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생활 중에서 누구나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아무리 우리들이 자혜롭고, 또 조심한다 하더라도 누구나 말실수를 하거나 일을 잘못 처리하여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곤란에 빠졌을 때, 우리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쥐구멍에 숨을 수는 없는 노릇, 또한 몸을 빼어 뒤로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도망병은 언제나 떳떳치 않은 법이다.
게다가 문제는 흔히 해결이 안된채 그대로 남아있어, 조만간 여전히 다시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찌해야 하나?
이럴 때, 우리를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유일한 방법이 있다. - 그것은 바로 유머이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기효람(1724~1805: 청 옹정제 때 언변 좋기로 유명한 관리)은 몇몇 동료들과 군기처의 열서로 근무하고 있었다.
기효람은 어찌 더운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땀이 너무 나서 아예 어께쭉지를 드러내 놓았다.
이때 갑자기, 건륭제가 시종 몇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은 황망히 일어나 어가를 맞았으나 기효람은 제때 옷이 꿰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찌 민 어깨를 드러내고 용안을 뵙는 무례를 범하겠는가?
그는 남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얼른 책상 밑에 숨었다.
헌데, 건륭제가 이 장면을 모두 보았다는 것으 누가 알았으랴?
건륭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속으로 기효람만 생각하며,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문서를 들여다 보았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가자, 책상 밑에 숨어있는 기효람은 비오듯 쏬아지는 땀뿐만아니라 허리도 시큰거리고 다리도 저려와 더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가 귀를 기울여 보니 아무런 동정도 들리지 않자 황제가 이미 간 것으로 생각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여보게, 영감(老头子) 가셨어? "
이말을 들은 건륭제는 얼굴색이 굳어지며 화난 목소리로 기효람에게 즉시 나오라고 소리쳤다.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궁금해하며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까 잔뜩 기대했다.
기효람은 건륭제의 목소리를 듣고 일순 긴장했지만, 더이상 피할 길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책상 밑에서 기어나와 일어서서 황제를 보았다.
건륭은 큰소리로 물었다. "겁도 없는 놈,기효람, 네가 짐을 감히 영감(老头子)이라고 불러? 너 그게 무슨 뜻이야?"
기효람은 땀을 닦아가며 뭐라 대답할까 고심했다. 순간 갑자기 급한 가운데 기지가 떠올랐다.
"영감(老头子)은 폐하에 대한 존칭입니다."
"존칭?" 건륭제가 물었다. "어떻게 그게 존칭이되지?"
기효람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설명했다.
"첫글자 老(노)는 천하 신민들이 매일 황제 만세를 부르는데, 폐하께서는 이 만세가 오래(老) 전부터 그리해왔다고 생각치 않으십니까?"
또 폐하께서는 대청국을 책임지시는 분인데 당연히 천하 만민의 우두머리 바로 头(머리 두)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다음에 자(子)는 의미가 더욱 확실합니다. 폐하는 귀하신 천자(天子)이시고 하늘의 당당한 아들(子)입니다.
이것이 바로 老头子(중국어로 영감이라는 뜻)라고 부른 연유입니다."
기혀람의 설명을 듣고나서 건륭제는 실눈을 뜨고 크게 웃었다.
" 老头子, 알고보니 좋은 거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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