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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단락과 전체 (片段与完整) (三) : 吴昕孺 - 2/2

 

 

하지만 나는 모친에 대한 인상이 매우 희미하고 또한 모호했다. 어렸을 때, 기껏 아는 사람이라곤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전부였고 그들이 가장 친한 사람이기도 했다. 정작 부모는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세 살 때인지 네 살 때인지 기억은 못하나, 어느 날, 어떤 키  크고 날씬한 여자가 문을 들어섰다. 그녀는 행동거지에 거침이 없었고, 들어오자마자 바로 집안의 중심이 되었다. 그녀는 머리칼이 새까맣고, 두 갈래로 짤막하게 땋았으며, 눈동자는 밤하늘에 떠있는 별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채에 들어와 담장에 걸려있는 목불을  마주하고 앉았다. 나는 장난치느라 나무 사다리에 기어올라 그녀를 마주 보며 씽긋 웃었다. 그녀 역시 나를 보고 웃으며, 외할머니와 큰 소리로 얘기를 나누었다. 갑자기 담벼락에 걸쳐놓은 사다리가 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담장에서 떨어져 똑바로 그녀를 향해 뒤집혔다. 말하기는 늦었고, 상황은 급했다. 그때 재빨리, 여자는 두 손을 뻗어, 오른손으로는 용감하게 사다리를 잡았고, 왼손으로는 사다리에서 떨어지려는 나를 번쩍 품에 끌어안았다. 나는 혼이 나갔는데, 그녀는 태연히 웃으며 내 이마에 뽀뽀해주며, 소리쳤다. "아이고, 내 새끼!"
이것이 내 기억 중에서 제일 처음 모친의 한 면을 인식했던 순간이었다. 나는 바로 이런  놀라운 장면 아래에서 모친 ----  하늘에서 내려온 모친의 품속을 느꼈다.

외숙모가 집에 들어오자, 우리의 외할머니 댁에서 보낸, 행복했던 세월도 끝났다. 외숙모는 성깔이 대단하고, 속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모가 많아서 엄마, 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외삼촌과도 언제나 싸웠으며, 막내 이모를 집안에서 내쫓았다. 막내 이모는 그녀가 18세 되던 해, 본 적도 없는 남자에게 시집갔다. 외삼촌은 기껏 삶거나 찐 생선살을 몰래 여동생이 공부하던 금강 소학교에 보내줄 수 있었을 뿐이다. 외할머니도 몰래 날계란을 여동생의 바지 주머니에 넣어주다가, 그만 외숙모에게 들켰다. 외숙모는 그 계란을 뺏으려고 쫏아들어왔다. 여동생은 뺏기지 않으려고 맹열히 뛰어 달아나다가, 그만 땅에 넘어져서 바지 안팎이 전부 황백색이 뒤섞인 계란물 투성이가 되었다. 여동생의 폭포 같은 눈물은 금강 강물에 3척(1m)이 넘게 퍼졌다.

부친이 살던 루어링 옛집은, 할머니가 중풍으로 세상을 떠난 후, 아무도 살지 않아서 무너지고 말았다. 갈데없는 몇몇 가구들만 이웃집으로 옮겨졌다. 이웃이 부친에게 이런 사실을 편지로 알리고, 만약 망가진 가구를 도로 가져가지 않을 거면, 도끼로 패서 땔감으로 쓰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저축이 조금도 없었던 부모는 거금 400元 을 빌려서 루어 링 강 남안 산기슭에 산을 파고 집을 지었다.  푸른 기와를 얹은 다섯 칸짜리 벽돌집이다. 구목 중학의 백 명이 넘는 선생과 학생들이 거기에서 무상으로 땀을 쏬았다.

 

부모가 나에게 가르친 제일 중요한 교육은 은혜에 감사하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성장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봉사와 희생 위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희생은 장렬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그처럼 단순하고, 그처럼 꾸밈없는 소박한 것이다. 사람이 행복할 때는 대지의 일부분이다. 사람이 험악할 때는 홍수가 도도히 넘치는 것과 같다.

1974년 8월, 모친은 나를 데리고  외할어니 집을 떠났다. 우리가 진짜 우리 집에 살러 가다니!

여섯 살 반, 나는 루어 링 소학교에 들어갔고, 그곳은 바로 모친이 선생인 학교였다. 모친은 여동생 반은 가르쳤으나 우리 반은 가르치지 않았다. 하지만 5학년 때, 모친은 학교 소년선봉대의 지도원이었고, 나는 대대장이었다. 한 번은 소년선봉대 행사 때, 모친이 우리를 산꼭대기로 이끌고 가서, 두 조로 편성하고 "야전 훈련"을 했다. 나는 교묘하게 성동격서( 声东击西) 전술을 쓰며, 우리 조를 영도하여 전승을 거두었다. 모친은 우리들에게 상으로, 한 사람에게 공책 한 권씩 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모친은 나에게 말했다. "이번에 잘했는데, 넌 졸병들보다 앞서 나가야 하는 거야. 전사들 뒤로 숨으면 안 돼."  내 얼굴은 금세 관우(삼국지 관운장)같이 빨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