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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중국지도 측백나무(中国版图柏) : 梁衡 - 1/5

 

진(晋:산시 성), 섬(陕:산시 성), 몽(蒙:내몽고) 3개 성(省)의 경계에 고한령(高寒领)이라는 산이 있다. 그 산은 성(省) 안팎을 구분하는 분할선이기도 하고 만리 황하  구곡만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산하가 역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하나의 행운이다. 공자는 태산에 올라 천하가 작다고 말했는데, 애석하게도 그것은 그가 있는 곳 너머에 또 다른 훨씬 큰 천하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 한 말이다.

고한령의 고(高)는 해발 1426m로 주변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북쪽을 향하여 계속 가면 외몽고의 일마평천(一马平川)에 닿는다. 또 이름에 있는 한(寒)은 겨울 가장 기온이 내려가면 영하 31도에 이르고, 빙설이 들판을 덮고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환경에서, 들판을 온통 덮고 있는 나무가 소나무와 측박나무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계곡은 끝이 없다. 산줄기 제일 높은 곳에 측백나무가 한 구루 서있는데 수관(樹冠)의 윤곽이 기막히게 한 폭의 중국 지도와 똑같다. 그래서 이 나무가 "중국 지도 측백나무"로 불린다. 이 나무에는 정확한 연유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중국 지도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공자가 살았던 시기에 여기는 대략 진나라의 영토에 속했다. 이곳은 유목경제구역과 농경 경제구역의 교차점에 속했으며 각 민족, 각 제후국, 각 지방세력이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키던 지역이었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져 오면서, 밀고 당기는 투쟁 끝에 남겨진 큰 흔적이 바로 장성(长城)이다. 진 시대에서 명조에 이르기까지 이 거대한 전쟁 건축 공사는 끊임없이 증축되고 개축되었다. 여기서 영향을 받은 군사, 정치 역량은 점차 중국의 판도 롤 바꾸었다. 더불어 이 나무는 계속 멀리서 소리 없이 관찰되었고, 조용히 기록되었다. 오랜 시일이 지나면서, 나무는 마침내 한 폭의 지도, 고정불변의 고한령 붙박이로 바뀌었다.

나는 2013년 초, 고한령에 올랐다. 당시에는 빈곤퇴치를 위해 사람들이잠자고있는 이곳 황야를 막 발견했던 때였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보고 놀라서, 각지에 돌아다니며 알리기 바빴다. 모두들 산에 중국 지도와 똑같이 닮은 측백나무가 있다고 전했다. 나 역시, 산에 올라가서 보고 전율할 정도로 놀랐다. 이 나무는 산줄기에 외따로 떨어져 서있었는데, 푸른 하늘 흰 구름을 배경으로 한 폭의 명확한 중국 지도를 비치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무의 밑동은 수많은 산과 골짜기 안에 온통 각종 형상의 소나무, 잣나무로 울창하고 녹색으로 꽉 찬 세상이 끝이 없었다. 나는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는 다 연유가 있다고 믿는다. 모든 자연물의 형상에는 특이한 것이 있고, 거기에는 필시 하느님이 그렇게 한 이유가 있으며, 모든 우연에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바로 현지 인사들을 두루 방문하기도 하고, 사료를 찾기도 하며, 그 이상함의 이유를 밝혀보려 했다. 산에 올랐던 그날 이후, 잊히지 않고 계속 떠올라서, 연속  3년 동안 매년 가보았고, 수시로 생각에 잠겼다.

측백나무는 매우 장수하는 수종이다. 중국대륙에는 삼천 년 된 측백나무가 결코 적지 않다. 내 고향 태원(太原)의 진사 공원에는 현재 주나라 측백나무와 당나라 느티나무가 있는데, 어렸을 때 자주 가서 기어오르며 놀아서 아직도 인상 깊다. 그 당시, 바오지(宝鸡)에서 시안(西安)까지 주공 묘를 거쳐서, 삼천 년 된 측백나무는 줄줄이 서있었다. 측백나무의 성질은 어두운 곳을 좋아하고 추위에 강하며, 주로 응달, 눈 쌓인 곳, 벼랑 근처에서 생장한다. 뿌리는 황토 깊이 뚫고 들어가서, 바위를 가르고 벽을 뜷거나, 절벽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하며, 산세, 지형에 따라서 내달리다가, 구부러지기도 하고 뭉쳐지기도 한다. 그 모양은 하늘이 내린,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신기한 형태를 갖고 있어 나무뿌리 조각의 좋은 재료이다. 측백나무는 절벽에 많이 살기 때문에, 속칭 절벽 측백이라고도  하며, 생명력이 대단히 끈질기다. 나무 재질은 잘 썩지 않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관목(棺木)으로 사용하여 시신을 영구히 보존코자 했다.
그 품종은 매우 많아서 측백나무도 있고, 원백(圆柏), 회백(桧柏)도 있다. 고한령에 있는 나무는 측백인데, 이파리가 평평하여 꼭 종이 같으며, 조각조각의 깃털 같고, 두텁게 겹으로 되어있어 초록빛 구름을 이룬다. 일반 백성들은 측백나무를 강용목(降龙木:용이 내려온 나무)이라 불렀고, 속설에 의하면 사태군이 들고 다니던 지팡이가 바로 이 나무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