막에서 유배길의 고통을 맞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멀리 떨어져 다시 만나기를 바랄 수 없는데, 이는 어느 누구라도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여러 방면에서 아내를 위로한 후, 임측서는 큰 아들에게 남아서 모친을 잘 보살피라 이르고, 다른 두 아들과 계속 서쪽으로 나아갔다.

유배자 임측서 부자(父子) 삼인은 서북지역 요충지 란저우(兰州)에 도착해서, 현지 관원들의 열정적인 환대를 받았다. 서북 사람들은 용맹하고 무를 숭상하며, 은원(恩怨)을 분명히  하는 열혈남아들이다. 임측서의 "국가의 존망에 도음이 되려는데, 어찌 개인이 화복을 따져 피해 달아날 수 있겠는가?"라는 고상한 마음과, 영웅적이고 용감하게 외세의 굴욕을 막아낸  기백과 대담한 인식에 문무관원들은 경탄해 마지않았다.  그들은 금기를 깨는 것을 겁내지 않았고 번갈아 임측서를 위한 연회를 열었다. 임측서의 "오랑캐의 장기를 배워 이로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식견 높은 논리와 서양견문을 들으니, 모두들 시야가 넓어졌고, 위기의식은 더욱 커졌다.

임측서 부자는 란저우에서 10일간 머 물고 나서 계속 하서회랑을 따라 전진했다.

2천여 년 전, 일대 선우(흉노의 임금) 우쑨(乌孙)은 리에쟈오미(猎骄靡)군사들을 이끌고 하서회랑  기나긴 땅을 기습하여 이리하(伊犁河) 유역에 살고 있던 강대한 부족 대월지(大月氏)를 멸망시키고 우쑨국을건립하였으며, 한족과 혼인 동맹을 맺음으로 그는 단번에 패업을 이루었다.
임측서가 유배 가고 있는 목적지 ---- 이리는 바로 리에자오미 국(國)을 세운 지역이다. 여기서 그는 "대죄 하는 몸"이 되어 조용히 남은 목숨이나 보존하느냐 혹은 분투노력하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어두운 가운데 하느님이 알아서 결정해 주실 것이다.



* 하서회랑(河西回廊) : 감숙성 서북부, 황하 서쪽의 좁고 기다란 고원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