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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소통

<7> 유머도 때로는 완강해야 한다. : 202p

유머는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서람간의 관계를 화목하게 해 주는 꼭 필요한 윤활제이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유머도 때로는 완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원칙을 갖고 대항할 때는 더욱 그렇다.



안영(晏婴)은 춘추전국시대 때 제나라의 걸출한 정치가, 외교가,였다.

그는 온화하고 기품있는 말로 지혜로운 유머를 구사하여 여러 나라 제후들의 흠모를 받았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는 그가 초나라에 사자로 갔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어느해, 제나라는 초나라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안영을 사자로 보냈다.

당시 초나라의 세력은 제나라보다 훨씬 강대하여 거만한 초왕은 한번 일을 꾸며 보기로 작정했다.

즉 안영에레게 망신을 주어 위자기의 위풍당당한  위세를 만방에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안영이 초나라의 수도, 영도(郢都()의 동문에 도착하자, 초왕은 뜻밖에 수문장에게  영을 내려 성문을 열지 말라고 하였다.

대신 안영에게 성문 근처에 있는 작은 통용문으로 들어오라고 한 것이다.

안영은 초왕이 자신을 망신시키려고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성문 앞에 서서 미동도 않고, 수문장에게 말했다.

"이건 개 문이지 사람이 출입하는 문이 아니오! 개 나라(狗国)에서 사신을 보낼 때나 개 문으로 통과시켜 보내는 거요!"

초너러 왕이 오히려 모욕을 당한 꼴이 되자 어절 수 없이 성문을 열고 안영을 영접했다.


안영은 키가 작고 용모가 볼품 없었다. 

초왕은 그를 쓱 훑어 보더니 경멸하듯 물었다. "제나라에는 사람이 그렇게 없소?"

안영이 생각해보니 이것은 자기 개인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나라의 존엄에 대한 모욕인 것이니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허리를 뻣벗이 펴고, 뛰어난 기개로 대답했다.

"제나라 수도 임치(临淄)는 집이 7~8만호나 됩니다.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지요.

만일 모든 사람이 동시에 유자를 하늘에 던지면 태양을 가려 캄캄해지고, 모든 사람이 땀을 흘린다면 마치 큰 비가 내리는 것 같습니다.

수도의 큰 길에는 사람이 물결처럼 다니는데 서로 가슴과 등이 서로 부딫칩니다. 그런데 어찌 사람이 없다고 하십니까?"

초왕이 대답이 궁했으나, 다시 냉소적으로 물었다. "과연 그렇다면 어째서 당신같은 사람을 사자로 보낸거요."


안영이 거침없이 대답했다. "우리 제나라는 사자를 보낼 때 엄격히 선택을 합니다.

수준이 높은 사람은 상등국에 보내고 수준이 낮은 사람은 하등국에 보냅니다.

저  안영은 수준이 낮다보니 귀국에 오게 된 것입니다."

초왕은 스스로 체면을 구긴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단념하지 않았다.


이어서 바로 연회가 열렸다.

초왕과 안영이 막 환영의 술잔을 들려는 데, 갑자기 무사가 어떤 사람을 끌고 와 마당에 꿇어 앉혔다.

초왕이 거드름을 피우며 무슨 일이냐 물었다. 무사는 이자가 도둑질을 했는데 제나라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초왕은 냉냉하게 안영을 돌아 보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제나라 사람들은 모두 도둑질에 능한 것 같소."

안영은 초왕의 위계를 알아차리고 바로 되받아쳤다.

"제가 알기에, 귤 나무가 화하(淮河) 이남에서 자랴면 귤 열매를 맺지만, 화하 이북에서 자라면 탱자나 맺는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렇까요? 화하 이남과 이북 두 지방의 풍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제나라 사람도 제나라였다면 도둑질을 하지 않았을 텐데 초나라에 오니까 도둑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초나라 풍토가 사람을 도둑이 되게 하는가 봅니다!"

초왕은 아뭇소리 못하고 당할 수 밨에 없었고,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이때부터 초왕은 안영에게 진심으로 심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