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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2018 겨울, 만주 유랑기 - 겨울 백두산 (1.28~29)

백두산 가는 길


민박집 주인 아저씨가 알선해준 1박2일 백두산 패키지 여행을 갔다. 

연길에서 출발 백두산 입구까지 데려다 주고, 백두산을 보고 내려와 5성급 호텔에 일박하고 돌아오는데 일인당 200元(34천원)이라 했다.

200元은 문표와 식사를 제외하고 이도백하를 거쳐 백두산 입구까지 왕복 교통편과 호텔 숙박비만 포함된 금액이다.

어떻게 따지더라도 엄청 쌌다. 민박집 하루 숙박비도 일인당 100元 하는데 5성급 호텔에 왕복 교통비까지 포함 200원이라니!


다음날 아침 8시 집합장소인 공용버스 터미널에 가니 한국 사람은 같은 민박집에 머문 중년 부부와 우리 두 사람을 빼고는 전부 중국인들이었다.

그중 백두산까지 가는 사람은 한국인 네사람밖에 없었고 나머지 중국인들은 백두산 가는 길에 있는 스키장에 가거나 백두산 근처 온천탕에 가는 사람들이었다.


버스는 8시 반 쯤 연길을 출발했는데, 용정을 지나 가로수가 늘어선 황량한 시골길을 지났고, 다시 한시간 쯤 달리니 어느 높은 고개를 넘어갔다.

고갯마루는 울창한 숲이 펼쳐저 있었는데, 눈이 많이 쌓여있었으나 길이 잘 닦여있어서 눈이 쌓여있었어도 버스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잘 달렸다.

산악지대 한가운데 있는 눈 덮힌 화룡이란 마을을 지나 백두산의 관문인 이도 백하에 가까워지자 길 옆으로 끝없는 침엽수림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관광버스에 탄 사람들은 중간 중간에 내리기도 하고 가금 타기도 했는데, 이도백하까지 가자 중국인들이 모두 내려서 벡두산 가는 사람은 한국인 4명만 남았다.

이도백하를 지나자 중국인 기사녀석이 한국인 네사람만 태우고 가서 그런지 괜히 사사건건 짜증을 내며 산에 갔다가 3시 반까지 되돌아 오라고 한다.


연길을 출발, 이도백하로 가는 도로 인근 시골 마을




높은 언덕을 넘었는데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화룡, 조선족 자치주에 속한 작은 시 (스키장이 있는 것 같다)




고개 제일 위에 있는 표지석 (무슨 삼림 보호지역 같다)



가끔 작은 시골 마을이 나온다.



백두산에 점점 가까이 오니 숲이 벌써 다르다.



백두산 입장권은 경노 할인을 받아 일인당 90원이었고, 경내에 들어가 셔틀버스를 타고 중턱까지 가서 다시 찝차 정거장까지 갔다. - 찝차차비80원(경노 할인 안됨).

찝차 정거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 한참만에 짚차를 타고 백두산 천문봉을 향해 올라갔는데, 높이 올라갈 수록 점점 시야가 넓어지며 넓은 산록이 내려다 보였다.

천문봉 주차장에 도착하여 핫팩을 주머니에 넣고 펜스가 쳐진 길을 따라 오르니 천지라고 써놓은 돌 표지석이 나왔다.

헌데, 백두산에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산정에는 안개가 끼어 천지가 보이지 않았고, 모래가 섞인 강풍이 거세게 불었으며 매우 추웠다.

이번이 두번째 백두산 산행인데 이번에도 역시 백두산은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천문봉은 어찌 바람이 거세게 불던지,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또 어느 순간, 눈에 굵은 모래가 들어가 장갑을 벗고 눈을 비비느라 엄청 손이 시려웠다. 

추운 날씨지만 오늘이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가족단위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올라왔고, 그중에는 가끔 한국인 관광객들도 있었다.

붉은 우모 방한복을 입은 덩치 큰 중국 경비원들이 커다란 고글을 쓰고 통로 끝자락에 굵은 밧줄로 묶은 북한 국경선을 넘어가지 못하게 통제했다.

경비원에게 기온을 물어보니 현재 영하 30도라고 한다. 엄청 추운데다가, 천지가 보이지도 않고, 버스 운전사와 약속한 시간도 얼마 안남아 서둘러 내려왔다.


백두산 경내 셔틀버스 (셀카 찍는 것을 보자 깜찍한 중국 꼬마 아가씨가 얼른 포즈를 취해준다)



천문봉 올라가는 찝차 승차장


천문봉에 오르는 급경사 길


천문봉 주차장


붉은 방한복을 입은 경비원 (모래바람이 불어 언제나 커다란 고글을 쓰고 있다)




천지 표지석 앞에서 인증 샷


영하 30도의 추위에 순식간에 속눈썹이 얼어붙은 친구.


천문봉


하산하여 근처 작은 폭포에서.


출구 부근


우리가 묵은 호텔 (맵시 없이 크기만 하다)


객실에서 바라본 풍경



입구 주차장에 내려온 시간은 오후 3시 30분, 버스에 오르니 이도백하를 지나 한시간 쯤 달려 어느 황량한 벌판에 있는 온천장 호텔에 내려 놓는다.

호텔은 정말 5성급은 되는 듯, 방도 넓고 화장실도 넓었으며 다른 시설도 잘 되어 있었다. - 이런 벌판에 걸맞지 않게, 이렇게 큰 호텔이 있다니!

별로 손님이 많지도 않아 보여 운영이 잘 될까 싶었고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잘못하면 이익은 커녕 이 난방비도 안나올 것 같았다.

 밖에 나가면 영하 20도가 넘으니 나갈 수도 없고 잠을 자는 것 말고는 할일이 없다.

간단히 갖고있던 간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다가 깨면 또 잠을 청했고 한참 자다가 깨고, 또 자고....


다음날은 아침을 먹고 하릴없이 오전 시간을 보내다가 12시경 버스가 와서 연길로 돌아왔다.


이번 백두산 관광은 오고 가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걸렸고,, 정작 백두산은 시간이 없어 제대로 보지도 못한채, 괜히 호텔에서 아까운 시간만 보냈다.

중국어로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번 백두산 관광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은 그중에서도 贪贱买老牛(탐천매노우)에 해당할 것 같다. 

贪贱买老牛 : (직역) 돈을 아끼려다 늙은 소를 사다 : 싸구려 물건을 샀다가 돈만 버리다.


호텔 실내 (넓고 시설이 좋았다)


호텔 로비에 그날의 일기예보 상황판이 있다.



연길로 돌아오는 가도 풍경


화룡에서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렸나보다



다시 눈 쌓인 언덕을 넘어 연길로 돌아왔다.