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39분 인덕원역을 출발하는 첫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에 가서 춘천행 열차를 탔다.
미리 기차표를 준비해 놓은 회원 덕분에 편하게 기차를 타고 춘천을 향해 갔는데, 한시간 정도 지나서, 가평역을 지났을 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판이 온통 안개에 덮여있고 때때로 비바람이 휘몰아 치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기온도 갑자기 떨어진다는데, 비를 맞으며 거의 다섯시간쯤 걸릴 풀코스 42.195km를 달리면 얼마나 추울까 겁이 났다.
춘천역에 도착하여 엄청난 인파 속에서 대회장을 향해 가는 중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대회장에 도착, 짐을 맡기고, 내 출발 구릅인 E구룹 출발장에 합류했다.
A부터 H구룹까지 구룹 별로 2천명 정도가 출발하는데, 워낙 많은 사람을 좁은 장소에 모아 놓으니 꼭 만원버스에 탄 기분이 들었다.
출발 대기선에 서있는 동안 빗방울은 더욱 굵어져서 후두둑, 후두둑 쏫아지는데 거의 소나기를 맞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주자들은 비닐로 윗몸을 덮어쓰고 나름 비바람에 대비를 했지만 나는 그것도 준비하지 않아 맨몸으로 고스란히 비를 맞을 수 밖에 없었다.
"뛰다보면 몸이 더워 지겠자." 스스로 위로 하면서 우선 달리기 시작하면 춥지 않을거란 생각에 출발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내가 늘 회원들에게 주장하던 枕戈待旦 (창을 베고 누워 아침을 기다린다)의 비장함 보다는 어떻게 추위나 면해보려고 출발을 기다리는 꼴이라니!.
이윽고 구룹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나는 첫 5km 구간인 언덕을 향해 천천히 뛰어 올라갔다.
매년 오는 행사로 벌써 열네번째(13회 완주, 1회 포기) 춘천에 온 것이지만 올해는 특히 장거리 연습이 부실했다. 20km이상 달려 본 것도 서너번 빆에 없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춘천마라톤대회장에 와있고,, 우리 E 구룹과 함께 출발했으니 이번에도 남들처럼 피니시 라인까지 계속 달려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체력이 허용하는 한, 매년 가을마다 춘천댐을 올라갔다 오는 42.195km를 달릴 것이다.
비는 계속 내렸다. 하지만 뛰기 시작하니 과연 추위가 가셨고, 30분쯤 지나자 더이상 비 내리는 것을 겁내지도 않게 되었다.
기왕 맞은 비, 이미 젖어있는 몸, 어차피 몸이 안온하기를 포기한 이 상태에서 겁날 것이 무어랴?
문득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死猪不怕开水烫 (죽은 돼지는 끓는 물에 데일 것을 겁내지 않는다)"
연습부족을 감안 아주 천천히 달리는 레이스를 펼쳤다.
전반 20km 까지 매 5km를 33분에 뛰었는데 1km당 6분 36초 페이스다.
언제나 주위 사람들이 나를 추월해 갔지만 그들을 곧바로 5km마다 있는 급수대에서 다시 따라잡았다.
나는 물 먹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가며 급수대를 통과했다.
천천히 달리니 힘이 들지 않아서 급수대에서 쉬려고 속도를 늦추고 싶지도 않았다.
계속 거의 똑 같은 속도로 20km지점을 넘어 25km 지점까지 갔다.
여기서 부터 춘천 댐 바로앞, 28km까지 구간, 3km는 계속 완만한 오르막 경사가 이어지는데, 사실 나는 역대 대회에서 이구간을 걸어간 적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페이스를 천천히 유지한 탓인지 힘에 부치지 않았고, 큰 어려움 없이 계속 같은 페이스로 달려,춘천댐 앞 다리에 올라 갈 수 있었다.
이후 30km 부터 페이스는 1km당 7분 (5km에 35분)으로 약간 늦춰졌지만, 계속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장 힘든 35km~40km구간도 거뜬히 통과했다.
40km를 지나 신(神)이 달려준다는 마지막 2.195km 주파에 걸린 시간은 15분 31초, 후반 레이스 내내 km당 7분을 유지하며 끝까지 잘 마무리 했다.
공식기록, 4시간 50분 17초. (km당 평균 6분 52초) - 작년 기록, 4시간 49분 30초보다 47 초 늦었지만 안정적인 페이스로 잘 달렸다.
지치지 않고 같은 페이스를 유지시켜준 내 두 다리에게, 또 늘 같이 먹고 마시며 격려해준 남산목달 친구들에게에게 감사한다.
대회장 가는 길.
마라톤 코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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